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원이 촬영한 중동 사태 현장
"선원과 선박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돼야 호르무즈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한 지 이틀째인 오늘(9일), 여전히 긴장 속에 대기 중인 한국인 선원 A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휴전 소식을 처음 접한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모든 선원이 기뻐했다"라며 "휴전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도감 때문인지 긴장이 풀려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해협이 봉쇄된 지 한 달가량이 지난 가운데 현재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우리 국적 선박은 26척, 선원은 173명입니다.
휴전 소식에 한숨 돌렸지만, 현장에서는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A 씨는 "뉴스에서 휴전이 시작됐다고 했지만, 여전히 폭발음이 들리고 비행기, 미사일 등이 목격돼 실제로 휴전이 이뤄진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A 씨가 승선한 선박은 휴전 이후 선사와 교신을 통해 향후 운항 계획을 논의했지만, 아직 출항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쟁으로 중단된 화물 작업과 입출항이 막혔던 항구로의 항해 계획 등을 선사와 논의했다"라며 "어느 항로로 이동할지는 며칠이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종 목적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이 확실하게 확보된 다음에야 출항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선사와 위험이 충분히 해소되면 출항하기로 했다"라며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유관 부서와 협의한 뒤 선장의 최종 판단에 따라 출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박은 항상 운항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며 "메인 엔진, 발전기만 준비되면 1시간 이내 출항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출항 이후에도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는 "피격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위치정보 시스템(GPS) 교란으로 선박의 위치가 잘못 표시되는 경우, 항로 이탈로 인한 좌초나 선박 간 충돌 위험이 있다"며 "항해사들이 비정상적인 항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조심히 운항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심지어 호르무즈는 군함이 호위한다고 하더라도 공격을 피하기엔 해협이 너무 좁다"라며 "반드시 국가 간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뒤에야 통항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일부 선박은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실제 휴전이 발효된 첫날인 8일(현지 시각) 그리스와 라이베리아 선적의 선박 2척 해협을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휴전 이후 기존과 달리 레이더상에 여러 척의 선박이 운항하는 것이 보인다"라며 "이들의 목적지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봤을 때 호르무즈 항이 목적지였다"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해양수산부 등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해수부가 하루 3차례 정도 SNS로 피습이나 GPS 교란 등 해역별 특이 사항을 공유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 달 넘게 이어진 고립 상황에 대해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야간에 들리는 비행기 소리와 미사일 폭발음 때문에 언제든 우리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가족, 특히 부모님 걱정이 크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정박 중 미사일 피격 장면을 목격한 선원들은 이후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 떼를 드론으로 착각하기도 한다"라며 "트라우마를 겪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내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식사 전 음악을 틀고 일부러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한 배를 탔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선원이 하루빨리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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