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서울의 한 구청 간부가 조직도에 있는 여직원의 사진을 AI 프로그램에 넣어 민소매 차림으로 자신을 껴안고 있는 커플 사진 여러 장을 제작해 카카오톡 프로필에 게시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신체 노출이 없고 성관계 묘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성폭력처벌법상 무혐의로 판단했습니다.
피해자는 이의신청 및 명예훼손 수사 진행 중이며, 이번 사건은 AI 합성물 규제 미비와 사회 인식 문제, 법 정비 필요성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됩니다.
서울의 한 구청 간부가 후배의 사진을 가져다가 AI 커플 사진을 만들어서 논란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게 성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는데요. 이 황당한 사건을 단독 취재한 안희재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관련 보도 : [단독] '마치 연인처럼' 여직원 합성했는데…황당 결말
문제가 된 'AI 합성물'
Q. 정확히 어떤 사진인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서 있고 여성이 뒤에서 끌어안거나 옆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바라보는 연출들.
Q. 그 사진을 본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올려놨다는 거예요?
네. 사진이 한 장이 아니고 여러 장이거든요. 몇 시간에 한 번씩 바꿔가면서 계속 주말 내내 반복됐다는 거죠.
Q. 어떤 사진으로 한 거예요?
구청 내부 조직도에 있는 사진을 딴 거예요. 피해자도 '그런 범죄들이 많았으니까 불안감도 있고 해서 애초에 아무런 SNS도 안 했는데, 이 사건은 진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Q. 이 사진을 합성한 공무원은 '이걸 가지고 내 취미 활동을 한 거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데.
마주 앉아서 얘기해 봤는데 '10여 년 동안 내가 해왔던 취미 활동이다, 혼자'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쭤봤어요. 그러면 어떤 이유가 있어서 한 걸까. 몇 년 전부터 AI 프로그램이 대중화됐잖아요. 그래서 '내가 끌어안으라고 주문을 넣은 건 아니다. 내 어깨에 손을 얹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AI가 알아서 이렇게 잘 만들더라. 너무 잘 만들어서 이렇게 사건이 커졌다' 이렇게 설명을 하더라고요.
Q. 굳이 왜 자신의 후배 공무원을 대상으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던가요?
일단 대전제는 '내가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 이 사람이 처음'이라는 거였고,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게 (A 씨의) 결론입니다.
경찰의 판단은 '성범죄' 무혐의
Q. 문제는 합성사진을 공공연하게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는 거고 그걸 본 피해 여성 공무원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는 건데, 결국 경찰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를 내렸어요. 그 이유가 궁금하거든요.
성폭력처벌법 14조에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게끔 편집을 하거나 합성을 하거나 가공할 경우에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도록 아주 강한 규정이 있거든요.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피해자에게 보낸 사건 통지서예요. 사건 판단을 어떤 식으로 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하고 그 편집물을 반포하여 특례법을 위반했다는 게 피의사실 요지거든요.
이거에 대해서 특별히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는 점, 다 벗고 있지 않았다는 의미죠. 그리고 성관계 등을 연상하거나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 기재 판례 등으로 봤을 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합성된 것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써 있어요. 결정서에 이렇게 적시를 했다는 건 '이 판례'를 핵심으로 보고 이 결정을 내린 거라는 의미거든요.
Q. 경찰이 어떤 예시로 든 판례는 어떤 건지?
광주지방법원에서 2021년 7월에 나왔던 판결문인데 그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치심이나 성적 욕망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는지는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 통념과 일반인의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Q. 일반인의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은 누가 정하는 건가요?
그런 부분이 문제인 거예요. 법이 너무 광범위한 상황에서 세부적으로 이걸 하나하나 어떻게 따질 거냐에 대한 기준들이 수사 기관마다 다르고. 피해자분 말씀이 이런 겁니다. 이게 다른 기관이었다면 (불송치) 판단을 똑같이 냈을까, 확신이 없다는 거죠.
Q.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가 힘든 거고.
AI 합성물 피해자
평소에 (회사에서) 그런 옷 안 입잖아요. 남녀가 민소매 차림을 하고 끌어안고 있는다? 그냥 일반적인 직장 동료로 보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에서는 저랑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성특법) 처벌받은 게 있다면 모르겠는데 처벌받은 게 없어서 판례에 따를 뿐이다. 앵무새처럼 그렇게 말을 했어요.
