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인쇄 수량 감축 근거로 삼은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연구용역 보고서에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부른 선관위의 행정편의주의적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투개표 관리 업무개선 방안' 항목에서 오전 6시에 시작되는 사전투표를 오전 8시 시작으로 변경하는 걸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그 근거로 선관위 직원들 설문조사 결과 출근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불만이 나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보고서는 "사전투표 기간 모든 직원이 투표 시작 2~3시간 전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전투표 시간 조정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들이 사전투표 시작 시간을 늦추자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고 있다면서도 퇴근 이후로 늦게까지 조정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이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습니다.
이런 제안에 보고서 작성 당시부터 전문가들 지적이 나왔는데 보고서에 정치학 전공 전문가로 인용된 한 대학교수는 "새벽에 빨리 투표하고 일상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엔 선거일 투표에 사용하는 투표용지 인쇄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량을 유권자 수 대비 6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축소하는 근거로 삼은 내용입니다.
인쇄량 축소의 근거로는 투표지 배부 전까지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습니다.
장소를 확충하는 게 아니라 그냥 투표지를 줄이자는 결론을 낸 셈입니다.
중앙선관위는 이 보고서가 참고용 자료일 뿐 중앙선관위 공식견해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요 연구 방법이 선관위 직원 대상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라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고서는 '소쿠리 투표' 논란이 불거진 2022년 20대 대선 이후 수행 돼 같은 해 12월 최종 보고됐습니다.
(취재: 김민정, 영상편집: 서병욱, 디자인: 육도현, 제작: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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