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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입은' 유대인 정착민(?)의 브레이크 없는 폭력

'제복 입은' 유대인 정착민(?)의 브레이크 없는 폭력
▲ 이스라엘군 장병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차량이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고, 멈춰 선 차량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엔 총을 든 두 군인이 도로를 막고 서 있다가 영상에서 사라집니다.

영상에는 소리가 없어 군인이 정확히 언제 차량에 총격을 가했는지 불분명합니다.

군인들이 떠난 뒤, 차에서 내린 가족들은 차량에서 피를 흘리는 아이를 안고 나와 인근에 있던 다른 차량으로 옮겨탑니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 비첼렘(B'Tselem)이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이 22초짜리 영상은 지난 5일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의 텔 루메이다에서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이스라엘군 병사의 총격에 사망한 7개월 된 팔레스타인 영아 샘 아부 하이칼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사건 발생 당일 아이의 사망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해당 병사는 차량이 군인들을 향해 속도를 높이며 돌진하는 것으로 판단해 발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비첼렘 측은 영상 속 장면을 근거로 군의 해명이 사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며 정지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군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군 병사가 유대인 정착촌 활동가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폭력을 비호 또는 지지하거나 이번처럼 직접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는 사례는 최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치안을 관장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재정을 관장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우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인사들의 부추김 속에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끔찍한 기습공격이 촉발한 가자 전쟁, 그리고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사이, 이스라엘의 점령지 서안에서는 또 다른 비극이 조용히, 그러나 매우 끔찍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입니다.

극단적인 정착촌 활동가들이 휘두르는 폭력과 이스라엘군의 묵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테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극악무도해진 정착민들의 폭력에는 이전과는 다른 이스라엘 군 내부의 구조적 변화와 영토에 대한 야욕이 숨어 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적합니다.

우선 서안의 치안을 담당하는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와 레바논 전선으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서안에 지역 방위 예비군 부대, 이른바 '하그마르(Hagmar)'를 투입했습니다.

문제는 이 부대의 구성원 대다수가 인근에 거주하는 유대인 정착민이라는 것인데, 이스라엘군은 이들에게 약 7천500정의 무기를 지급하고 초소 경계, 순찰 등의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유대인 정착민들이 이스라엘군 제복을 입고 무장한 채 정착촌 운동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극단주의적 이념을 가진 이들이 군복을 입고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구금하고 구타하거나, 다른 민간인 정착민들의 폭력을 적극적으로 방조하는 끔찍한 상황도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이 단순히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휘두르는 폭력의 진짜 목적이 맹목적 증오를 넘어 치밀하게 계산된 '추방'과 '인종 청소'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 하켈의 콰마르 미쉬르키 아사드 변호사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들의 행동은 서안과 그 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한 도구"라고 규정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유대인 정착민들은 무력과 공권력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농부들을 경작지에서 쫓아내고, 유목민 마을에 불을 지르고 가축과 반려동물을 학대하는가 하면, 올리브 수확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림으로써 그들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떠나도록 강요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에만 1천7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강제로 이주당했고, 서안 내 수십 개의 지역 사회가 완전히 텅 비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민단체가 정착민 군인들의 폭력을 군에 고발하면, 군 당국은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시점이 군사 임무와 무관하다며 기소를 회피한다고 합니다.

또 민간 경찰 측에서는 군복을 입은 이들의 사건에 개입하기를 꺼립니다.

설사 군사 범죄로 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범죄 수사 개시 여부는 전적으로 해당 지역 지휘관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휘관 역시 정착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착민들과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경우가 많아, 부하들의 폭력을 가볍게 눈감아주기 일쑤입니다.

국가 당국의 암묵적 묵인 속에 형성된 이 완벽한 '면책의 고리'가 정착민들의 테러를 조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서안에서 벌어지는 제복 입은 유대인 정착민의 폭력을 '구조적이고 조직화한 테러'라고 비난하는 이유입니다.

(사진=이스라엘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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