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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협상해도 결국 평행선…성과급에 발목잡힌 삼성전자

마라톤 협상해도 결국 평행선…성과급에 발목잡힌 삼성전자
▲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사후조정에서까지 불발되면서 각계가 우려했던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단기 피해는 물론,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속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수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오늘(13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17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사후조정은 조합에서 결렬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의 핵심 요인은 성과급 재원 기준 및 상한 폐지의 제도화였습니다.

노조 측은 조정안에 자신들이 일관되게 요구한 성과급 상한 폐지 및 투명화, 제도화가 하나도 관철되지 않았고 오히려 퇴보했다며 결렬 이유를 밝혔습니다.

최 위원장은 "조정안은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와 연봉 50% 상한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매출 및 영업이익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만 특별 보상으로 OPI 초과분에 대해 영업이익 12%(부문 7·사업부 3)를 적용하겠다고 제시했습니다.

또한 사측은 OPI주식보상제도 확대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OPI주식보상제도란 기존 OPI 제도에서 최대 50%까지는 주식으로 선택해 받는 제도(선택 시 15% 추가 지급, 1년 매도 제한)를 뜻합니다.

앞서 노조는 '영업이익 15%' 고정 배분이 불가능할 경우 OPI주식보상 제도를 확대해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사후조정울 주관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노조에 제시한 안이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조정안을 만들기 위한 초안이었을 뿐 공식 조정안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정안은 제시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제시하는 건데, 중노위에서 아직 그 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도 "공식적으로 회사가 안을 내놓진 않았다"며 "조정안이 나왔으나 해당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제도화 없이는 회사의 성과급 확대 약속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최 위원장은 "회사는 그동안 성과가 잘 나왔을 때 축적해 뒀다가 적자 시 보전해주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사업도 원팀으로 협업해 결과를 내면 보상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개발 이후에 모두 다 흩어졌다.

따라서 노조는 회사의 명문화란 말을 사실 믿지 못하겠고, 명확하게 제도화를 요구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제도화가 미래 투자 여력 감소, 사업부 간 보상 격차 확대, 타기업에 미칠 여파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주기적인 실적 변동 사이클을 지니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영업이익의 일부를 고정해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업황 둔화 시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자본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성과급 고정 비율 제도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정착하면, 다른 기업까지 노사 갈등이 확대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사후조정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는 앞서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현재 (총파업에)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천 명"이라며 "지금 회사 안건으로 봤을 때는 5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산 차질 발생 시 글로벌 공급망 혼선, 고객사 피해 및 납기 차질로 인한 주문 이탈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에 연쇄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1차 협력회사는 1천61개, 2·3차 협력회사는 693개에 달합니다.

중소 협력사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및 파견 인력에 대한 고용 불안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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