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희(가명)┃예비 양부모 "자격 심의 통과하고 나서 기관 측에서 어떠한 연락도 먼저 받은 적이 없어요. 저희가 너무 답답하고 궁금하고 확인이 안 되니까 전화를 한두 번 드린 적은 있는데 '결연이 되면 등기가 간다' 정도의 답변을 계속 받았고요. 3월에 통지서를 받은 거죠. 계산해보니까 아동 월령이 (사전에 제출한 18개월을 넘어선) 45개월이더라고요. 저는 잘못 나온 줄 알았어요. 오타인 줄 알았어요. 자세한 사유는 심의에서 결정된 거기 때문에 알 수가 없고 공개할 수도 없다." |
|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류로만 주고받을 게 아니라 담당 직원이 부모랑 계속, 가능하면 계속 만나면서 면담도 했어야… 그러니까 이런 미스매치(불일치) 결과가 나오고 부모는 소위 말해서 과정에서 소외, 결정에서 소외되는 거죠. 담당자와 접촉을 시원하게 못 하고 그렇다고 연락도 잘 안되고. 들려오는 이야기는 '규정이 이러니까 이렇게 해주세요' 뭐 이런 얘기만…" |
공적 입양 체계 도입 이후 입양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입양 신청부터 법원 허가까지 평균 551일이 소요되면서, 이른바 입양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예비 양부모들 사이에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기관 간 조율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국가 중심 체계가 책임성을 강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관료주의로 인해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절차가 경직됐다는 비판 역시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은 입양 체계를 국가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약 70년간 민간 기관 중심으로 운영돼 온 입양 제도를 국가가 직접 관리·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법원의 역할과 개입 범위가 확대됐으며 입양 절차 전반을 공적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운영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법 시행 이후 예비 양부모 상담, 가정 환경 조사, 아동 결연, 사후 지원 등 기존 민간 기관이 담당하던 주요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중심 구조로 재편됐고 아동권리보장원과 위탁기관이 일부 실무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¹
이 변화는 국제 기준과도 연결돼 있다.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협약)은 국제 입양이 아동의 기본권 존중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협약은 ' 아동 최선의 이익 (best interests of the child)'과 ' 보충성 (subsidiarity)' 원칙을 핵심 가치로 삼는데, 가능한 경우 원가정 보호와 국내 보호·국내입양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협약은 입양 절차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각 국가가 중앙당국 (Central Authority)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² 한국의 입양 공공화 역시 이러한 국제 규범 수용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61년 제정된 「고아입양특례법」은 전후 급증한 보호아동 문제를 배경으로 마련됐다. 당시 우리나라의 공적 복지 체계는 제한적이었고, 해외 종교기관과 민간 입양기관이 보호·상담·결연·사후 관리 등 입양 과정의 상당 부분을 맡아 운영했다. 홀트아동복지회와 대한사회복지회 같은 기관들은 단순한 중개 역할을 넘어 준(準)복지체계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했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기관별 재량 범위가 넓고 운영 과정이 외부에서 충분히 확인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결연 과정은 외부 검증이 쉽지 않았고 기관마다 기준 차이도 존재했으며, 입양 이후 사후 관리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는 2020년 발생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반복된 학대 신고에도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입양기관의 사후 관리 체계 역시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입양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됐고, 국가가 입양 절차 상당 부분을 민간기관 중심 구조에 의존해 온 가운데 공적 관리와 감독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이처럼 국내 입양제도의 공적 체계 전환은 다양한 사회적·제도적 문제의식 속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공적 입양체계 시행 이후, 최근 들어 절차 지연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연이 이뤄진 이후에도 아동이 수 개월 동안 시설에 머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심의 단계마다 추가 검토와 서류 보완 요구가 반복되면서 절차가 불필요하게 길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 전달 오류와 안내 부족으로 인한 혼선 역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SBS 뉴스토리 취재에 응한 예비 양부모의 경우 지난해 10월 결연이 결정됐지만, 올해 4월 중순까지도 임시 양육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 아동이 계속 시설에 머물러야 했다. 임시 양육 허가 청구까지 약 넉 달, 이후 법원 판단까지 다시 석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임시 양육은 아동과 예비 양부모의 적응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인 만큼, 절차 목적에 비해 지연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최근 행정 절차상 지연을 줄이기 위해 법원과 실무협의체 구성에 나선 상태다.
예비 양부모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절차 지연으로 인해 아동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의진 교수(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는 생후 6개월부터 두 돌 사이를 핵심 애착 형성 시기로 설명하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돌봄 관계가 아동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실제 영유아 발달 연구에서는 초기 애착의 안정성이 정서 조절, 인지 발달, 대인관계 형성 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논의돼 왔다.³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비 양부모가 장기간 시설을 오가며 제한적으로 아동을 만나는 상황은 초기 관계 형성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헤이그협약과 관련 국제 가이드라인은 아동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양육 환경을 가능한 한 조기에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또한 보호시설 장기화를 경계하며 " 과도한 지연(undue delay)"을 피해야 한다는 원칙도 함께 제시한다. 다만 중요한 점은, 협약이 단순히 절차의 신속성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협약은 친생부모 동의의 자발성, 아동 보호의 필요성, 적합한 가정과의 결연 가능성, 입양 이후의 보호와 지원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역시 함께 요구한다.
