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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다카이치에 뿔난 5만 명 '우르르'…카라 '미스터' 틀더니 "한국에 고맙다"

1. 카라 '미스터', 응원봉까지 등장..개헌 반대 집회 가보니
도쿄입니다. 지난 일요일, 5월 3일은 일본의 헌법기념일이었습니다. 2차대전 패전을 교훈 삼아 앞으로 영원히 전쟁을 하지 않고 군대를 갖지 않겠다는 반성을 담은 평화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와 집권여당 자민당은 이 평화 헌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 평화 헌법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도쿄에서 열렸는데요. 저희도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헌법 기념일에는 도쿄 아리아케에 있는 공원에서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엽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집회가 마무리될 즈음 주최 측에서 공식 발표한 참가자 인원은 5만 명이었습니다. 4년 전인 2022년에도 8시 뉴스에서 같은 집회를 보도해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땐 참여 인원이 1만 5천 명이었습니다. 당시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건데요, 이 집회가 열린 이래 최다 규모라고 합니다. 그만큼 올해 분위기가 더 뜨거웠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구호를 외칠 때였습니다. "헌법을 지키자", "다카이치 총리 퇴진하라" 이런 구호를 5만 명이 박자를 맞춰 한목소리로 외쳤는데요. 그 배경 음악이 어쩐지 귀에 익숙했습니다.

[헌법 개악 절대 반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카라의 '미스터'라는 곡입니다. 케이팝에 맞춰 수만 명의 일본 시민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저는 처음 봤는데요. 요즘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날은 집회가 낮에 있었지만 밤에 열리는 집회에는 응원봉을 들고 오는 일본인이 적지 않습니다. 2024년 12월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탄핵 촉구 집회와 양상이 비슷합니다. 당시에도 케이팝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응원봉을 흔드는 어리고 젊은 시민들이 많았는데 요즘 일본 집회도 그렇습니다. 보통 일본 집회에는 과거 학생 운동이 격렬했던 시대를 살았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이번 개헌 반대 집회에는 젊은 층도 상당수 참여했습니다. 일행 없이 혼자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한 여성 참가자가 있어서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태도가 당차고 소신이 분명했습니다.

[쿠라야나기/집회 참가자 : 오랜 기간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던 건 헌법 9조 덕분인데 (개헌으로) 나라를 전쟁으로 처넣으려는 행태에 강한 분노를 느낍니다. 다카이치 총리, 평화 헌법을 파괴하는 일 그만하세요.]

한국에 대한 호감을 직접 보인 다른 참가자분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어떤 참가자가 이걸 주셨는데요. 누빔 공예를 하는 분이셨는데, 공예품 이미지 위에 일본 헌법 9조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엽서를 만들어오셨더라고요. 응원봉 문화도 그렇고 이런 공예도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이 한국과 닮아 있었습니다. 일본 우익 집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 일본인 중년 남성분은 한국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도 하셨는데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개헌 찬성 집회도 있었습니다. 800명 정도 규모여서 개헌 반대 집회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주목할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개헌파 집회에만 별도로 자신의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일본 총리 : 논의를 위한 논의가 되어선 안됩니다. 저희 정치인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바로 결단을 위한 논의입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개헌을 위한 논의는 많았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2. 논란의 개헌, 어떤 내용이길래?
현행 일본 헌법은 79년 전 시행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습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개헌을 주장해 오긴 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실행에 옮기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추진되는 국정 과제가 된 겁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열린 자민당 당 대회에서 내년 봄에 발의를 하겠다는 분명한 시간표까지 제시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일본 총리 (지난달 12일 당대회) : "때가 왔습니다. 개헌안 발의 전망이 확정된 상태에서 내년 (봄) 당대회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자민당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 내용은 크게 4가지입니다. 편의상 번호를 붙이면 1번 평화 헌법 개정, 2번 긴급사태 조항 신설, 3번 참의원 선거구 합구 해소, 4번 교육 환경 충실화 등입니다. 그 중에 우리 입장에서 1번과 2번이 우선 관심이 가는데요, 우선 평화 헌법부터 보면요. 현행 일본 헌법 9조에는 전쟁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민당은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고 평화헌법 조항은 두고 자위대를 명기한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민당은 이미 존재하는 자위대를 써넣는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함정이 있습니다. 자민당이 2018년 마련해 놓은 초안을 보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헌법 9조는 유지하지만, 그 뒤에 "앞 조항은 필요한 자위 조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추가 조항을 넣었습니다. 추가 조항으로 평화 헌법의 핵심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이걸로는 반대 여론을 뒤집기 쉽지 않겠죠.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3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계적 개헌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평화 헌법 개정, 그러니까 자위대 명기보다 국민과 야당의 이해를 얻기 쉬운 긴급사태 조항 등을 먼저 추진하겠단 겁니다.

3. 만만치 않은 또 하나의 조항은?
자위대를 헌법에 넣는데 집착해온 만큼 실제 개헌에서 제외할지도 미지수이지만 우선 추진하겠다는 긴급사태 조항도 간단치 않습니다. 기본 골자는 대형 자연재해나 무력공격 등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긴급사태 발생시 국회의원 임기를 연장한다는 내용인데요. 문제는 여기에 세트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긴급정령'이라는 제도입니다. 긴급 사태가 되면 내각의 결정이 법률과 동등한 효과를 가지도록 한다는 겁니다. 야당의 견제가 불가능해지는 거죠. 자민당 초안에는 긴급정령 항목이 포함되어 있고요, 야당에선 내각의 권한 남용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내년 봄이라는 시간표를 내놓은 이상 개헌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 2를 넘기고 국민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필요합니다. 자민당은 현재 참의원 의석수가 부족한데 개헌에 긍정적인 야당 의원을 상대로 지금 초당적 세 규합에 나섰습니다. 빠르면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정 초안을 마련하고 내년 정기국회에서 표결에 부쳐 발의하는 흐름이 될 것 같습니다.

4. 다카이치,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이런 개헌 시간표는 다카이치 총리 자신의 재선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이변이 없는 한 총리가 되는 구조입니다. 다카이치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 말에 끝나기 때문에 총재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그 전에 헌법 개정안이 발의가 된다면, 당의 이념과도 같은 개헌에 처음 착수한 총재가 되기 때문에 경쟁자가 나서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자연스럽게 투표 없이 재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됩니다. 장기 집권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다카이치 입장에선 평화헌법 개정이라는 소신도 중요하지만, 여야 합의가 가능한 절충안을 마련해서 발의를 성사시키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민당이 개헌안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취재 : 문준모,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문현진, 영상편집 : 서병욱, 디자인 : 양혜민, 영상출처 : CLP, labornetTV,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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