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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 한 장이 바꾼 인생…종이접기는 문화와 문화 잇는 언어"

"색종이 한 장이 바꾼 인생…종이접기는 문화와 문화 잇는 언어"
▲ 신명숙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디트로이트지부장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를 접한 아이는 사회의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어요. 이 믿음은 20년간 교육 현장에서 경험하며 확인한 사실입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20년째 K-종이접기(Korea Jong ie jupgi)를 가르쳐온 신명숙(61) (재)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디트로이트지부장은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색종이 한 장으로 시작한 그의 교육 철학은 딸과 아들을 아이비리그와 명문 로스쿨로 이끌었고, 그 자신은 미국 주류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한류 전도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미술교사 출신인 신 지부장은 2002년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전하고 정체성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한글학교 교사로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면서 종이접기를 수업에 접목한 것이 결정적 전환점이 됐습니다.

"노 이사장의 열정과 종이접기의 무한한 가능성에 깊이 매료됐고, 제 인생은 그때부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첫 도전은 디트로이트 코넌트 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재능기부 행사였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종이접기를 신청했지만, 막상 행사장에 들어서자 다른 참가자들의 규모와 전문성에 압도돼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종이접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3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이 어깨너머로 익힌 종이접기로 각자 테이블을 맡아 아이들을 이끌기 시작한 것입니다.

행사장에는 전교생과 학부모, 교장까지 몰려들었고, 행사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신 지부장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이후 그의 활동 무대는 넓어졌습니다.

한인회 행사를 비롯해 미시간 문화회관, 시카고 어린이 박물관, 미시간대학 등 다양한 기관에서 K-종이접기를 전파했습니다.

미시간주 셸비타운십 커뮤니티센터에서 미국 노년층을 대상으로 '종이접기 교실'을 열자 현지 방송 '셸비-TV'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종이접기 수업 후 포즈 취한 태극마을 어르신과 신명숙(뒷줄 왼쪽서 2번째) 지부장 (사진=신명숙 지부장 제공, 연합뉴스)
▲ 종이접기 수업 후 포즈 취한 태극마을 어르신과 신명숙(뒷줄 왼쪽서 2번째) 지부장

어르신들은 복주머니·저고리·전통부채 등 한국 전통 소재를 접으며 우리 문화의 멋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의 20년 활동 중 한 축은 디트로이트 외곽 '태극마을'입니다.

한국계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이 공동체를 그는 매주 수요일 찾아가 종이접기를 가르쳤고, 설날 떡국 잔치 봉사도 했습니다.

"2008년부터 종이접기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시던 안나 할머니는 이제 106세가 되셨지만, 여전히 정정한 모습으로 행사마다 참석해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세요. 할머니는 직접 접은 백조 한 쌍과 꽃, 꽃병 작품을 성당에서 세례받는 분들에게 선물하시곤 했습니다. 종이접기는 그분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기쁨과 희망을 전하는 소중한 낙이었던 것 같아요."

40여 년간 분회로 머물던 민주평통 미시간 조직을 지회로 끌어올린 것도 그였습니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분회장을 맡은 그는 2023년 제21기 출범과 함께 정식 지회로 승격되면서 초대 지회장에 임명됐습니다.

민주평통 주관으로 나라꽃 무궁화 접기와 무궁화 심기 운동도 벌였습니다.

평화통일 기원 종이 고깔 8천만 개 접기 운동에도 앞장섰습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두 자녀도 자연스럽게 그 여정에 동행했습니다.

아들은 학교 특별 수업에서 종이접기 작품을 전시·발표했고, 현재는 IT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딸의 성장은 두드러졌습니다.

중학교 시절 지역 방송에서 영어로 종이접기 수업을 진행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종이접기 동아리'를 결성해 대표를 맡았습니다.

고교 시절 '종이접기 동아리' 결성한 신 지부장 딸 소피아 김(오른쪽서 2번째)양. (사진=신명숙 지부장 제공, 연합뉴스)
▲ 고교 시절 '종이접기 동아리' 결성한 신 지부장 딸 소피아 김(오른쪽서 2번째)양

세계 환경 보호 캠페인과 시니어 센터 봉사활동에서도 종이접기로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고교 3학년 때는 시카고 중서부 한인회가 주최한 차세대 콘퍼런스에 현지 정치인·교수들과 나란히 강사로 이름을 올려 '무궁화 접기로 한반도 지도'를 만들어 한국 문화를 알렸습니다.

딸은 수석 졸업상을 받으며 고교를 졸업한 이후 명문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신경과학(Neuroscience)을 전공했습니다.

재학 중 펜실베이니아대 암 병동 환자들에게 종이접기 재능기부를 하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환자들에게 종이학 접기를 가르치며 희망을 나눴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의약품·의료기기 산업과 법이 만나는 접점에 관심을 갖고, 조지타운 로스쿨에 입학해 조지타운 로스쿨 저널 편집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글로벌 대형 로펌인 레이섬 앤 왓킨스와는 졸업 후 입사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입니다.

신 지부장은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색종이 한 장이었다"며 "종이접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한 아이의 가능성을 깨우고 삶의 방향을 만들어준 힘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이접기는 세계에 한국을 알리며 문화와 문화를 잇는 언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종이접기를 전파하는 그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또 다른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신 지부장이 지도·자문하며 이끌어온 종이접기 재능기부 모임 '폴폴'(Falling in Folding)과 학습 동아리 '종이놀이터'가 지역사회에 작은 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폴폴은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 지부장은 오는 27일 동탄호수공원에서 '종이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전시·체험 부스를 열고 시민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그는 향후 동탄호수공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대규모 종이접기 퍼포먼스를 개최하고, 종이접기와 그림을 접목한 새로운 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종이접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진=신명숙 지부장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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