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CEO의 이동 동선과 예상 방문지를 지도 형태로 표시하고, 엔비디아 관련 한국 상장사의 주가 움직임을 함께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해 수만 명이 접속한다는 뉴스도 나온다. 그의 동선과 언급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가 들썩이기 때문이다. 강화되는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
7개월 전 약속한 GPU 26만 장의 공급 동선이 힌트?
지난해 10월의 1차 방한을 돌아보면,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황 CEO가 공급을 약속한 26만 장의 수혜자 중에 네이버가 포함돼 있다. 정부가 약 5만 장, 삼성전자가 5만 장, SK가 5만 장, 현대차가 5만 장, 그리고 네이버가 6만 장 정도를 받게 되는 것으로 발표됐는데, 정부는 국가적인 AI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즉 한국형 소버린AI의 기반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고, 네이버는 기존의 AI인프라에 6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확장해 소버린AI와 각 산업에 특화된 '피지컬AI'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었다.
삼성전자는 이 GPU를 활용해 반도체AI 공장을 구축하는데, 복잡한 초정밀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AI를 통해 대폭 효율화하는 개념이다. 현대차는 자사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레벨 업그레이드와 학습 모델 개발은 물론 로봇제어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2가지 핵심 키워드를 유추할 수 있다. 바로 '클라우드', 그리고 '피지컬AI'이다. 결국 이번 두 번째 방한의 목적은 1차 방한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젠슨 황의 큰 고민은 '차단된 중국'..더 귀해진 한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중국은 양적인 면에서 이미 세계 1위의 로봇 산업 국가이다. 제조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 수는 200만 대 이상으로 세계 설치량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연간 5천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며 세계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에 로봇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실제 행동 데이터를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무상 제공하면서, AI를 로봇의 두뇌로 탑재하는 피지컬AI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무서운 성장세지만 딥시크 등 중국 AI플랫폼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로봇의 AI융합'이라는 AI의 다음 단계 확장에서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와 저렴한 생산 비용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엔비디아에겐 큰 장벽일 것이다. '황 사장'에게 한국이 왜 절실한지 짐작할 수 있다.
국제표준 선점 노리는 엔비디아..진정한 깐부 될까?
황 CEO의 1차 방한 당시엔 엔비디아는 ⓵AI칩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고객'과 ⓶자사가 생산하는 GPU에 들어갈 한국산 '반도체의 공급 확보'라는 실익을 얻었다는 보도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2차 방문과 연결지어보면 나름의 큰 그림이 준비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심할 만하다. 중국을 뺀다면 피지컬AI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수인 다양한 제조업 현장의 데이터를 가진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생각과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관성과 물리적 법칙을 이해해야 자율주행이나 로봇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표준화해 AI에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로봇을 움직이는 과정도 5G 통신 방식처럼 하나의 국제 표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생산해도 애플 기반, 안드로이드 기반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엔비디아는 GPU 기반 AI가속기에 독점적 기술력을 가졌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이 칩에 의존하는 또 하나 이유는 엔비디아 칩에서만 호환되는 AI개발 생태계(플랫폼)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의 세계로 복제하는 '옴니버스'와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같은 자사 플랫폼을 개발해왔는데, 이 플랫폼을 한국 제조업계가 활용하도록 해 앞으로 피지컬AI 플랫폼을 주도하고 나아가 국제 표준화하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도 별도의 피지컬AI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관련 산업에 필수적인 AI가속기 칩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차피 협력과 절충이 필수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어떤 방식이든 한국에는 큰 경제효과가 예상되지만, 우선 한국 AI산업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엔비디아 동맹에 참여하더라도 동맹으로서의 자주성과 확장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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