평소에 (회사에서) 그런 옷 안 입잖아요. 남녀가 민소매 차림을 하고 끌어안고 있는다? 그냥 일반적인 직장 동료로 보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에서는 저랑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성특법) 처벌받은 게 있다면 모르겠는데 처벌받은 게 없어서 판례에 따를 뿐이다. 앵무새처럼 그렇게 말을 했어요.
지금까지 법적 기준이나 개념이 너무 모호해서 (법규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잖아요.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한양대 딥페이크 사건'과 다른 점
Q. 실제로 모호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법) 기준들이 많은 것 같은데, 지난 2018년에 '한양대 딥페이크 사건'이 유명했었어요.
2018년 '한양대 딥페이크 사건' 같은 경우는 굉장히 노골적인 행위였습니다. 지인들의 얼굴을 나체 등과 합성해서 누가 봐도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콘텐츠였고, 그때는 그거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 문제가 됐던 건데. 그래서 만들어진 법률이 성폭력처벌법 등이에요.
Q. 지금은 성폭력처벌법이 생겼으니 이때와는 달라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범죄는) 고도화되고 일일이 법규를 다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노출 없어도 '성적 수치심' 인정 사례 있는데... 이번에는 왜 달랐나
Q. 2021년에 레깅스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불법) 촬영해서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이 있었거든요.
SBS 8뉴스 (2021년 1월 6일)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격권을 침해한다면서 유죄 취지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촬영의 맥락과 결과물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격권을 침해한다면서 유죄 취지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촬영의 맥락과 결과물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는 재판부가 '노출된 신체 부분을 촬영해야만 처벌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옷을 다 입고 있어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성적 대상화가 됐으면 성범죄가 성립한다' 이렇게 판결을 했었는데, 지금 경찰은 '노출된 것도 없었고 성행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런 취지로 이야기한 거잖아요. 이 두 개가 다른 이유는?
이것은 불법 촬영이니까 실제로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범죄, 그 부분에서는 좀 더 엄격한 법 적용이 될 수 있다고 보이죠. 근데 애매하다고 말하는 부분들은, 합성물이라는 건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준이 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기는 있는 거죠. 좀 더 세밀하고 세심한 기준이나 판단이 마련돼야 되는데 아직은 그 선에 올라가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합니다.
Q. 법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봐도 되는 거네요.
이은심 변호사
최근에는 '카메라 이용 범죄'하고 '허위 영상물 반포죄'의 양형이 거의 유사해지고 있거든요. 허위 영상물이 미치는 영향이 되게 크거나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커서 양형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서 이런 식의 생성형 AI를 통한 범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비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카메라 이용 범죄'하고 '허위 영상물 반포죄'의 양형이 거의 유사해지고 있거든요. 허위 영상물이 미치는 영향이 되게 크거나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커서 양형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서 이런 식의 생성형 AI를 통한 범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비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러면 피해자는 판단을 다시 받아보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든가 어떤 절차에 돌입한 게 있나요?
혐의가 두 가지였습니다. 성폭력처벌법,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서 고소장을 냈는데, 성폭력처벌법 무혐의 나온 부분은 이의 신청서를 접수해서 다시 사건을 들여다보는 걸로 파악되고요. 명예훼손 혐의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설명했거든요. 그런데 검찰에서 명예훼손 혐의 부분도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낸 상태예요. 보완 수사를 요청한 거죠. 명예훼손 혐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다.
Q. 혹시 확인된 다른 피해는 아직은 없는 건가요?
저희가 몇 장의 다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진들은 확보했어요. 근데 그 합성물에 있는 여성들이 연예인인지 일반인인지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이번 사건 취재 후 느낀 개인적인 소회
Q. 이번 사건 취재하면서 '이 부분은 꼭 얘기하고 싶다' 하는 부분이 있나요?
보도가 나가고 구청 공무원 노조에서 최근에 두 차례의 성명을 냈어요. 구로구청장도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냈습니다. 공론화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조금 조심스럽고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는 건, 지금 지방선거가 코앞에 와 있잖아요. 각 예비후보 캠프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서 성명을 내고 있거든요.
Q.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네. 그런 건 피해자도 원치 않는 부분이고.
이 사건 보도하고 기사 댓글 볼 때 또 하나 느꼈던 건, '이런 것까지 성폭력으로 보면 성폭력이 아닌 게 뭐냐'라는 식의 반응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런 누리꾼들 반응을 보다 보면 이게 비단 수사기관의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넘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일반적인 사회 인식도 한 번쯤은 진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 이현영 / 취재: 안희재 / 촬영: 박우진 황세회 / 편집: 안준혁 / 디자인: 육도현 이정주 / 연출: 조도혜 / 제작: 디지털뉴스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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