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 불임 예상" 난자 동결하려는데…"애 누구랑 낳냐" (SBS 8뉴스, 2026. 4. 12.)
댓글 1. "정작 난임 부부들을 위해 만든 정책 의도가 흐려질 것 같아요. 기본 연차, 월차, 대체휴무도 많은데 굳이 싶네요."
A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자궁경부암 등 여러 여성 질환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궁경부 절제술 등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자궁을 적출하는 것을 고려하라는 말과 함께 난자 동결을 생각해 보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아직 어린 나이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추적 검사를 받으면서 건강 관리를 해오다 올해 41살이 된 A 씨는 뇌하수체 선종 진단을 추가로 받게 됐습니다. 난소 기능이 저하되다 보니 호르몬 수치는 더 떨어졌고, 그렇게 A 씨는 난자를 동결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됐습니다. "폐경을 앞둘 수 있는 정도로 평균 연령에 비해서 낮은 수치라서 '이제 시간이 없다, 내가 동결을 하지 않으면 영구 불임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결정을 하게 됐죠. 저는 출산을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시간을 지켜보고 진행하자니, 제 난소가 그 시간을 버텨주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 됐고, 이제 당장 동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병원에서 난소부분절제술, 부속기종양적출술 등 의학적 사유가 명기된 '영구 불임 예상 난자 동결 확인서'도 발급받아 난자 동결을 진행하던 A 씨는 '난임치료휴가'를 알게 됐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는 난임치료휴가는, 1년에 최대 6일까지 쓸 수 있고 이 가운데 처음 2일은 유급인 형태입니다.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그래서 이를 기업들이 꺼리지 않게 하도록, 정부가 이 급여를 지원해 줍니다. "(처음에) 난자 4개를 채취해서 2개 성공했어요. (병원에서는) 10개까지는 확보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5개월 이상을 제가 시도를 해야 되는데…. 중간 체크를 계속해야 해요. 나라에서 주는 난임치료휴가도 일반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을 수 있는데, 연달아서 5개월을 연속으로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터무니없죠."
남녀고용평등법상 난임치료휴가를 규정하는 조항에는, 근로자가 난임 치료를 받기 위해 휴가를 청구하면 사업주가 6일 이내의 휴가를 줘야 한다는 문구만 있습니다. 근로자의 미혼, 기혼 여부는 적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A 씨도 자연스레 회사에 난임치료휴가 사용을 문의했습니다. 회사 담당자도 이에 고용 당국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직접 확인해봐도 좋다는 말에 A 씨는 회사를 관할하는 지역 고용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안 되는지 확인을 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미혼이시라면서요?'라고 해서 '네, 미혼이에요' 그랬는데 '미혼은 난임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어요)."
당시 통화
[고용복지센터 직원 : 난임이 확실히 된 게 아니잖아요, 지금.]
[A 씨 : 의학적으로 지금 치료에 대한 진단서를 받았잖아요.]
[고용복지센터 직원 : 그러니까 누구랑 애를 낳으신다는 건지 확인이 안 되잖아요.]
댓글 2. "이게 난임휴가 못 쓴다고 행정심판까지 할 일이야? 난임 치료 중이어도 난임휴가 못 쓰는 사람도 많다."
왜 A 씨를 향해 고용복지센터 직원은 난임이 될 수 없다며, 위와 같은 말을 한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난임은 모자보건법에 그 정의가 담겨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제2조11호에 따르면 난임은 '부부(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가 피임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부부 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아니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직원은 해당 법 조항에 근거해, A 씨가 '부부', '성생활', '1년', '임신 안 됨'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 법적인 난임 상태라고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셈입니다. "'누구랑 관계를 시도해서 1년 동안 임신이 안 됐는지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잖아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에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고."
A 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단순히 언젠가 출산을 할지도 모를 미래를 대비해 난자를 동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영구 불임 가능성까지 확인을 받은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난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했습니다. "부부가 아니고 동거인이 없다고 해서 난임을 인정하지 않겠다? 이건 난임을 거치지 않고 너는 그냥 불임으로 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로밖에는, 저는 이해가 안 되거든요, 사실은."
A 씨는 지난 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난임치료휴가 사용을 제한한 고용 당국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회사에서 눈치가 있을 거고, 성과 평가에 반영이 될 거고, 고과에 영향을 줄 거고, 승진에 영향을 줄 거고, 여자가 사회활동을 함에 있어서 분명히 미치는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난자 채취를 위해 회사에서 자리를 비우게 될 때, 그래도 난임치료휴가라는 명목이 있다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이런 걱정이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용 당국의 행정심판 답변서 내용은 이렇습니다. 모자보건법상 난임을 '부부(사실혼 포함)' 간의 관계로 정의하고 있고 이는 우리 사회와 법체계가 공유하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별도의 문구가 없더라도 '난임 치료'의 개념 안에 이미 배우자의 존재가 내포돼 있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난자 동결은 이른바 '단독적 보존 행위'라며, 이런 조치까지 난임 치료로 보는 건 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벗어난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기자도 직접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에 물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미혼 여성은 명확히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역시 모자보건법상의 정의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미혼 여성은 쓸 일이 없을 것 같은데"라고 덧붙였습니다. A 씨처럼, 난소절제술 등을 받고 난자 동결을 권유받은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는 제 추가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쪽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데다가 그런 경우를 난임이라고 하지도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3. "생기지도 않은 미래를 보상하래. 그것도 세금으로."
