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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핵보다 무서운 '정상국가 이란'…"이란이 이스라엘에 복수하는 방법"

지식의발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관련 뉴스 속에서 중동 정세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많아졌죠. 이김에 제대로 알고 가자는 차원에서 국내 최고의 중동 전문가인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도대체 왜, 그 시점에 전쟁을 시작한 걸까요? 이란은 왜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는 걸까요? 전쟁이 끝나면 이란은 정말 북한의 길을 가려할까요? 인남식 교수의 차분한 설명을 들으니 이 의문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된 듯 합니다. 인터뷰는 지난 3월 말 진행됐고, SBS 유튜브 <지식의발견>으로 출고된 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지식의발견

Q. 이란 전쟁, 이렇게 길어질 거라 예상하셨습니까?
 
인남식 교수 : 아니요. 한 3~4주? 생각보다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참 희한해요. 미국도 그렇고 이란도 그렇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전쟁을 끝내는 게 이익이에요, 양쪽 다.
 
트럼프 진영도 지금 MAGA를 비롯해서 완전히 여론이 갈라지고 있고, 매일 10억 달러씩 전쟁 비용이 들어가고 있고, 미국의 반이스라엘 여론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기름값 오르고 인플레이션 오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간선거 앞두고 좋을 일이 하나도 없어요.
 
이란도 전쟁 끝내는 게 맞죠. 왜냐하면 자기들은 지금 무력이 거의 바닥나고 있는데 아무리 결사항전 한다고 해도 이걸 언제까지 지키겠습니까? 그러니까 빨리 자기들도 ‘저 외세를 우리가 물리쳤어’라는 승리의 서사를 만들고 끝내는 게 맞아요. 그런데 둘 다 자존심 싸움이 치킨게임처럼 가는 거고, 이걸 계속 군불을 떼는 게 저는 이스라엘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전쟁이 길어질수록 득을 보는 사람은 결국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인가요? 

인남식 교수 : 네타냐후와 푸틴, 이 두 명은 확실하죠. 개인의 이익이 먼저 발동한 거죠. 왜냐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 독직·부패 혐의 등으로 3건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총리직에 올라 있기 때문에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나 계속 미뤄지고 있고 만약에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 바로 재판이 가속화되면서 판결까지 막 달려가야 되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이게 더 큰데, 2023년 10월 7일에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기습해서 1200명의 이스라엘 국민과 외국인들이 굉장히 잔인하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마스를 규탄하고 하마스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이스라엘의 어떤 독특한 정치문화와 군사문화는 적의 기습을 막지 못한 지도자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합니다. 이스라엘이 겪었던 모든 전쟁이 그랬어요. 그러면 전쟁이 끝나는 순간, 대법원 주재로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서 그 당시에 정보 실패부터 시작해서 ‘왜 도발을 못 막았나, 왜 빨리 우리 방호작전에 나가지 못했는가’를 반드시 다 치열하게, 치밀하게 검사할 겁니다. 그러면 네타냐후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요. 네타냐후가 그 당시에 정보 실패가 있도록 만들었던 간접적 책임이 있다는 정황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Q. 네타냐후 개인은 그렇고, 이스라엘 국가를 놓고 보면 어떻습니까?
 

인남식 교수 : 이란이라고 하는 주적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는 게 국가 이익에 합치한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죠. 그러니까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40년 만에 온 기회라는 걸 자꾸 이야기하면서 이 기회에 이란 정권이 바뀌어서 이스라엘에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게 만드는, 한 세대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맞기도 해요.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스라엘이 제일 두려워했던 것은 자기들은 이란과 1500km 떨어져 있지만 이란의 소위 대리인들, 레바논 헤즈볼라는 바로 머리 위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기들을 보복할 수 있다는 거죠.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그게 역전돼 있거든요. 자기들은 2020년에 UAE랑 아브라함협정 맺으면서 우방국들을 바로 적 앞에 깔아놓은 상태인 거죠. 그러니까 지금 아니면 답이 없다고 판단을 했고, 네타냐후 개인적 이익과 국가 이익의 계산이 딱 일치한 겁니다.
 
