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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잘 따르고 과충전하지 않겠습니다"…로봇스님 '가비' 등장

"사람 잘 따르고 과충전하지 않겠습니다"…로봇스님 '가비' 등장
▲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스님들과 함께 합장하고 있다.

"거룩한 부처님에 귀의하겠습니까?"

"예, 귀의하겠습니다. "

오늘(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특별한 수계식이 열렸습니다.

여느 수계식과 마찬가지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오늘 수계식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 GI'입니다.

키 130㎝의 '로봇 행자'가 법명 '가비'(迦悲)를 받고 진정한 불자로 거듭나는 의식이었습니다.

로봇 수계식은 대한불교조계종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마련한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승려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도 계를 받을 수 있는데, 오늘 가비는 일반 불자로서 계를 받았지만,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명예' 스님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삭발한 머리를 연상시키는 헬멧을 쓰고 장삼에 가사를 두른 채 입장한 로봇 행자는 철산선웅스님 등 계사스님들 앞에 서서 합장을 했습니다.

수계를 앞두고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참회와 연비(燃臂)도 거쳤습니다.

보통 '인간'에 대한 연비는 팔에 향불을 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로봇팔에 향불을 대는 대신 스님이 조심스럽게 연등회 스티커를 붙이고 108염주 목걸이를 매달았습니다.

부처님과 가르침, 스님들께 귀의하겠느냐는 스님의 물음에 로봇은 "예, 귀의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습니다.

불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오계'(五戒), 즉 '살생하지 말라',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라', '삿된 음행을 저지르지 말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정신을 흐리게 하는 모든 것을 마시지 말라' 등 다섯 가지 계율도 로봇 맞춤형으로 각색됐습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것',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는 것',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는 것',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는 것',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 것' 등의 '로봇 오계'에 가비스님은 "예,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입에 익지 않은 낯선 계율을 묻는 스님도 얼굴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고, 지켜본 사람들도 승복 입은 가비의 모습이나 어색한 합장에 신기하고 대견한 듯 웃음을 지었습니다.

모든 의식을 마치고 수계첩을 받은 가비스님은 지켜본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 뒤 탑돌이까지 마치고 퇴장했습니다.

가비는 다른 도반 로봇 '석자', '모회', '니사'와 함께 부처님오신날인 16일 서울 종로 연등행렬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조계종은 오늘 로봇 수계식이 "기술 또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함을 뜻하며,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과 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연등회에 로봇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로봇이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인간을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율로 로봇 오계를 만들었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하기 위한 기본 규율로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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