과거 민간 중심 체계에서는 결연이 실제 입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반면, 공적 체계에서 결연 절차는 아동과 예비 양부모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시작 단계에 가깝다. 법적으로도 결연 이후 입양 허가 전까지는 지자체가 아동 보호와 후견 책임을 유지한다. 다만 법원이 임시 양육을 허가할 경우 예비 양부모가 일정 기간 아동을 보호·양육하게 되는 것이다. 신필식 박사(입양연대회의 전 사무국장·서경대 연구원)는 따라서 결연 단계를 "권리가 이전된다기보다 아동의 특성과 욕구를 관찰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검토 과정이 현장에서는 상당 부분 행정 절차 중심으로 경험된다는 점이다. 예비 양부모들은 임시 양육 허가 청구 과정에서 반복적인 보정명령과 서류 보완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후견 관련 정보와 서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청구가 진행됐고, 법원의 보완 요구에 따라 자료 제출이 반복됐다. 물론, 법원 입장에서는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입양은 친권과 가족 관계를 영구적으로 재구성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시간이 실제로 아동과 양육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기 위한 필수 과정인지, 아니면 정보 연계 미비와 반복적인 행정 보완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보연┃예비 양부모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작년 10월에 결연됐는데 2월에 서류를 제출할 수가 있었거든요. 11월, 12월, 1월, 2월. 총 4개월이 걸렸잖아요. (기자: 청구인 거죠? 이제 절차가 들어가는). 네, 청구. 이제 서류가 들어가는. 그러고 나서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안내해주시기로는 '임시 양육 결정까지 서너 달 걸려요'라고 안내를 해주셨거든요. 우리 아기를 처음 만난 게 2026년 1월 26일이고요. 그때부터 일주일에 두 번, 아니면 세 번씩 만나고 있죠." "주민번호라든지, 지금은 지자체장이 후견인인데 지자체장과 관련된 정보들을 저희가 온전히 다 알 수가 없잖아요. 이것을 미기재한 채로 제출하게끔 되어 있어요, 그리고 보정 명령이 떨어지면 아동권리보장원이 자기들이 이거를 완성해서 제출하겠다고. 정말 불필요하게 보정 명령이라는 그 단계가 생긴 거죠. (기자: 거기에서 얼마나 기간이 또 소요되나요?) 한 3, 4주? 3주?" |
이 지점에서 독일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다. 독일은 엄격한 입양 제도를 운영하지만, 공공기관 중심으로 입양 적격성 심사와 결연 과정을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일의 입양 담당 기관인 유겐트암트(Jugendamt)는 지역사회 기반 아동보호 기관으로, 입양 절차와 아동보호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입양 절차는 결연 이후 일정 기간 아동 위탁 과정을 거친 뒤 법원이 최종 입양을 결정하는 구조로 운영된다.⁴ 반면 한국은 자격심의, 결연심의, 법원 허가 등 다층적인 승인 절차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구조다. 절차 단계마다 별도의 심의와 허가가 이어지면서, 입양 과정이 관계 형성과 적응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 여러 단계의 승인을 기다리는 ‘대기’와 ‘정체’의 시간처럼 경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교수(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예비 양부모들이 스스로를 절차의 주체라기보다 심사 대상으로 느끼게 되는, 이른바 ‘과정에서의 소외감’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한국 입양 제도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 개입과 공적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2011년 전면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숙려제와 법원 허가제, 입양정보 공개청구제도 등을 도입했는데 이후 강화된 절차와 요건이 입양 감소와 현장 부담 증가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는 분석도 있다(국회입법조사처, 2017). 따라서 공적체계 전환 이후 나타난 최근 논쟁은 공공화 이후 새롭게 발생한 문제라기보다, 기존 제도 변화 과정에서 축적돼 온 긴장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2편에서 계속)
<참고문헌>
1.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 『2025년 입양업무 매뉴얼』(세종: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 2025).
2. Hague Conference on Private International Law, Convention on Protection of Children and Co-operation in Respect of Intercountry Adoption (The Hague: HCCH, 1993); Hague Conference on Private International Law, The Implementation and Operation of the 1993 Hague Intercountry Adoption Convention: Guide to Good Practice (Bristol: Family Law Publishing, 2008).
3. John Bowlby, Attachment and Loss, Vol. 1: Attachment (New York: Basic Books, 1969).
4. 김정임, 「입양기관의 공공성 확보에 관한 독일· 영국 입법례」, 『최신 외국입법정보』 통권 제152호, 국회도서관, 2021.
5. 국회입법조사처, 『입양특례법 입법영향분석』(서울: 국회입법조사처, 2017).
[SBS 뉴스토리 559회] 속도와 검증 사이, 무엇이 아이를 위한 입양인가?
바로보기☞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54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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