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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NEWS] "미국을 믿느니 중국을 믿겠다"…프랑스 '금테크'에 독일이 '발칵'

1. 금 129톤 싹 팔아버린 프랑스
파리입니다. 오늘은 금, 골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중동전쟁으로 세상이 시끄러운데 난데없이 유럽이 금 때문에 술렁였습니다. 프랑스가 미국 뉴욕에 맡겨놨던 금 129톤을 싹 다 팔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워낙 양이 많아서 한 번에 팔지는 못하고 지난해 7월부터 1월까지 반년에 걸쳐서 팔았습니다. 금을 판 돈은 다 어떻게 했느냐. 도로 다시 유럽에서 금을 사서 프랑스 이곳으로 가져왔습니다. 저기 뒤가 금관과 보석이 많은 루브르 박물관입니다. 이 루브르 박물관 바로 옆에 프랑스 중앙은행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같은 곳입니다. 거기 깊이 파둔 지하 저장고에 금을 싹 다 보관했습니다. 거기 안에는 이번에 새로 산 금을 포함해서 2437톤이 보관돼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미국에 있던 금을 프랑스로 옮겨온 건데 무슨 문제냐 싶지만,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한 이후에 유럽과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으로 흔들더니, 올 초에는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고 또 흔들었습니다. 지금은 80년 동맹 체제인 나토를 깨버리겠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중동전쟁에서 트럼프가 좀 도와달라는데 유럽은 자신들이 시작한 전쟁이 아니라고 참전 거부는 물론이고 영공 통과, 기지 사용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화가 잔뜩 나서 연일 유럽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미국에 보관 중이던 금을 싹 다 팔아버린 게 알려진 겁니다.

2. 프랑스는 왜 지금 금을 팔았을까?
당장 해석들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무게가 크게 실린 건 역시 미국을 못 믿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였습니다. 트럼프가 유럽 밉다고 무슨 일을 벌일지 예상하기 어려운데 지금 러시아한테 하고 있는 자산 동결을 유럽이라고 못하겠느냐라는 겁니다. 미국 안전하다고 금 놔뒀다가 만약에 그런 일이 또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손을 써도 늦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프랑스가 다 미리 처분했다는 분석입니다. 예상 답변을 미리 써 놨을 프랑스 중앙은행은 오래전부터 금을 계속 미국에서 프랑스로 옮겨 왔다. 그리고 특히 미국에 보관된 금은 오래돼서 새로 골드바를 만들어야 하는데 제련하는 비용이 팔아서 새로 사는 것보다 비싸다, 그래서 유럽에서 새로 샀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정치적인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시작된 후에 트럼프가 나토 동맹과 유럽을 맹비난하고 있고 특히 프랑스는 콕콕 집어서 조롱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전쟁 전에 이미 금을 다 팔았는데도 프랑스 중앙은행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겁니다. 참고로 말씀을 드리면, 프랑스 말고도 여러 나라들이 미국에 금을 맡기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미국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금 금고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에 금을 두고 그 대가로 미국의 신뢰를 얻고 우방 또는 우호국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렇게 금을 모아두면 미 연준 지하창고에 가만히 모아두고 장부상으로만 금 거래를 중개하면서 막대한 수수료를 벌고 또 금을 담보로 파생상품도 만들어서 다시 돈을 법니다. 남의 재산 갖고 돈 버는 것 같이 보이긴 해도 파생상품으로 돈이 생기면 실제로 금 주인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미국에 맡길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겁니다.

3. 독일도 "금 다 팔아! 차라리 중국 금고에!"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서 프랑스가 미국 금고 금을 다 팔았다고 하자 들썩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옆 나라 독일입니다. 독일은 미국에 가장 많은 금을 맡겨둔 나라입니다. 프랑스보다도 10배나 더 많습니다. 무려 1236톤입니다. 지금 금 시세와 환율을 감안하면 300조 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독일은 서독 시절부터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돈을 잘 벌었던 독일은 옛 소련 침공까지 걱정하던 때여서 금을 계속 사서 미국 금고에 모았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1천 톤이 넘게 쌓인 겁니다. 그런데 유럽에서 미국 금 금고 안전성 논란을 촉발시킨 건 사실 독일이었습니다. 독일은 지난 2012년 미국 보관 금 때문에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독일 감사원이 중앙은행을 감사한 결과 미국에 보관 중인 금을 단 한 번도 현장 실사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1천 톤이 넘는 금을 맡겨놨는데 장부만 보고 실제로 그 금이 있는지 없는지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독일이 난리가 났습니다. 그 금이 진짜로 있기는 한 거냐, 미국이 다른 데 판 것 아니냐,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독일 정부는 몇 달 뒤에 해외에 보관 중인 금 절반을 갖고 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불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실사단이 미국으로 갔습니다. 미국으로 가서 보관 창고를 열어서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나를 못 믿는 거냐라는 불쾌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겨우겨우 달래고 해서 일련번호 확인하고 일부 금괴는 진짜 금인지 엑스레이 조사까지 해서 논란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1기 출범 전에 금 300톤을 실제로 미국에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독일에서는 금을 다 갖고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프랑스가 싹 다 털고 나왔다고 하니까 독일이 다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미 시민단체 등에서는 트럼프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 프랑스처럼 다 갖고 오라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중동전쟁에서 독일도 미국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서 트럼프가 배치된 미군을 독일에서 뺄 수도 있다는 등 독일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욕을 듣고 있는 독일에서는 차라리 미국 금을 빼서 중국 금고에 넣어두자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여기서 다행이라고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지원을 거부했다고 트럼프 비판을 같이 듣고 있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금 보관량은 100톤 정도인데 미국엔 없고 전량 영국 영란은행에 보관 중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미국 금고에서 금을 빼간다는 이야기는 매우 불쾌한 소식입니다. 미국 못 믿겠다고 금을 가져가는 건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직결됩니다. 그리고 미국에 금을 맡기고 달러를 써왔던 미국 금융 패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당장 이번 전쟁 중에 중국 위안화 영향력이 커졌다는 소식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함부로 금을 마음대로 가져가게 두지는 않습니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금을 미국에 많이 맡긴 게 이탈리아입니다. 이탈리아가 당장 금을 다 가져오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점점 더 크게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가 어디까지 악화할지는 예상하기 힘든데 트럼프 집권 후에 각자도생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될 때마다 자국으로 금을 가져오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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