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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건보 적용, 그리고 복지부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것 [취재파일]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이른바 '탈모 건강보험(건보) 적용' 논란입니다. 현재 건보가 적용되고 있는 원형탈모 외에, 다른 탈모의 영역에까지도 건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 탈모 환자들이 부담하는 치료비와 약값을 덜어주자는 얘기입니다. 반기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학계나 의료계, 환자단체에서도 이 정책 추진을 두고 연일 논평과 의견들이 나옵니다.

이렇게 다시 논란에 뜨겁게 불을 붙인 건, 지난 11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보건복지부(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의 정은경 복지부 장관 발언이었습니다. "국민 의견을 반영해서 추진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란 거였는데, 건보 적용 하반기 추진을 전제로 한 얘기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정작 논란에 불을 붙인 복지부에선 아무 얘기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화두를 다시 던진 책임 부처인 복지부가, 말해야 하지만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 참석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6개월 사이 정은경 장관이 달라진 이유

지난해 12월, 이재명 정부는 각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진행했습니다. 복지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복지부 업무보고 중 이재명 대통령은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며 건보 적용 여부를 검토해 봤냐고 정은경 장관을 향해 물었습니다. 정 장관은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탈모의 경우에는 의학적 치료와는 연관성이 떨어져 건보 급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재차 "병이라고 할 거냐 아니냐의 개념 정리에 관한 문제 아니냐"고 묻자,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급여를 하지 않는다"면서 "미용적인 다른 부분도 건보 급여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 장관은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미용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청년들이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이 대통령이 정책 검토를 주문하며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랬던 정 장관이, 6개월 남짓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입장이 다소 바뀐 겁니다. 건보 적용을 할 경우 어느 정도 재정이 투입될 건지 내부적으로 실무적인 검토는 마쳤고,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국민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긍정적인 답이 많이 나왔다고도 했습니다. 6개월여 사이에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입장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분석과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탈모 건강보험 적용 논란

모두들 알다시피 건보는 사회보험입니다. 사회보장의 기본 원칙을 수립하는 기본 뼈대가 되는 우리나라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사회보험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건보는 질병 예방과 치료, 재활 등을 급여로 제공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 기능하는 한편, 사회보험의 역할 중 하나인 소득 재분배 기능도 합니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적은 보험료를 내지만, 의료 서비스는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고 그 외에도 본인부담상한제 등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덜 수도 있습니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7).

이런 사회보험의 기능을 건보가 수행하는 데 있어, 이제는 모든 탈모도 이 대통령이 말했듯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보고 '사회적 위험'으로 인정하게 됐다는 것인지, 탈모 환자들에게도 건보가 '사회 안전망'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게 됐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얼마가 드는데?

앞서 언급했듯 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건보 적용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재정이 소요될지 실무 검토는 했다면서, 건보공단에서 국민 1천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재 건보가 적용되는 원형탈모에 들어간 약값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통계에 따르면 45억 원 정도 됩니다. 이와 비교해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현재 비급여 상태인 안드로겐성 탈모 등에도 건보를 적용하게 되면 건보 재정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얼마인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또 어디까지(대상자 연령 등 범위나 연간 지원 횟수) 지원을 해줄 건지, 그중에서 얼마만큼 국가가 분담해 줄 건지(본인 부담률)에 따라 재정 부담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에 이 역시 밝혀야 합니다.

또, 급여화를 하게 되면 지금은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지 않더라도 새롭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생길 겁니다. 이런 숫자도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어떤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는지, 그래서 나온 결과 값이 얼마인지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건보공단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천억 원부터 수천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탈모 치료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연합뉴스)

건보공단의 설문조사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문구의 질문을 해서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는지, 그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그 가운데 현재 탈모로 비급여 상태의 진료비를 내며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이 포함돼 있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재정, 그러니까 돈 얘기를 하는 건 건보 재정의 적자 전환과 고갈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2023년 10월 나온 분석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 인상 수준이 유지될 경우 2028년 건보 누적 준비금이 소진되고, 2032년 누적 적자액이 약 61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국회예산정책처, 2023). 재정 수지 균형을 맞추거나 준비금이 소진되는 걸 막으려면 2032년 기준 건강보험료율이 8.93%~10.06%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를 이었습니다(2026년 기준 건강보험료율은 7.19%입니다).

