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 하마
"순해 보이지. 아기처럼 통통하고, 털도 없고. 그런데 사실 성질은 더러워. 자기가 아끼는 걸 가로채려는 놈이 있으면 사정없이 물어 몸을 두 동강 내 버리지."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멕시코'에서 멕시코 카르텔 수장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가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비밀 정원에 있는 하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에스코바르가 그에게 다가가면서 건넨 대사입니다.
에스코바르는 코카인을 전 세계에 유통하며 1980년대 전 세계 '마약왕'으로 등극한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는 자신의 정원에 개인 동물원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여러 희귀한 동물들을 들여왔고, 그 가운데는 4마리의 하마도 있었습니다.
1993년 에스코바르 사후 콜롬비아는 세계 코카인 유통의 중심지로 거듭났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025년에 발표한 세계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전 세계 코카인 잠재적 생산량의 60% 이상, 재배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의 세계 최대 생산국입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산은 코카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마도 있었습니다.
에스코바르 정원 내에 있는 다른 동물들은 이송되거나 죽었지만, 하마는 너무 크고 사나워 생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세월은 하마의 압도적인 생존력과 힘을 증명했습니다.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해 매년 9.6%씩 늘어났습니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에 따르면 2024년 공식 집계 결과 하마는 콜롬비아에만 180~200마리에 달합니다.
하마는 기네스북에 지구상 가장 큰 침입종으로 등재됐는데,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하고, 야생에서 하마가 사는 곳은 콜롬비아 뿐입니다.
하마의 급증에 따른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식지뿐 아니라 농장 인근까지도 진출해 철도를 막거나 어선들은 물론 인간까지 공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5월 마을에서 물을 긷던 루이스 엔리케(44) 씨는 물속에서 솟구쳐 나온 하마의 공격을 받고 혼수상태에서 3일 만에 깨어났습니다.
갈비뼈 일부가 부러진 것은 물론, 고관절과 다리 부분이 다쳐 다리에 금속 지지대를 심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하마는 엄청난 배설물로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수달, 카이만 악어 등 토종 생물들을 서식지에서 내쫓으며 마그달레나강 유역에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생태 환경의 변화를 낳고, 토종 동물의 멸종 위기를 초래하자 콜롬비아 당국이 중성화 수술에 나섰으나 건당 5만 달러(약 7천300만 원)가 넘는 막대한 비용과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 탓에 중성화 정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습니다.
하마를 운송하려던 헬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추락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마로 인해 여러 문제가 잇따르자 콜롬비아 정부는 올해 하반기 80마리를 안락사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인포바에는 부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당장 동물권 옹호 단체와 일부 정치가들이 반발에 나섰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아 파디야 상원의원은 하마를 도살하려는 계획을 '잔인한' 결정이라고 묘사하며 정부 관리들이 '가장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동물권 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살상과 학살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하마는 정부 기관의 태만으로 인한 희생자이자 건강한 생명체들"이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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