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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대행비' 미루자 돌변…"신상 따서 대출 쭉 받아봐?"

'보복 대행비' 미루자 돌변…"신상 따서 대출 쭉 받아봐?"
▲ 사적 보복 대행 업체가 보복을 저지른 현장

1천만 원 상당의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20대가 사적 복수 대행업체에 의뢰를 시도했다가 도리어 협박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대 이 씨는 지난 4월 경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인터넷에 '복수'를 검색한 뒤 텔레그램으로 보복을 대행해 준다는 A 업체와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A 업체는 자체 조사 결과 이 씨가 돈을 입금했던 계좌가 잔액 80원짜리 대포 통장이라며, 명의자를 찾아내 돈을 받아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씨가 정신적 피해 보상을 더해 6천만 원 회수를 요구하자, 업체 측은 "대포 통장을 파는 XX들은 돈이 없다"며 "대포 통장 명의자들에게 대포폰을 개통하게 하고 일수를 돌리거나 불법 대출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최대 5천만 원까지는 마련할 수 있다"며 범죄 수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어 업체 측은 '선수금 300만 원과 회수 후 잔금 1천500만 원'이라는 조건과 함께 다크웹에서 주로 쓰이는 가상 자산 플랫폼을 통한 입금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플랫폼에 가입해 계좌에 입금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기라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상함을 느낀 이 씨가 "입금을 미루고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업체의 태도는 돌변했습니다.

업체 측은 "분명 진행한다고 해서 애들 출동시킨다고 했는데 개소리한다. 다음 타깃이 의뢰인이 될 거라고 얘기했을 텐데"라며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가 이어 "진행은 하는데 계획을 변경하고 싶다. 불안해서 그렇다"고 하자, 업체는 "내가 그쪽 신상 하나 못 딸 거 같아요? 지금 당장이라도 네 신분증 찾아서 네 명의로 대포폰 몇 개 개통해서 대출 쭉 받아줘?"라고 더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사적 보복 대행 업체 운영자와 의뢰인이 나눈 대화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결국 이 씨는 경남 진주경찰서에 A 업체를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심적인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해당 업체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원한을 사적 제재로 철저히 풀어준다는 소개 글이 버젓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이들은 보복을 위해 대상자의 인적 사항을 요구했으며, 물리적 공격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금융 활동 차단, 직장 및 지인에게 이미지 타격,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등 사고를 위장한 신체 손상, 범죄 혐의 씌우기 등을 주요 보복 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대행업체는 수사 기관의 신고율이 15% 미만이고 검거율은 더 낮다고 홍보하며 이른바 보복 가격표까지 내걸었습니다.

이 업체는 주소지로 찾아가 테러하는 조건으로 150만 원을 요구했으며, 전단지 뿌리기는 100만 원, 통장 정지는 35만 원, 소셜미디어 댓글 폭로는 20만 원, 민망한 물건 배달은 10만 원 등으로 치밀하게 금액을 책정해 범죄를 조장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사적 보복 대행은 중대 범죄"라고 강하게 경고하며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이들 업체는 여전히 음지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앞서 보복 실행자들을 검거한 데 이어, 배후에서 돈을 쥐고 흥신소 등을 운영하며 범죄를 지시하는 조직의 몸통과 개인정보 탈취범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바에 따르면, 사적 보복이 가해지는 대상자 대부분 역시 사기 등의 범죄 혐의가 있는 자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텔레그램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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