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관에 쌓여있는 직구물품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초고환율 시대가 도래하며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수요가 위축된 데다 전문 업체들 경영난까지 겹치며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직구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오늘(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소재 해외직구 배송대행업체 투패스츠는 지난 3월부터 국내 배송이 진행되지 않거나 고객센터 답변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700여 명이 모인 상태입니다.
2013년부터 영업해온 투패스츠는 미국 배송대행지에서 물건을 검수하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보내는 '깡통배송'으로 업계 최저 수준 대행비를 내세워 직구족에게 인지도가 높은 곳입니다.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347명 응답)에 따르면 미출고 신고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급증해 매일 같이 접수되는 양상입니다.
응답자 가운데 10명은 1천만 원 이상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습니다.
일부는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다고 합니다.
30대 김 모 씨는 "지난달 240달러(약 37만 원) 상당 운동화를 주문해 배송비 결제까지 마쳤는데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다"며 "소액이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피해 신고가 급증한 시점은 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되고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인 33단계로 치솟은 시기와 겹칩니다.
피해자들은 고환율·고유가로 인한 비용 부담을 업체가 감당하지 못해 화물을 묶어두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업체는 한국시간으로 오늘 오전 5시 40분 홈페이지에 "최근 운영상 어려움과 심각한 자금 문제로 고객 다수의 주문이 정상적으로 출고되지 못했다"며 "신뢰를 저버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부터 보관 중인 물량에 대한 출고 작업을 순차 진행할 예정"이라며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투패스츠 외에도 W사, N사 등 일부 업체에서 배송 지연이나 운영 차질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폐업 수순을 밟은 직구업체 코트리에 이어 부실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직구업계 한 관계자는 "1,5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영세업체일수록 견디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오전 2시 야간 거래 마감을 앞두고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장중 고가 1,597.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환율이 1,000원대 초중반이던 2010년대 초반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직구가 환율 급등으로 최대 장점인 가격 경쟁력을 잃은 셈입니다.
당시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다이슨 청소기, 삼성·LG의 대형 TV 등을 국내의 절반 수준에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직구가 폭증했고, 2010년대 한국 중산층 소비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합리적 가격으로 유명한 미국 알레르기성 비염약 '커클랜드 알러텍'을 직구해온 30대 장 모 씨는 "가격이 2만 원 초반대에서 3만 원 후반대로 뛰어 장점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이 추이라면 직구할 이유가 없어 동일 성분 한국 제품 구매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9천7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2분기(5.6%)와 3분기(9.2%) 내내 5∼9%대를 이어가던 성장세는 4분기부터 1.6%로 주저앉았습니다.
한국은행의 지난 5일 발표에서도 1분기 온라인쇼핑 해외 직구 규모는 13억5천만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13.1% 감소했습니다.
직구 시장의 지형 변화도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계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미국·유럽 중심이던 전통적인 '직구'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해외직구액 가운데 중국 비중이 1조2천276억 원으로 전체의 60%를 넘어섰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구매대행·배송 대행 플랫폼 거래가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영세 사업자가 피해배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소비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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