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 촬영
배우자의 외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촬영한 사진은 민사소송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 씨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B 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A 씨는 배우자와 이혼소송 중이던 2019년 9∼11월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B 씨 등의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또 배우자 휴대전화에 보관된 문자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이에 A 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확정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A 씨가 2022년 1월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B 씨 등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입니다.
차에 설치된 녹음기로 얻은 녹음파일과 휴대전화 촬영 사진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되고, 이런 녹음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은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를 촬영한 사진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지만, 자유심증주의를 택하는 민사소송에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해서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증거능력 여부는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 형량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이때 사건의 내용과 성격, 문제 된 위법행위의 주체·경위,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증거확보의 필요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아울러 이 사건 증거의 성격상 사생활과 관련될 수밖에 없으나 분쟁 양상에 비춰 B 씨 등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해당 증거는 배우자와 B 씨 등의 부정행위 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필요성이 크다"며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던 점을 고려하면 증거 확보의 긴급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부정행위를 인정해 B 씨 등의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 여부는 앞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사건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특수교사는 1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2심에선 주 씨 측이 아들의 옷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대화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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