올해 6월, 같은 기관에서 의료 개혁 1차·2차 실행 방안을 반영해 다시 전망을 해봤습니다.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은 2029년으로 예상됐고, 의료 개혁 반영 전에 비해서는 향후 10년 간 누적 적자액이 약 27조 원 더 늘어나는 걸로 분석됐습니다(국회예산정책처, 2026). 그러면서 비급여 관리 강화, 실손보험 구조 개선 등 건보 지출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성과 관리를 해내서, 의료개혁에 투자된 재원을 일부라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새롭게 건보 지원의 영역을 만든다면 그 금액이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밝힌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밟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몇 개월 전, '돈 들어갈 일이 많은 것 같다'고 한 제 말에, 한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현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료율 상한이 8%로 이를 넘을 수 없도록 정해져 있습니다)을 바꾸는 것을 고민해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 질문에까지 우리가 답할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한 번 건보 급여 대상이 되면, 거기서 다시 무언가를 제외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용'과 '생존'의 경계를 긋는 복지부의 철학

누군가는 탈모 치료를 건보 급여화한다고 해도, 전체 건보 재정 규모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추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밝혀야 가능한 논의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탈모에만 국한해 그렇게만 낙관할 일도 아닙니다. 탈모가 건보 급여 대상으로 포함됐을 때, 또 다른 누군가가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외치며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급여화를 주장하고 나올 수 있습니다. 미용과 생존의 경계를 긋는 기준은 앞으로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진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포함해, 희소병과 중증질환 환자들이 그 동안 목소리를 높여 외쳤던, 치료제들에 대한 급여화보다 탈모 급여화를 먼저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의 수립은 무엇보다 선결과제이지만, 아직 복지부는 이를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탈모 건보 급여 추진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복지부 내의 또 하나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재난적의료비 지원 사업의 지원 대상 질환 변화가 예고된 겁니다. 재난적의료비 지원 사업은, 말 그대로 한 가정에 재난과 같을 수 있는,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를 부담하는 가구에 비급여를 포함한 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소득 하위 50%(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이면서, 재산이 7억 원을 넘지 않는 경우 등에 해당할 때, 연간 5천만 원 한도 내에서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비의 50~80%를 지원해 줍니다. 예를 들어 아직 건보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항암제 등을 부담하게 됐을 때 등의 경우에, 소득과 재산 요건 등을 충족하면 신청 이후 심사를 받고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원 요건에, 질환은 없습니다. 모든 질환이 대상입니다(입원 기준). 그러다 보니 경증질환에의 재난적의료비 지원 비중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4월, 사업 내용을 규정하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위한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원 질환을 조정'해 국민의 과부담 의료비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게 개정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경증질환을 제외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기로 한 겁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백내장, 후두염,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재발성 우울장애 등 크게 분류해 모두 105개의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재난적의료비 지원은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경증질환에의 지원 폭을 줄이겠다는 복지부의 결정은, 탈모에의 건보 적용을 추진하는 같은 복지부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복지부가 긋는 경계선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그 바탕이 되는 철학은 일관성이 있는지, 복지부는 아직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예정된 공론화, 결과는 답정너?

지난 1월, 탈모 급여화 추진 과정에서 청년 바우처를 활용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이 보도에 대해, 여러 가지 안을 논의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면서, "현재 (탈모 치료는) 비급여 영역인데 어떻게 (급여 영역으로) 들고 들어올지, (지원 대상) 연령을 끊을 수가 있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상황에서, 지금은 분명 급여화 추진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모양새입니다.

다음 달 4일, 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탈모 급여화를 논의 안건으로 해 국민 200명이 참여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습니다. 공론화의 장이 열리기 전에, 복지부가 말해야 할 것들을 충분히 얘기하는 과정을 거칠지, 혹은 공론화와 무관하게, 논의의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은 아닌지, 말해야 할 것들을 말하지 않고 있는 복지부에 질문을 남깁니다.
 
 

*참고문헌
-국민건강보험공단. 2017. 전국민 건강보장 확대를 위해 걸어온 길 : 국민건강보험 40년사.
-국회예산정책처. 2023.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국회예산정책처. 2026.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재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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