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의 봄, 빨라진 산란
홍도는 국내 최대의 괭이갈매기 번식지다. 거제도와 일본 쓰시마섬 사이, 한려해상국립공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사전 승인을 받은 5명만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섬. 육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천적도 좀처럼 발을 들이지 못한다. 국립공원연구원 기후변화연구센터의 김진원 책임연구원은 "먼 해양이어서 아무래도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통제된 무인도에서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진은 14년째 매년 봄, 첫 알이 놓이는 날을 기록해 왔다.
올해 첫 산란이 확인된 건 3월 31일이었다. 2012년 첫 조사 때는 4월 4일, 가장 늦었던 2013년에는 4월 12일이었다. 들쭉날쭉했던 14년의 기록을 한 줄의 선으로 이어보면, 산란일은 매년 평균 0.6일씩 앞당겨졌다. 그렇게 누적된 전체적인 변화 폭은 8일이다.
두 배 빨리 데워진 바다
홍도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홍도 주변에서 측정한 해수면 온도는 30년간 0.78℃, 독도 주변은 1.56℃ 올랐다. 작아 보이는 숫자지만, 바닷속 생태계에는 결정적인 변화다.
수온이 오르면 그 바다에 사는 어종이 바뀐다. 한류성 어류는 북상하고, 그 자리를 아열대성 어류가 채운다. 갈매기의 식탁도 따라 바뀌고, 먹이가 나타나는 시점이 달라지면 산란 시점도 흔들린다. 소순구 국립공원연구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은 "열대성 어류의 출현이나 어류상의 변화는 갈매기의 먹이원이 되기 때문에 (번식 주기 변화에) 충분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긋나기 시작한 시간표
문제는 빨리 알을 낳는 것 자체가 아니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먹이가 그 자리에 있느냐다. 갈매기는 따뜻해진 바다에 맞춰 산란을 앞당기고 있지만, 먹이가 되는 어류와 플랑크톤이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종은 기온 변화에 민감해 빠르게 반응하고, 어떤 종은 그렇지 않다. 그 시차가 점점 벌어지면 새끼가 태어난 시점과 먹이가 풍부해지는 시점이 어긋난다. 폐사율은 오르고, 번식 성공률은 떨어진다. 학계는 이런 어긋남을 '페놀로지 미스매치'라 부른다.
국립공원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산란 시기와 해수면 온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수온 변화가 먹이 자원의 분포와 출현 시기를 바꿔 번식 시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 흔적은 홍도의 다른 지표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한 둥지에 놓인 알 개수는 1.98±1.4개, 알 크기는 58.92±3.95㎤. 두 지표 모두 2017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이후 회복으로 돌아섰다. 보고서는 이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스트레스와 적응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의 어제, 한국의 오늘
한국 홍도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개체수 감소까지는 가지 않은, '산란 시기가 빨라지는' 단계. 그러나 변화의 입구에 서 있는 건 분명하다.
남해로 올라온 어종, 거제로 들어온 나무
육지의 풍경도 함께 바뀌고 있다.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본래 일본 혼슈·시코쿠·규슈의 상록수림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난대성 상록교목, 사철검은재나무가 2021년 이곳 해안 사면에서 처음 실물로 확인됐다. 1963년 문헌에 식물명이 기록된 이후 약 60년간 국내 분포 기록이 없어, 한때 국내 식물목록에서 제외되기도 했던 종이다.
이후 정밀 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577그루가 확인됐다. 거제도 한 곳이 국내 유일 자생지다. 다만 꽃을 피우는 성숙한 개체는 단 3그루(0.52%)뿐. 다시 말하면 새 개체 대부분이 어린 나무란 얘기다. 소순구 센터장은 "어린 개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봤을 때 최근 종자를 통해 많은 확산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 변화로 따뜻해지는 기온과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은 사철검은재나무를 '위급(CR)' 등급으로 판정했다. 자생지가 해안 사면에 좁게 분포해 태풍과 집중호우에 취약한 탓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자생지를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성숙 개체에서 종자를 확보해 증식장에서 별도로 보전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