모자보건법을 더 살펴봤습니다. 난임을 정의한 제2조를 넘어, 제11조의7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식세포 동결·보존 등을 위한 지원'이라는 조항입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의학적 사유에 의한 치료로 인해 생식 건강이 손상되고, 그래서 영구적인 불임이 예상되어 생식세포의 동결·보존을 통한 가임력 보전이 필요한 사람의 생식세포 보존을 위한 지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사유에는 유착성자궁부속기절제술, 부속기종양적출술, 난소부분절제술 등, A 씨의 영구 불임 예상 난자 동결 확인서에 담긴 사유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A 씨와 같은 사람들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시술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방법으로 세부 지원 내용 및 방법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이미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결혼 여부를 따지지 않고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49세 여성이면서, 중위소득 180% 이하인 데다, 난소기능수치(AMH)가 1.5ng/ml 이하라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이 기준 수치는 A 씨의 수치보다 더 높습니다). 이런 지원은 서울시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서울특별시 출산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 제4조 2항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에 따른 부담 경감을 위해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는 앞서 소개한 모자보건법 제11조의7 조항의 취지와도 결을 같이 하는 걸로 보이지만, 영구 불임 예상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등의 조건은 없습니다. A 씨 입장에서는 자신의 상황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요, 난임을 대비하는 게 아니라 불임을 대비하는 거예요. 이대로 있다가는 제가 불임이 돼요." A 씨에게 불임은, 생기지도 않은 미래에 그치는 단어가 아닌 겁니다.
댓글 4. "출산 절벽에 한 생명이라도 더 낳을 수 있다면 행정이 도움은 못 줘도 방해는 말아야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에 태어날 게 정해진 인류였던가? 미혼·기혼을 왜 따지는지?"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난임 여부는 결혼 여부로 판단하는 게 맞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였습니다. 그 사이에 간간이, 위와 같은 댓글도 있었습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도 이런 댓글의 뜻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도 활동한 적이 있는 이 교수는, 먼저 모자보건법 제1조, 즉 법의 목적에 주목했습니다. "목적을 보니까, 결혼한 부부의 자녀 출산과 관련된 게 목적이 아니고 모성 및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고 돼 있거든요. 반드시 결혼한 부부를 전제로 이 법이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 같고. 제2조의 난임의 정의가 기본적으로 이 법의 목적을 너무 축소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또, 결혼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에 대한 처우가 다른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등적인 대우를 받으려면 법적으로는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드러나야 하는데, 저는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고용 당국의 접근이 오히려 보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임신과 출산은 결혼한 부부의 전유물 이렇게 보는 시각인 것 같은데 그걸 보편적인 생각이라고 하고 넘어가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
댓글5. "결혼을 당장 아무나와 할 수도 없고 나중에 아기는 낳고 싶은데 지원은 0이고…. 저는 난소 기능 저하 20대 때 진단받고도 다행히 결혼을 일찍 해 아기를 낳았지만 같은 상황인 미혼 회사 후배를 보니 아무 지원도 도움도 못 받고 혼자 애쓰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미혼도 지원을 해주는 게 맞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에서는 난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먼저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를 찾아봤습니다. 우리나라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거의 같았습니다. 12개월 혹은 그 이상 정기적인 성관계를 하면서도 임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ASRM)에서는 지난 2023년, 이 정의에 변화를 줍니다. 난임을 아래와 같은 상태로도 정의한 겁니다. "환자의 병력, 생식력, 나이, 신체 검사 소견, 진단검사 결과 또는 이러한 요인들의 조합으로 인해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여기에 결혼 여부나 파트너가 있는지 여부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정의는 지난 1월, 호주 정부가 받아들여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더 확대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기도 했습니다.
어제(14일) 국회에서는 '난임 치료 지원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이름의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국민의힘 맘(Mom)편한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전 의원실이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이정렬 서울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난임 치료 지원 정책의 미충족 수요와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습니다. 이 교수가 제시한 배경이자 초저출생 극복을 위한 미해결 과제 1번과 3번이 바로 A 씨의 이야기와 관련됩니다. 의학적 사유로 인한 생식세포 동결 보존, 미혼 여성 난자 동결 보존이 바로 그것입니다. 질병 등으로 가임력 저하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가임력 보존 치료로서의 생식세포 동결 보존은 질환 치료에 상응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입니다. 또, 나이에 따른 난소 기능 저하는 비가역적이고 난자 동결이 유일한 의학적 해결 방법인 만큼, 초혼과 초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고령 난임도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혼 여성 난자 동결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의 말을 들으며, A 씨가 강조했던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부부도 아니고 미혼이 무슨 난임 치료? 이렇게 인식이 많이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미혼이라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나는 여성질환이 있어서 치료받고 있어' 이런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처럼 말 못하고 혼자 고민하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용 부분에서도 쉽게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요. '나 미혼인데 사실은 이런 고민이 있어'라고 하면 '왜 그걸 벌써 걱정해? 결혼도 안 했는데' 이게 일반적인 인식이잖아요. 미혼이라는 이유로 쉬쉬하다가 미뤄지고 내가 정말 필요할 때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해서 불가역적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이런 현실에 마주하는 일들이 많을 거라는 거죠." 어쩌면 이 이야기는 앞선 댓글에서 나온, '이게 행정심판까지 할 일이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라며 한쪽에선 갖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이때, 한쪽에선 이런 이야기가 외쳐지고 있는 상황, 이 글과 댓글을 함께 읽으며, 우리가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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