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이 북측 지역만 영토로 규정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창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정의하고 핵 사용 권한을 처음으로 명시해 김 위원장의 위상과 권한도 강화했습니다.
오늘(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대상 언론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새 헌법 전문에 따르면 기존 헌법의 서문과 본문에서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동족 관계와 통일 개념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기존 사회주의헌법 제9조에 있던 조국통일 실현을 위한 투쟁 내용이 삭제됐으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선대 업적을 덜어내면서 서문의 통일 위업 기술도 모두 없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올해 1월 예고한 대로 영토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 조항인 제1조와 함께 신설된 제2조에는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명시됐습니다.
다만 남쪽 육·해상 경계선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북한정치 전문가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해상경계선 얘기가 나오는 순간 우리가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이 빠진 건 북도 그러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국가 관계 노선이 전반적으로 반영됐으나 김 위원장의 예고와 달리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하는 내용을 조문에 명기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기존 헌법에 있던 '제국주의 침략자들',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내외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 같은 전투적 표현들도 사라졌습니다.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은 대폭 강화됐습니다.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국무위원장이 가장 먼저 등장하며 이를 국가수반으로 정의했는데, 북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보다 먼저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문에는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삭제되고 김 위원장의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명기됐습니다.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핵무력 지휘권이 처음으로 명시됐고 위임 근거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이와 함께 국무위원장의 중요 간부 임면 권한에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가 명시됐고,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이 사라져 명목상 견제 권한도 폐지됐습니다.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등 현실과 괴리된 사회주의 무상 복지 조항도 모두 삭제됐습니다.
반면 사회의 특별한 보호 대상에는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가 신설됐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예우를 명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헌법이 조항 구성과 표현 수위를 볼 때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이 생겨났지만 적대적 관계, 교전국 관계 성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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