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전문가나 동호인들만 알 수 있었던 제품 정보가 AI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손쉽게 제공되면서입니다.
어제(7일)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아내가 생성형 AI로 새로 산 키보드 값을 정확히 알아내 난처해졌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성자는 100만 원이 넘는 고가 키보드를 구매했지만, 아내에게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C-커머스) 플랫폼에서 값싸게 부품을 산 뒤 15만 원 정도 들여 교체한 것"이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러나 이를 수상하게 여긴 아내가 생성형 AI에 키보드 사진을 올려 가격을 물어보자 AI가 실제 가격에 근접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거짓말이 들통났습니다.
그는 "와이프가 컴퓨터를 잘 몰라 지금까지는 넘어갔는데 AI 때문에 결혼생활에 대위기가 왔다"고 토로했습니다.
고가 취미용품 가격을 배우자에게 축소해 설명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입니다.
고가 취미용품 가격을 배우자에게 낮춰 설명하는 것은 평화 유지를 원하는 기혼자들의 오래된 '비책'입니다.
해외 취미 커뮤니티에서는 "내가 죽으면 아내가 물건을 내가 말한 (저렴한) 가격대로 처분할까 봐 두렵다"라는 문구가 밈처럼 사용됩니다.
낚시 장비와 골프채, 카메라, 게임기, PC 부품 등 고가 취미 용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배우자 몰래 비용을 숨기거나 실제보다 저렴하게 설명하는 상황을 풍자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 같은 농담도 점차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지난해 3월 한 해외 자전거 동호회 페이스북 그룹에는 "AI의 새로운 피해자가 됐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게시물에는 아내가 생성형 AI에 고급 자전거 사진을 올린 뒤 "남편은 이 자전거가 300달러(약 46만 원)라고 했는데 맞느냐"고 묻는 대화 화면이 담겼습니다.
AI는 자전거의 브랜드와 부품 구성을 분석한 뒤 "수천 달러 상당의 고급 모델로 보이며, 사양에 따라 1만 달러(약 1천500여만 원)를 넘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게시물에는 "왜 이런 걸 공개해서 우리까지 배우자에게 혼나게 하나", "디지털 고자질쟁이"라는 농담 섞인 반응과 함께 "AI의 피해자가 아니라 배우자에게 거짓말하다가 들킨 것뿐"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취미 용품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AI를 활용해 제품의 적정 가격을 추정하는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당근은 지난해 7월 이용자가 판매하려는 물건을 촬영하면 AI가 유사 거래 사례를 분석해 예상 판매가를 제시하는 '내 물건 가격 찾기'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판매 경험이 많지 않은 이용자도 적정 가격대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입니다.
명품 시장에서도 AI 감정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트렌비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사진 기반 AI 정·가품 감정 서비스 '클루비'는 사용자가 명품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정·가품 가능성과 근거를 제시합니다.
사람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던 감정 영역에도 AI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 전문가나 동호인의 경험에 의존했던 정보에 일반 소비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진만으로 제품 가치와 특성을 추론할 수 있는 AI가 등장한 배경에는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 등 여러 형태의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AI) 기술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상균 경희대 AI비즈니스 MBA 주임교수는 "예전 이미지 인식 AI가 '이것은 가방이다' 정도 분류에 머물렀다면 최근 멀티모달 AI는 로고와 형태, 부품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품의 가치까지 추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명품 감정이나 고가 취미용품의 시세 파악은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동호인이나 전문 감정사의 머릿속에 축적된 지식이었다"며 "AI가 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만들면서 일종의 '감별 지식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AI는 사진이 보여주는 정보만 분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 현상은 전문가의 대체라기보다 전문가를 위한 1차 필터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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