Q. 트럼프가 이런 네타냐후에게 속아서 전쟁을 시작했다는 해석에는 동의하십니까?
 
인남식 교수 : 설득력은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미국 대통령이 별 관심도 없고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가 옆에 와서 ‘이란 공격 합시다’ 한다고 해서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였을까 생각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제가 보기에 네타냐후는 일종의 헤어 트리거, 그러니까 이렇게 불을 붙여가지고 막 밀고 간 사람일 수는 있어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사실은 이란에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숙제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계기가 오바마 대통령이었고 그래서 1기 때 오바마는 완전히 반대로 가는 외교 정책을 펴거든요.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외교의 치적이 2가지입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그리고 JCPOA라고 하는 2015년 7월 이란과의 핵 합의였어요. 그거는 엄청난 합의였거든요. 국제사회에서 21세기 외교 협상의 가장 아름다운 금자탑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Q. 그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거죠?
 
인남식 교수 : 2018년에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냥 제재만 복원됐고 여전히 이란은 다시 핵 개발에 나선 징후가 보였고 실제로 우라늄 농축을 3.67%에서 60%까지 올려놓은 상태였어요.
 
트럼프 입장에서는 뭔가 지금 일은 자기가 벌였는데 이란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어 버린 거죠. 그러니까 머릿속 한 구석에는 ‘내가 이란을 완전히 뒤집어서 정권 교체를 하거나 내 말을 잘 듣도록 항복만 시킬 수 있다면 그럼 진짜 화룡점정의 외교 성과를 얻는 건데’ 하는 생각은 있었을 거예요.
 
네타냐후는 그걸 잘 알고 있고 ‘이 위험한 47년 혁명 체제를 뒤집어엎어서 이란을 친서방 국가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타이밍이 왔습니다’라며 트럼프를 설득했던 것 같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기회란 말이야?’ 라는 생각을 했을 법하죠. 그걸 작년 6월 공습을 하면서 한번 확인했던 거예요. 거기다 이번에는 베네수엘라 공식도 본 거고요.
 
Q. 베네수엘라처럼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면 이란 체제가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인남식 교수 : 그렇죠. 트럼프 입장에서는 합리적 판단을 했다고 보는 거죠. 자기의 꿈을 이룰 기회라고 생각했던 거에요.
 
이란은 미국이 전 세계를 볼 때 가장 악한 정권이에요. 왜냐하면 1979년에 주이란 대사관 인질 사건 있잖아요. 미국인 52명이 444일 동안 억류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그런 적이 없어요. 민간인들이 특정 무장 세력에게 1년 3개월 동안 나포돼있고 그들을 구하러 갔던 특수부대가 작전을 했다 실패로 돌아갔잖아요. 이거는 미국 국민들에게 ‘이 세계 최강국 미국이 알 수 없는 이란에게 이렇게 당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런 생각을 갖게 했어요.
 
거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과 3~4년 만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란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시아파 무장 집단이 미 해병대 막사에서 자살폭턴 테러를 일으켜 미군 241명이 죽었어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미군은 병사 하나가 죽어도 난리가 나는 나라인데 테러를 당해서 최정예부대가 폭사하는 일이 벌어지니까. 그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란에게 사탄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을 거고요.
 
또 하나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인도계 영국인이었던 살만 루슈디라고 하는 작가가 ‘The Satanic Verses’, 악마의 시라는 책을 썼는데 그게 이슬람을 모독하는 책이었어요. 그때 호메이니가 사형 집행 명령을 내려요, 작가에 대해서. 이란의 비밀요원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 그게 한동안 문화계에 굉장히 이란에 대한 공포감을 확산시켰고 심지어 번역한 사람이 죽어요.
 
