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세계 4대 방산 강국 중 하나입니다. 2015년만 해도 K-방산의 전 세계 무기 시장 점유율이 0.3%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6% 수준으로 급격히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전통의 강호였던 독일과 러시아마저 가볍게 제치고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K-방산 신화'를 쓴 겁니다.
그리고 이 질주를 가장 절박하게 해부하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일본입니다. 헌법상으로는 여전히 '공격하는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 하지만 그 법적 굴레는 올해 4월 다카이치 정부가 살상 무기 수출을 전면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대놓고 껍데기만 남게 됐고요. 일본은 사실 실질적으론 이미 오래 전부터 '변칙적인 영업 방식'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한국 방산에 '완패'를 안기며 일본 방산의 잠재력을 보여준 결정적 사건은 2024년 벌어진 '호주 호위함 수주전'이었습니다. 최종 입찰국은 한국, 독일, 스페인, 그리고 일본. 여기서 한국보다 비싼 금액을 부른 일본이 한국을 제치고 10조 원 규모의 호위함 프로젝트를 따냅니다. 방산 생태계가 붕괴 직전이라던 나라가, 어떻게 더 비싼 가격으로 세계 방산 강국들을 제쳤을까요? "일본이 K-방산의 '가성비'를 따라오지 못하지만, 일본이 구축하고 있는 '동맹 외교'에 졌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일본은 군대 뿐만 아니라 '안보 파트너십'을 곁들여 팔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과 일본의 영업 방식을 각각 뜯어보면 양국 방산이 가는 길의 차이가 좀더 명확해집니다. 일본은 '방위장비 이전'이라는 기치 아래 (주로 동남아) '동맹 국가'들에 안보를 원조하고 있습니다. (OSA, 정부 안전보장 능력 강화 지원) 분유회사들이 산후조리원들에 자사 상품을 무상 제공하는 마케팅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듯이, 동남아 국가들에 무상으로 무기체계를 원조하며 '일본 군대 시스템' 아래 묶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겁니다. 중국은 이같은 일본의 행보에 심기가 아주 불편해졌고요.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가성비를 자랑하는 K-방산을 개도국들에 수출하면서, 우리 무기를 사갈 돈이 모자란 그들에게 '캐피탈'까지 제공하는 효율적 영업을 하고 있죠.
달리 보면, 이제 막 "한국 방산을 배우자"며 무기 수출의 길에 들어선 일본으로서는 지금처럼 '샘플 방산 뿌리기' 외에 다른 길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게 한국 최고의 일본 전문가 중 한 명인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의 진단입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태라는 거죠. 평화 헌법 아래서 오랜 기간 서서히 축소돼 온 일본 자국 내 방산 생태계를 살리는 게 먼저라는 얘깁니다. 일본 정부가 내년까지 5년에 걸쳐서 43조 엔을 넘는 막대한 자금을 방산에 쏟아붓기로 한 지금, 문닫던 공장들을 살려낼 수 있도록 무상이든 뭐든 '무기 밀어내기'를 시도하고 있단 겁니다. 이런 행보의 기저에는 현재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근원적 불안이 깔려 있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입니다. '대미 동맹만 믿고 있을 순 없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을 포함한) 반중 아시아 연대를 구축하고 싶다'는 게 현재 일본의 속내라고 이 교수는 풀이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이같은 행보가 '적중'한다면, K-방산과는 어떤 역학 관계에 놓이게 될까요? 결국 K-방산과 J-방산은 어딘가에서 '협력'의 접점을 마련하게 될 수 밖에 없을까요? 아니면 K-방산 시장을 J-방산이 조금씩 갉아먹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될까요? 만약 후자의 상태가 우세한 흐름이 된다면, 일본 방산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시점은 정확히 언제쯤일까요?
협력과 경쟁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대한민국 방산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똑소리Talk>에서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가 권애리 기자와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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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권애리, 촬영 : 박우진·차승환, 구성 : 김은지, 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채지우, 제작 : 지식콘텐츠IP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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