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은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과 관련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은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신뢰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를 두고는 IAEA와의 협력과 검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늘(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과 관련한 SBS의 질문에 "모라토리움은 정치적 결정에 가깝다"며 "우라늄 농축을 5년간 중단하든 20년간 중단하든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농축 중단 기간을 단기로 할지, 중기나 장기로 할지는 정치적 신뢰의 문제"라며, 다만 "나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고 실제 협상에 참여한 바도 없어 협상장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외신들은 현지시간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미국 측이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방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5년 수준의 더 짧은 기간을 주장하면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이란의 핵 능력과 관련해 "60%까지 농축된 핵물질이 환산 기준 약 440kg 정도 있으며, 대부분 이스파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부가 나탄즈 등 다른 장소에 있을 수는 있지만 상당 부분은 2025년 전쟁 이전 위치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합의는 검증 없이는 약속에 불과하다"며 "이란은 야심 차고 광범위한 핵프로그램을 갖고 있어 전체에 대한 IAEA 사찰이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허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한국 정부, 핵 확산 조장 않는다는 철통 같은 보장 필요"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과 관련해서도 IAEA와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NPT 가입국인 만큼 한국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원자력·핵 관련 활동은 IAEA 사찰 대상"이라며 특히 "핵추진잠수함은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핵물질이 잠수함 추진에만 사용된다는 점을 IAEA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핵 확산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철통 같은(ironclad)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잠수함은 장기간 운항하는 특성이 있어 (잠수함에 사용하는) 일부 핵물질이 사찰단의 감시 범위 밖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출항 당시 있던 핵물질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되지 않고 입항 때도 그대로 유지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핵추진잠수함에 쓰이는 핵물질은 장기간 운항 특성상 사찰의 연속성이 제한될 수 있어, IAEA로서는 이를 보완할 별도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원잠에 쓰이는 핵 물질이 다른 곳으로 전용되지 않게 확인하는 방식 등에 대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IAEA 사이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군, 조선업체 등과 함께 중요한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같은 절차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핵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그로시 "북한 핵농축 역량, 크게 증가할 듯"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 핵능력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영변의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재처리기, 경수로뿐 아니라 주변 다른 시설까지 북한의 핵활동이 크게 확대된 점을 확인했다"며 "영변과 유사한 새로운 핵시설이 건설된 것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생산량 증가를 외부에서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시설의 외형적 특성으로 볼 때 북한의 핵농축 역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대북 핵기술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지난해 북러 합의문에 민간 원자력 프로젝트 협력이 언급된 만큼 관련 협력이 있다면 민간 영역에 국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어제(14일) 방한했으며, 오늘 오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데 이어, 오후 조 장관과 만나 중동 정세와 북핵 문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원자력 안전·기술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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