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TSMC는 2나노 공정 양산과 CoWoS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AI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HBM 매출 점유율 79%를 차지하며 메모리 분야의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로직 폴딩 기술과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통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중국 시장의 AI 칩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젠슨 황의 움직임과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메모리, 클라우드, 로보틱스 등 젠슨 황과 연관된 우리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오르내리고 있죠. 그중에서도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출시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AI 붐으로 우리 반도체가 호황을 누리는 사이,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극복하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한국, 중국, 대만 세 나라의 반도체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AI 반도체 상황은 어떠한지, 또 중국 반도체 실력은 어느 정도인 건지 데이터와 그래프로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 위탁 생산에서 AI 인프라 핵심으로 우뚝 선 TSMC
중국 반도체 이야기에 앞서서 먼저 우리나라와 대만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금 AI 반도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만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둬야 중국 반도체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점점 더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대만은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기존엔 반도체 위탁 생산을 하는 단순 제조 공장 역할만 했다면 지금은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을 통합해 제공하는 이른바 파운드리 2.0 시대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 파운드리 2.0 시장 매출액은 3,200억 달러로 집계되는데 이 중 38%를 TSMC가 차지하고 있어요.
TSMC가 이렇게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제조 공정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TSMC는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경쟁사들보다 앞서서 이미 작년 말부터 2나노 양산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초기 수율은 70%를 넘어섰고, 일부 현지에서는 90% 안정화를 완료했다는 얘기까지 들려오죠. 파운드리 업계에서 통용되는 손익분기점이자 대량 양산 라인은 수율 60%인데 TSMC는 이미 훌쩍 넘겨버린 겁니다.
파운드리 역량도 역량이지만 최근 TSMC의 경쟁력 핵심으로 떠오른 건 패키징 기술입니다. 엔비디아가 발표하는 최신 GPU들을 보면 가운데에 GPU 칩이 있고 주변에 HBM 같은 게 함께 배치되어 있는 걸 자주 보셨을 겁니다. DRAM을 여러 층 쌓아서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은 기존 메모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GPU에 쏴 줄 수 있게 되었어요. 효율을 높이려면 HBM이 쏴 준 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GPU가 받아줘야겠죠? 그런데 기존 패키징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길을 하나하나 다 뚫어줘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이 패키징 영역이 AI 반도체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승부처로 떠올랐어요. 이런 상황에서 TSMC가 그 영역까지 다 해결해 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등장한 게 바로 CoWoS 패키징이죠.
현재 AI 반도체에서 가장 큰 병목이 바로 이 후공정 패키징 라인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인터포저라는 새로운 반도체 칩을 만들어야 하니 당연히 시간이 지체되고요, 또 이 녀석 크기가 기존 반도체보다 크다 보니 웨이퍼 1장에서 나오는 개수가 적어서 비용도 많이 듭니다. 또 조립과정에서 하나라도 불량이면 패키지 전체가 폐기되는 구조다 보니 많이 만들고 싶어도 제약이 있어요.
일단 TSMC는 폭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CoWoS 생산 능력을 더 늘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TSMC의 생산량 확대를 가장 학수고대하는 기업,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이번에 열린 GTC 대만 행사에서 젠슨 황은 TSMC와 함께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AI 메모리 전쟁, 한국이 쥔 황금 열쇠 HBM
대한민국의 핵심 먹거리인 HBM. 대만 GTC가 끝나고 젠슨 황은 한국 파트너사들을 모아 뒤풀이를 진행했어요. 이 자리에서 젠슨 황은 SK하이닉스의 HBM을 치켜세우며 하이닉스와 엔비디아 사이의 파트너십을 강조했습니다. 파운드리 영역에서 1황은 대만의 TSMC이지만 메모리는 다릅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이렇게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사이의 격차는 이렇게까지 크진 않았어요.
다만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뒤쳐지고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일단 삼성전자는 올해 2월 6세대 HBM인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어요. 또한 이번 컴퓨텍스 행사 부스에서 HBM5의 목업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생산된 HBM 가운데 엔비디아가 대다수를 싹쓸이해 가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려는 기업들은 줄 서있고,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HBM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D램과 달리 HBM은 여러 층을 쌓아 올리는 공정이 필요하고, 각 층을 연결하는 기술까지 들어가다 보니 공정이 훨씬 복잡하거든요. 그만큼 수율도 낮고 한 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 수밖에 없는 거죠.
독자 노선 걸어온 중국 반도체... 한국과 대만에 위협될까?
그런데 이런 시장에 중국 반도체가 명함을 내밀고 있습니다. 5월 25일에 열린 국제회로시스템 심포지엄 행사에 화웨이의 허팅보 반도체사업부 사장이 기조연설에 참여했습니다. 허팅보 사장은 이 행사에서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법칙을 공개했습니다. 이름하여 '타우 스케일링 법칙'이죠.
