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쯤이면 이 등산로는 다시 러브버그로 뒤덮인다. 작년 여름, 등산로 돌은 온통 까맸다. 벌레가 빼곡히 들러붙어 본래 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방법이 없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 1천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90.7%가 러브버그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88.2%는 심리적 불편을, 89.8%는 방제 강화 필요성을 호소했다. 사람을 물지도 않고 병원균도 옮기지 않는 곤충이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함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2024년 9,29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는 5,282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분포 지역 자체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러브버그, 어디서 왔을까?
러브버그를 흔히 '미국 플로리다의 그 벌레'로 알지만, 사실은 다르다. 미국 종은 '플레시아 니어크티카'(Plecia nearctica)이고, 한국 종은 '플레시아 롱기포셉스'(Plecia longiforceps)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다른 종이다. 한국 종은 본래 동아시아 아열대(중국 동남부, 대만, 일본 류큐 제도)에 서식하던 것으로, 2022년 서울 일대에서 보고된 대발생은 학계에 알려진 이 종의 가장 북쪽 기록이자 온대 지역 첫 사례다.
한·중·일 연구진이 지난해 공개한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 한국 러브버그는 대만이 아니라 중국 북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연구진이 새로 보고한 중국 북부 칭다오 개체군과 한국 개체군은 자매 관계다. 일본 오키나와 개체군이 대만에서 건너간 것과는 경로가 다르다.
한국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다. 적은 수의 개체에서 출발해 빠르게 북상한 흔적이 뚜렷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제는 유충부터 잡는다
2015년 인천 부평구에서 첫 목격된 뒤 2022년 서울 17개 구로, 2023년에는 서울 25개 구 전역으로 번졌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18개 시까지 영역이 넓어졌고, 올해는 경기 최북단까지 진출한 셈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기온이 올라가면 곤충은 빨리 자라고, 더 많이 발생하고,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모기 잡던 미생물, 러브버그까지
Bti(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는 모기 유충 방제에 50년 가까이 사용된 미생물 살충제다. 토양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의 한 아종으로, 파리목 곤충 유충이 이를 먹으면 소화기관이 망가져 죽는다. 다른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박 연구관 팀은 본격적인 야외 적용에 앞서 러브버그의 근연종인 검털파리를 대상으로 실내 실험을 진행했다.
박 연구관은 "검털파리에 Bti를 적용했더니 48시간 안에 98%의 살충력이 나타났다"며 "러브버그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야외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백련산과 불암산 1만 2,600제곱미터에 Bti를 시범 살포했다. 6월부터는 광원 포집기와 고공 대량 포집기를 새로 설치하고, 강서·양천구에는 대형 살수 드론을 도입한다. 자치구 25곳에서 매일 발생 상황을 감시하는 체계도 가동된다.
60년 전 플로리다, 그 후
플로리다대 곤충학과의 노먼 레플라 교수가 2018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으깨진 러브버그 체액은 처음엔 약산성(pH 6.5)이지만 24시간 만에 강산성(pH 4.25)으로 바뀐다. 햇볕에 하루이틀 노출되면 차량 도장면이 영구 손상될 수 있다. 부딪힌 즉시 세차를 하거나 미리 왁스칠을 해두는 게 가장 확실하다.
정부도 올해부터 같은 내용을 담은 시민용 안내 문구를 배포한다. 러브버그가 사람을 물지도 병원균을 옮기지도 않지만, 차량 도장면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러브버그 다음, 또 무엇이 올까?
흥미로운 건 정작 플로리다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러브버그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는 곤충 개체 수의 전반적 감소 추세와 맞물린 현상으로 추정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문제는 러브버그 한 종이 아니다. 박 연구관은 "지구 온난화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생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도심에서 대발생하는 곤충을 법정 관리종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이 도심에서 마주치는 외래 곤충은 매년 늘고 있다. 러브버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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