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공원이 심장을 살린다"…녹지율 따라 심혈관질환 17% 차이

"공원이 심장을 살린다"…녹지율 따라 심혈관질환 17% 차이
▲ 도심공원 (자료사진)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만큼 질병 부담과 의료비 지출이 큰 질환으로 꼽힙니다.

그동안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같은 개인의 질환이나 생활 습관이 주로 지목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주거 환경 역시 심혈관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학술지 '위생 및 환경보건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Hygiene and Environmental Health) 최신호에는 집 주변 공원과 녹지가 많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아지는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습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및 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센터 공동 연구팀(김은지·권준현·정윤재)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성인 32만 1천999명을 2010∼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추적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면적 중 공원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한 뒤 이를 4개 구간으로 나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추적 기간 거주 지역 유형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로 한정했습니다.

이 결과 공원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천 명당 연간 3.59건이었지만, 공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2.60건으로 낮았습니다.

연령, 성별, 소득 수준, 흡연 여부, 장애 유무, 동반질환 등 주요 변수들을 모두 보정한 이후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공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지역 거주자보다 17% 낮은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심혈관질환을 심근경색, 심부전, 뇌혈관질환 등으로 나눠 분석해도 모든 질환에서 보호 효과는 유사했습니다.

특히 녹지 비율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6%씩 감소하는 뚜렷한 '용량-반응 관계'도 관찰됐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서울과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만 공원 비율이 높아질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명확한 경향이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녹지 비율이 가장 높은 구간에서만 유의한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대도시와 농촌의 환경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대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교통량이 많아 대기오염, 소음, 열섬현상 등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습니다.

따라서 공원과 녹지가 제공하는 건강상의 이점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농촌은 행정적으로 지정된 공원 면적이 작더라도 산과 들, 농지 등 자연환경이 풍부해 공원 면적만으로 실제 녹지 노출 수준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공원은 어떻게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일까? 연구팀은 무엇보다 신체활동 증가를 꼽았습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측정한 일반 녹지는 농경지나 울창한 산림, 도로변 수풀처럼 실제 이용이 어려운 공간까지 포함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공원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접근해 걷고 뛰고 운동할 수 있도록 조성된 생활 기반 시설입니다.

실제로 연구진의 추가 분석에서는 주거지 주변 공원이 주민들의 신체활동을 늘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공원이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는 행동 변화를 이끄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신적 건강 효과도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습니다.

자연환경에 노출되면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원은 이웃과의 교류와 산책, 여가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공동체 결속력을 높입니다.

이러한 정신·사회적 안정은 자율신경계 균형을 개선해 심혈관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환경적 위해 요인을 줄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입니다.

도심 속 나무와 식물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소음을 완화하는 천연 완충지대 역할을 합니다.

대기오염과 소음은 모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환경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건강한 사회적 규범 형성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흡연은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연구진은 공원이 잘 조성된 쾌적한 지역일수록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흡연율이 낮아지거나 스트레스 감소로 인해 흡연 의존도가 줄어드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은지 교수는 "이번 연구가 공원이 심혈관질환을 직접 예방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추적에서 일관된 효과가 확인된 점은 의미가 크다"면서 "도시계획과 토지 이용 정책을 통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과 녹지를 확충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공중보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