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의 한 부두에서 예인선이 원유 유조선을 밀고 있다.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 업체들을 제재하자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현지시간 1일 이란의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창구로 지목된 중국 기업과 개인 등을 제재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제재 대상은 중국 산둥성 소재 칭다오 하이예 석유터미널과 이 회사 대표 리신천, 그리고 홍콩 및 제3국에 선적을 두고 이란 석유제품을 실어 나르는 '그림자 선단' 선박 운영회사들입니다.
하이예의 경우 지난해 수십차례에 걸쳐 이란산 석유와 석유제품 수천만 배럴을 수입했으며, 그 결과 이란에 수십억 달러가 흘러 들어가게 됐다고 국무부는 지적했습니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연안에서 불법 선박 간 환적(STS) 방식으로 이란산 석유와 석유제품을 들여온 것으로 국무부는 파악했습니다.
국무부는 또 이란 석유제품 운송에 관여한 영국, 파나마, 홍콩 선적의 선박과 선박관리 회사도 제재했습니다.
제재 대상 기업·개인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됩니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50% 이상을 소유한 법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과 자금·물품·서비스를 거래하는 기관에도 제재가 부과됩니다.
재무부는 이와 별도로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외환 거래를 중개하는 이란 환전소 3곳과 이들의 위장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다른 금융기관 등과의 거래를 사실상 차단했습니다.
이들 회사는 중국으로부터 석유와 석유제품 판매 대금으로 위안화를 들여와 이란과 대리세력의 군사자금에 쓰일 수 있는 다른 통화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고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이번 제재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해 전쟁 자금줄을 묶는 동시에, 이란 석유의 약 90%를 들여오는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도 타격을 미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앞서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의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을 제재한다고 지난달 24일 밝혔습니다.
헝리는 다롄에 보유한 정유시설을 통해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 처리 역량을 구축하고 있어,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중국 내 개별 정유사 중 최대 규모로 꼽힙니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3억4천400만 달러, 우리 돈 약 5천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동결하기도 했습니다.
재무부는 이란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중국계 은행 2곳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이란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경제적 분노' 작전을 개시한 상태입니다.
중국과 이란을 동시에 겨냥한 미국의 제재는 오는 14∼15일께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을 압박하는 포석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제재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이 이란과의 석유 거래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헝리석유화학(다롄)정유유한회사 등 기업들을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 (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 리스트에 넣고 자산 동결과 거래 금지 등 제재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종합 평가를 한 결과, 이들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부당한 역외 적용 상황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미국의 제재를 승인·집행·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을 발령했습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제재는 "중국 기업이 제3국(지역) 및 그 국민·법인 혹은 기타 조직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및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을 부당하게 금지·제한한 것이고,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관련국의 법률·조치가 부당하게 역외 적용되는 상황을 긴밀하게 주시하고, 법에 따라 관련 업무를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상무부가 2021년 제정한 '외국 법률 및 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차단 방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국 법률·조치가 중국 주권·안보·발전이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 해당 외국 법률·조치를 인정·집행·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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