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산부가 경찰의 연이은 심야조사 이후 유산을 겪은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관행에 따른 심야조사 강행은 인권 침해"라는 결정문을 냈습니다.
30대 A 씨는 사기 혐의 피의자로, 6개월 전 임신 초기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연말엔 이틀 연속 12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고, 올 1월에도 다시 한 차례 오전 9시 반부터 밤 11시 반까지 14시간에 가까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복통을 겪은 뒤 아이를 잃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이뤄지는 '심야조사'는 구속영장이 신청됐거나, 긴급한 사유가 아닐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이외에는 피의자가 재조사에 응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심야조사 요청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A 씨는 두 차례 요청서를 작성했지만 조사관이 당시 "자본금이 이렇게 작은 회사는 처음 본다. 내가 해본 불법 도박사이트보다도 작다" 라거나 "심야조사 콜?"이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가 조사를 여러 번 받고 싶지 않아서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장시간 조사가 이뤄진 날에는 심야조사 요청서도 작성되지 않았던 사실이 인권위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박민희/변호사 : 피조사자가 과연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을 했는지 또는 그런 예외 사유에 대해서 고지를 받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인정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없다 보니까 (적법 절차의 문제가 생깁니다)]
심지어 A 씨는 조사에 앞서 임신 사실을 알렸는데, 조사 시작 전에 알렸단 이유로 조서에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조형석/인권위 조사총괄과장 : 적어도 임산부라고 얘기했으면..임산부에 대한 보호조치가 먼저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던지 이러한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권위는 "임신 사실 자체가 모든 조사 금지하거나 곧바로 심야조사가 위법하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경찰관은 국민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심야조사 요청서를 작성할 때 재출석이 어려운 사유를 적도록 하고, 임신 등 건강 상태를 수사관에게 알렸을 때는 꼭 기록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취재 : 이세현,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박나영, 디자인 : 조수인,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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