그러니까 이란의 이미지와 느낌이 사실 굉장히 음험한 신정주의의 대리인 같은 그런 느낌이 있으니까 트럼프 입장에선 오바마가 그런 악한 세력과 손잡아서 핵합의 협상을 해서 누가 봐도 이란에게 유리한 합의를 했고 자기가 그걸 일단 정의상 뒤집어 버렸고 ‘그 나라를 바꾼다면 나는 불세출의 영웅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을 법하죠.
지식의발견

Q. 트럼프의 사위가 네타냐후 집안과 친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의 설득에 더 쉽게 넘어갔다는 분석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남식 교수 : 그거는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투자회사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30억 불 중에 20억 불을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한테 투자를 받아요. 이번 전쟁의 피해자 중의 하나가 사우디인데 쿠슈너가 네타냐후 총리와 가깝다는 이유로 전쟁을 촉진시켰다고 보면, 오히려 쿠슈너가 가지고 있는 사우디의 네트워크는 더 피해를 입게 되는 거거든요. 그거는 조금 설명력이 약해요.
 
오히려 좀 더 설명력이 있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이 대통령 선거에 나오고 이럴 때 자금이 많이 달렸어요. 그때 자금을 많이 대줬던 사람이 미리암 애덜슨이라고 하는 사람이에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 출신인데 셸던 애덜슨이라고 하는 사람의 부인이에요. 남편은 죽고 혼자 남아서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있는데, 공화당 캠페인에다가 정치헌금을 하면서 네타냐후의 노선을 지지해 줄 것을 굉장히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설이 있어요. 그거는 굉장히 제가 보기엔 합리적인 설명이에요. 미국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죠. 그러나 어쨌든 자금을 대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제일 크거든요.
 
Q.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유독 가까운 것도 있지만 그 전에도 미국이 이스라엘에 ‘편애’해왔잖아요. 이스라엘 건국부터 시작된 겁니까?
 
인남식 교수 : 네.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국가를 선언하거든요. 팔레스타인하고 분쟁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시작되는데 그때 미국 워싱턴에서는 이스라엘의 건국 승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어요. 왜냐하면 이스라엘 건국을 승인하면 아랍 국가와 적대적인 관계가 돼야 되기 때문이죠. 아랍은 석유를 들고 있고, 미국이 앞으로 자유 진영을 이끌고 나가려면 석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스라엘을 승인함으로써 산유국과 척지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어요.
 
그런데 트루먼 대통령이 굉장히 독실한 침례교 신자이기도 했고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국가의 건국 과정을 보니 ‘여기는 중동에서 그나마 굉장히 자유로운 어떤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 씨앗이 보인다, 이걸 우리가 밀어주는 게 맞다’고 해서 트루먼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인을 해요.
 
Q. 그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계속 좋았습니까?
 
인남식 교수 :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되게 좋았지만 또 아이젠하워 오니까 또 이게 막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춤을 춰요. 미국은 처음에는 그렇게 유대인들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트루먼이 되게 예외적이었죠.
 
그런데 언제부터 이스라엘의 가치가 올라갔냐면 1967년에 3차 중동전쟁이 터지고 그때 이스라엘이 6일 만에 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시나이반도, 가자지구, 골란고원을 전부 다 장악을 해요, 아랍으로부터. 그리고 예루살렘을 회복해요. 그때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와 건국의 아버지였던 다비드 벤구리온 이런 사람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냐면 ‘우리는 미국과 잇대어서 살아야 된다, 우리가 지금 주변이 다 적인데 미국의 힘이 절실하다’
 
특별히 크리스천들이 반유대주의로 자꾸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거에 아이디어를 낸 게 ‘예루살렘의 회복’이라고 하는 서사와 미국의 주로 남부에 있는 침례교회 복음주의의 일부 어떤 독특한 신학 종말론을 갖고 있는 그런 교파가 있어요. 연계가 돼요, 다수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거기를 복음주의, 약간 근본주의 계열로 보는데, 어떤 종말론을 갖고 있냐면, 세대주의 종말론이라고 해요.

세대주의 종말론은 언젠가 예루살렘이 회복되면 유대인들이 집단 회심이 일어나서 기독교와 우리가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때 다음 ‘하나님의 경륜 (Dispensation)’ 다음 세대가 오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가까워 온다, 그러므로 유대인은 아직 예수를 지금 믿고 있지 않지만 우리의 형제다, 이런 서사가 만들어져요. 그리고 많은 유명한 목사님들, 복음주의 목사님들이 이스라엘 와서 그거를 같이 공유하고 돌아가서 조금씩 흩뿌려지게 돼요.
 
