사법부가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을 심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는 오늘(17일) "재판부가 헌법 제107조 제2항에 근거해 헌재의 부작위 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의 심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고 있는 한 피고인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을 냈는데, 재판부는 헌재에서 약 4년간 심리를 진행하지 않아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하면서 한 달 이내에 답변을 담은 의견서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헌재가 재판을 지연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들여다보기로 한 건데, 법원이 헌재의 심리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첫 사롑니다.
법원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라며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법원이 헌재의 재판 관행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헌재의 부작위 처분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최초의 의견 요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재판소원 도입 이후 헌법재판소는 절차 위반이나 법률 해석의 타당성을 문제 삼는 재판소원 청구를 여러 건 정식 심리에 부쳤습니다.
헌재는 이달 9일까지 접수된 877건 가운데 8건의 청구를 전원재판부 심판에 넘겼습니다.
이런 헌재의 움직임을 두고 사법부 내 반발 여론은 점점 높아지는 모양샙니다.
최근 한 현직 판사는 "재판소원의 심사 범위가 단순한 법률 위반이나 법률해석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로 확장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법원과 헌재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법원이 전격적으로 헌재 처분을 심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신경전이 본격화했단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 김지욱, 영상편집: 안준혁, 디자인: 이수민, 제작: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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