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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오르반 16년 만에 퇴진…미·러 '믿는 구석' 사라졌다

헝가리 오르반 16년 만에 퇴진…미·러 '믿는 구석' 사라졌다
▲ 도널드 트럼프(좌) 미 대통령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미국과 러시아와 밀착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현지시간 12일 총선에서 완패하면서 헝가리 대외 관계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개표율 97.74% 기준으로 야당 티서는 전체 199석 중 13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개헌선인 133석을 훌쩍 웃도는 수준입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헝가리의 서막이 오른 셈입니다.

13일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 티서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는 첫 해외 방문국 중 하나로 폴란드를 꼽았습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같은 중동부 유럽 국가로 우호적 관계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입장 차이로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특히 오르반 총리가 노골적인 친러시아 성향을 드러내면서 러시아의 침략까지 걱정하는 폴란드의 현 정부와 거리가 더 멀어졌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작년 10월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를 '사자'로, 헝가리를 '사자를 돕는 생쥐'로 묘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머저르 대표가 총선 승리 직후 공언한 폴란드와 관계 복원은 러시아와 결별하고 동유럽 국가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헝가리의 정권 교체를 축하하며 머저르 대표의 폴란드 바르샤바 방문 발언에 "러시아인들은 집으로 가라!"고 화답했습니다.

헝가리와 미국과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머저르 대표가 총선 승리 이후에 대미 관계의 변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선거기간 미국이 오르반 총리에게 노골적인 지지를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헝가리로서는 대미 관계의 '리셋'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선거 직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헝가리를 직접 방문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오르반에게 투표하라"며 지지에 나섰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헝가리의 대외정책 변화는 헝가리를 지렛대 삼아 유럽의 균열을 기대한 미국과 러시아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오르반 총리의 퇴진으로 러시아로서는 당장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 차단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오르반 총리가 반대표를 던져온 대러시아 제재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린란드 강제 병합 논란, 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계 재정립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유럽과 갈등 과정에서 우군이 될 수 있는 '헝가리 오르반'의 부재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이란 전쟁 와중에도 오르반 총리 지지를 위해 부통령을 직접 헝가리로 보낸 것도 이런 필요와 절실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머저르 대표는 "헝가리는 헝가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동맹국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자리는 유럽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아닌 EU로 방향을 틀겠다는 뜻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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