여전히 미국 내에는 지금 반유대주의가 안티세미티즘(Antisemitism)이라고 하는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와 차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 세력들은 이거를 굉장히 강하게 믿고 있어요. ‘유대인 우리의 형제, 이스라엘 우리의 형제’라고 하는 게 작동하는 거죠. 그거는 심리·종교적 하나의 연결입니다.
 
Q. 종교적 연결 외에 다른 요인도 있지 않습니까?
 
인남식 교수 : 우리가 잘 알다시피 로비죠. 2007년에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와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월트 교수가 ‘The Israel Lobby and U.S. Foreign Policy(이스라엘 로비와 외교정책)’라는 책을 쓰는데 그 책에 보면,
 
‘미국의 대외정책이 왜 이렇게 망가졌나? 중동정책 실패 때문이다. 중동정책은 왜 실패했나? 이스라엘에 대해서 미국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편애를 하다 보니 아랍 무슬림들을 적대화시켰다. 그럼 우리가 왜 이스라엘에 대해서 이렇게 편애했나? 로비 때문이다
 
반이스라엘 발언을 하거나 국회의원들, 또는 주지사들,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표결 행위를 하게 되면 몇 명을 찍어서 유대인들이 반대 진영의 모금을 해주고 심지어 이사해서 반대편 유권자를 늘리는 것도 해요. 그래서 그 반대편을 찍어서 그 사람이 탈락해요. 모든 선출직들은 선거에서 당선이 최고의 가치인 건데, 내가 만약에 유대인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안 되는 거죠. 그럼 입법 활동이나 공식적인 활동에서 이스라엘에 반대되는 행동하지 않아요. 그게 그 책의 내용이에요.
 
미국의 언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다 유대인 자본으로 시작했고 옛날에 할리우드 7개 배급사가 유대인 자본이라는 얘기도 있었고요. 그런 걸 보면 문화 쪽에도 이스라엘이 침투해 있어서 전방위로, 그물망처럼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보는 거죠.

정유미 기자 : 중동 정책의 실패, 또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이란 전쟁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남식 교수 :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거죠, 사실은

Q. 저항 DNA, 이란만의 DNA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남식 교수 : 있습니다. 1979년에 이란이 이슬람 혁명을 완성시키거든요. 그러고 나서 곧바로 샤트 알 아랍이라고 하는 수로 분쟁을 빌미로 이라크와 8년 전쟁에 들어갑니다. 이슬람 혁명 이후에는 국가가 도대체 어떻게 가는 건지 다 좌충우돌할 때인데 8년 동안 이라크와 전쟁을 하면서 국가의 기틀을 갖춥니다

정유미 기자 : 전쟁을 하면서 오히려요?

인남식 교수 : 오히려 그랬죠. 왜냐하면 참전하고 싸워야 되고 마음을 모으게 되고 그동안 막 흩어졌던 사람들이 어쨌든 각 진지에서 서로 전우가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국가가 점점 결속력이 만들어져 가는데, 하필이면 이슬람 신정주의 국가가 이데올로기가 된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시아파’ 이슬람 서사가 그 전쟁과 같이 맞물리면서 녹아 들어갑니다.

이게 좀 어려운 얘기긴 한데 그러다 보니까 이 시아파는 항상 순교의 서사가 있어요. 680년에 지금 수니파의 조상에게 자기들의 조상이 정말로 비참하게 속아가지고 학살당했다, 그게 이제 시아파의 일종의 핵심 서사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거죠.
 
‘외세에게 우리가 협상하다가 또 속았다, 680년에 당한 것도 그렇고 작년 6월에도 또 당했는데, 이번에도 우리가 유야무야하면서 적당히 전쟁을 멈추면 이런 일이 또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어딨냐, 이번엔 우리가 피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적을 물어서라도 같이 피를 봐야만 이게 재발되지 않을 거다’ 이런 일종의 결집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전쟁 가장 첫 부분에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주변 인사들이 다 죽었는데 일가족까지 같이 다 죽었단 말이에요.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가 죽을 자리라는 걸 알고 그 자리에 간 거라 상징하는 서사는 꽤 큰 거죠. 사람들을 더 결속시킬 가능성이 높아요.

