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친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가 이번 전쟁을 사실상 이끌어온 이란 혁명수비대 장군들에 국정 운영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이란의 전·현직 당국자, 혁명수비대 구성원, 성직자 등 내부 권력 구조를 잘 아는 이들과 하메네이의 지인들을 취재해 이란의 권력 구조에 대해 이같이 심층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개혁파와 초강경파도 이란 정권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있지만, 모즈타바가 청소년 시절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싸웠을 때부터 함께한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랜 친분을 쌓은 모즈타바와 장군들은 서로를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동료로 여기고 이름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모즈타바가 이제 막 최고지도자가 된 데다가 부친과 같은 정치적 지위나 종교적 영향력이 없어서 혁명수비대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모즈타바는 아직 완전히 지휘하거나 장악하지 않은 상태"라며 "그가 최종 서명하거나 형식상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그는 이미 정해진 결론만 보고받고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의 부친 알리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였을 때는 그의 지시를 대부분 따랐지만, 알리 하메네이가 전쟁 첫날 사망하면서 권력 공백이 생기자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진 권력 다툼에서 모즈타바를 지지해 그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다국적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모즈타바가 부친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지도자"라면서 "모즈타바는 자신의 입지, 그리고 체제의 생존을 혁명수비대에 의존하기 때문에 혁명수비대에 굴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의 참모를 지냈고 모즈타바를 아는 정치인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모즈타바는 자기가 이사회 의장인 것처럼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바리는 "모즈타바는 이사들의 조언과 지도에 매우 의존하고 있으며, 모든 결정을 집단으로 한다"면서 "장군들이 이사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즈타바는 부친이자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뒤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며, 그는 공습 때 입은 상처를 치료하느라 주로 의료진에 둘러싸여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심장 전문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보건부 장관도 그의 치료에 관여했습니다.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그를 방문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그들을 추적해 모즈타바를 암살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즈타바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정신은 예리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세 번 수술받은 뒤 의족을 기다리고 있으며, 수술받은 한 손은 천천히 기능을 되찾고 있습니다.
얼굴과 입술에 큰 화상을 입어 말하기 힘든 상태이며 결국 성형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말했습니다.
그는 영상이나 육성으로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데 대중을 향한 첫 연설에서 약해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신 몇 차례 서면으로 성명을 내 온라인에 올리고 국영방송에서 대독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즈타바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는 손에 적어 봉투를 밀봉한 뒤 전령들이 릴레이식으로 전달하며, 모즈타바의 지시도 같은 방식으로 전파됩니다.
모즈타바는 신변 안전, 부상, 접근 어려움 때문에 적어도 현재까지는 장군들에게 의사 결정을 위임하고 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전쟁의 모든 주요 국면에서 이란의 전략을 결정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차단하고, 주변 아랍 국가들을 공격한 것도 혁명수비대의 전략이었습니다.
혁명수비대가 미국과 휴전에 동의하고, 직·간접 협상을 승인했으며,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을 협상에서 밀어내고 혁명수비대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을 이끌게 했습니다.
미국과의 2차 종전 협상을 막판에 불발시킨 것도 혁명수비대였습니다.
장군들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는 미국이 협상에 관심이 없고 이란을 굴복시키려 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며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혁명수비대의 뜻이 관철됐습니다.
혁명수비대는 내부 정적을 억제하는 데 전쟁을 활용하면서 대통령과 내각에는 식량과 연료 공급 등 내치에만 집중하라고 했다고 당국자들은 NYT에 전했습니다.
(사진=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이란 국영방송 IRIB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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