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대국민 사과 (오늘)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대국민 사과문 중에)
"제 잘못"이라는 말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 신세계 측의 설명을 더하자면, "그룹 회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고, 경찰 수사를 포함해 모든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정용진, "모든 책임 제게 있어"…"직원들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정 회장이 회견장에서 퇴장한 뒤, 신세계 임원들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면서 궁금해 했던 것은 이번 사건이 고의로 벌인 일이었는가와 이렇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일이 왜 회사 내부 점검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느냐였습니다. 신세계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고의적으로 기획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내부 점검과 리스크 관리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의성 정황 없어"…팀원 3명이 휴대폰 제출 거부해 조사 한계
다만, 팀원 5명 가운데 3명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서 이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회사는 제출을 강요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겠습니다.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도 회사 서버에 1주일만 저장되기 때문에 역시 기획 초기에 오간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팀원 5명은 20대 초반이 2명, 30대 후반이 3명이고, 청년 세대인 이들의 역사 의식이 회사나 사회가 느끼는 역사 의식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게 신세계 측 판단이었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오간 팀원들 간 대화에서 이런 부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고의성 여부에 대한 신세계의 결론은 "판단 유보"입니다. 앞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5.18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내부 점검 절차는 전무"…"사회적, 역사적 민감성 부재 확인"
▲ 탱크데이 프로모션 이벤트 이미지
두 번째 이슈인, 내부 점검과 리스크 관리는 사실상 0점이었습니다. 4단계 결재 과정에서 누구도 '5.18에 탱크데이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고,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가운데 일부는 '탱크데이', '책상에 탁' 같은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 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마케팅의 즉시성만 우선시하다 보니, 법무팀의 검증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회사 내부에 사회적, 역사적 민감성이 부재한 것을 확인했다는 게 신세계가 이번 조사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오늘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남은 변수는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팀원 3명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로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립니다. 정용진 회장 등이 고소 당했는데, 범죄 혐의는 5.18 특별법상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법조인도 이번 사건으로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특정하는 문제 등을 감안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만약 마케팅 실무진 상대로 범죄 혐의를 포착된다 해도 정용진 회장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비난과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나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지만, 5.18 유공자와 유족들이 정용진 회장에 대한 처벌을 여전히 원하고 있어서 경찰 수사는 그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 정용진 회장 규탄 회견 (오늘, 5.18민주광장)
정용진 회장의 사과에 대해 민주당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선거가 끝나고 같이 만나거나, 상임위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자신이 "사안을 충분히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고, 경솔하게 표현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발언이었고, 혼선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사과의 뜻을 밝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조치, 재발 방지 대책을 함께 제시하고 광주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분명히 설명드려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한 것을 보면, 책임 있는 조치 등이 빠지지 않았느냐는 문제 제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과의 진정성 의심케 하는 대목들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대국민 사과문 중에)
사과를 받는 사람이 흔쾌히 사과할 마음이 생기게 하려면,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 우리 사회는 사과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공통의 기준을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사과하는 사람이 결코 해선 안 될 말이 '이유가 무엇이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등의 말입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고 어떤 피해를 줬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야 용서 받는 사과가 가능하다는 것이겠죠. '이유가 무엇이든' 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납작 엎드리고 보자는 예전의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사과문 중 이 대목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대국민 사과문 중에)
지금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회장이 국민들에게 이런 '이해'를 구할 상황인지 심각하게 의문이 듭니다. 지금은 5.18 유가족과 고 박종철 열사 유가족 그리고 국민의 용서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아닙니까? 자신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할 만큼 다 했고 이제 그 결과를 내놓으니 '이해해 달라'는 뜻일까요? 화해와 화합을 얘기하는 것은 피해자의 몫이지, 스스로 가해자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정용진 회장이 지금 할 말은 아닙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