타우는 물리학에서 시간 상수를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기존엔 공간적으로 칩을 더 작게 만드는 공정 경쟁이었다면 화웨이는 칩 구조를 접어서 신호 전달 시간, 타우를 줄여버렸어요. 화웨이의 타우 법칙 핵심 기술은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기술인 '로직 폴딩'이라는 아키텍처입니다.
다만 로직 폴딩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연구되어 온 수직 적층 방식을 화웨이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거라 할 수 있죠. 화웨이는 ASML의 EUV 노광장비 없이도 로직 폴딩을 이용하면 첨단 칩 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오는 2031년까지 14옹스트롬 수준의 반도체 성능 구현을 목표로 달려가겠다는 로드맵까지 밝혔죠. 실제로 EUV 없이 첨단 칩을 양산할 수 있는지, 또 실제 수율과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번 발표에 앞서서 쉬즈쥔 화웨이 회장은 미국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 기업과 산업을 압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변화와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사실 화웨이가 EUV 노광장비 없이도 첨단 칩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진짜 이유는,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막고 있으니까요.
원래 화웨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휴대폰이라던가 통신장비를 판매하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에 하이실리콘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반도체 설계 영역까지 시장을 확대했죠. 설계 구조는 Arm 것을 가져다 쓰고 생산은 대만의 TSMC에 맡겨서 반도체를 만들어 왔었어요.
그렇게 잘 굴러오던 화웨이의 반도체 사업이 거대한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미중 무역 갈등이 심해지자 2019년에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린 거죠. 미국의 기술, 미국의 장비를 사용하는 반도체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화웨이 입장에선 잘 구매해 오던 퀄컴 칩 거래도 어려워졌고, Arm, TSMC와도 더 이상 일을 이어올 수 없게 되었어요.
당시 회장이 나서서 미국 정부의 제재를 풀어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물론 화웨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의 파운드리 1위 기업인 SMIC와 연대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기술 격차가 커서 쉽지가 않았죠. 중국 정부에서 SMIC에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반도체 설비 장비 수입도 막혀서 제대로 풀리지가 않았죠. 바이든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 나아질까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수출 통제 기조는 더 강화되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결국 화웨이는 이렇게 사그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2023년 하반기에 화웨이는 자신들의 새로운 반도체 칩 기린 9000s를 공개했습니다. TSMC 없이, ASML의 최첨단 EUV 장비 없이 중국의 기술만으로 7나노미터급 고성능 반도체를 만든 겁니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완벽하거나 뛰어나진 않았지만, 불가능이라 생각한 걸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는 꽤나 큰 충격을 주었어요.
미국의 제재 이후 2021년 매출은 급감했지만 이후 절치부심한 화웨이는 오히려 4년 연속 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냈습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뿐 아니라 AI 반도체 역시 중국의 기술만을 활용해 설계하고 생산해내고 있어요. 화웨이가 중국 내부 수요에 집중하게 되면서 오히려 미국 기업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치게 된 격이 되어버렸죠.
이 지점을 가장 아쉬워하는 게 바로 젠슨 황입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만 없었다면 중국 시장에도 엔비디아의 GPU를 판매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중국 AI 칩 시장 전체를 화웨이에 내준 꼴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미국이 규제해도 꿋꿋이 살아 돌아온 중국 반도체의 저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투자에서 비롯되었어요. 사실 중국은 이미 2015년에 '중국제조 2025'를 통해 10년 뒤 반도체 자급률의 목표를 70%로 수립해 달려왔습니다. 이를 위해 3차에 걸쳐 대규모 기금 투자를 진행했죠.
중국은 대기금을 주축으로 반도체 제조 뿐 아니라 제조에 필요한 장비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ASML 장비 못하면 중국 기업이 만들겠다는 거죠. 당연히 최첨단 장비와의 기술 격차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산 장비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요. 반도체 제조사가 신규 생산라인을 만들면 자국산 장비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식으로 말이죠.
중국은 미국의 제재라는 엄청난 역경을 오히려 독자 기술 개발의 기회로 삼아버렸습니다. 물론 첨단 기술과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역시 격차를 벌리기 위해 달려 나가고 있으니까요. 또한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반도체 제조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역시 얕볼 수 없을 겁니다. AI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기업과 국가들의 경쟁.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Global equity market rankings | HSBC, CNBC
- Foundry 2.0 Market Revenue Share, 2025 | Counterpoint Research
- HBM 수요 추정 및 HBM 수급률 전망 | 한국투자증권
- LogicFolding Concept Explained | HUAWEI
-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대기금) 출자 규모 | 중국민생증권, KIEP, 미래에셋증권
- Nvidia says it has 'largely conceded' China's AI chip market to Huawei | CNBC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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