그게 이제 미국·이스라엘의 계산과 이란의 실제와 달랐던 부분이에요. 미국과 이스라엘은 베네수엘라 공식에 굉장히 몰입돼 있어서 수장을 날리면 쫙 그 체제는 따라오게 돼 있고, 하메네이가 없으면 이란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Q. ‘전쟁을 끝내고 미국과 협상해서 제제도 풀고 잘살자’ 이렇게 생각하는 이란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인남식 교수 : 많아요. 제가 보기엔 한 70%는 그쪽에 가깝다고 봐요. 그게 광범위한 체제 반대 세력이라고 저는 봐요. 다만 그 70% 가운데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요.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 전쟁이 벌어지면서 결집 효과가 일어난 거죠. 한마디로 얘기하면 ‘변화는 원한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정유미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그 70%가 움직일 거라 생각했던 거고요.
 
인남식 교수 : 들고 일어날 줄 알았죠. 그런데 이 순교의 서사가 만들어졌고 이란-이라크 전쟁 8년 동안 심어놓았던 교리들이 있습니다. 이란 바시즈 민병대라고 하는 세포 조직들이 단순히 전선에만 배치돼 있는 게 아니라 일반 민간 영역 속에 다 들어가 있어서 이 사람들이 전시에 오히려 반정부 세력들을 더 집요하게 찾아내는 공포 구조가 지금 만들어졌어요.
 
오히려 시위가 있을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공포스러울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전쟁 중이기 때문에 즉결심판이나 처형이 가능한 상태가 돼버렸거든요. 민중의 봉기, 시민들의 저항이 지금 전쟁 중에 일어난다고 보기는 되게 어려워졌어요.

정유미 기자 : 누군가가 ‘우리가 다른 목소리를 내보자’ 이렇게 규합을 하려고 해도 감시의 눈이 있는 거군요.

인남식 교수 : 그게 작동하고 있고 거기에 이제 ‘굳이 체제까지 바꾸냐, 행태만 바꾸자’고 했던 온건파 반체제 세력은 ‘지금 우리의 주적이 체제가 아니라 시오니스트야’ 이렇게 돼버리니까 오히려 더 동력은 떨어졌죠.
 
다만 언제가 됐든 전쟁이 휴전이 되든 종전이 될 텐데요. 그 이후 체제는 정말 위험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국토는 초토화됐고 가용자원은 없고 복구는 해야 되는데 지금이야 민심은 전쟁 중이니까 체제 위주로 모인다고 하지만 이제는 배고픈 소리가 더 나올 거고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될 거예요.
 
저는 오히려 정치 변동 가능성은 종전·휴전 이후 체제에 더 강한 압박으로 다가올 것 같고 그때 오히려 국제사회와 협상하고 제재 풀자고 하는 목소리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다면 그때의 지도부를 어떻게 지금 구상할 것인가, 이거를 국제사회가 좀 내다보면서 준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Q. 이란은 정말 바꾸고 싶으면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단 거죠?

인남식 교수 :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정유미 기자 : 1979년부터 이어져 온 이란의 신정체제가 무너질 때가 좀 됐다고 보시는 건가요?

인남식 교수 : 저는 시효가 됐다고 생각해요
 
Q. 전쟁이 끝나면 이란이 핵에 더 집착할 거란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남식 교수 : 전제가 필요해요. 이 정권이 어마어마한 전쟁으로부터 살아남고 ‘다시는 이런 공격을 당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절치부심하면서 자기들의 안보의 최우선 순위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핵무장일 거예요. 거의 높은 확률로 체제가 생존하고 이 지배연합이 계속 그 자리에 있다고 하면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딜레마예요

이란은 이제 완전히 중동 내에서도 일종의 빌런이 됐어요. 자기들도 다급하니까 두바이 때리고 아부다비 때리고 이렇게 되니까.
 
정유미 기자 : 그거는 선을 넘은 거죠.
 
인남식 교수 : 넘은 거죠. 그러면 어쨌든 이란 입장에서는 이 나라들과 거래를 해야 되거든요. 특히 두바이는 제재 상태에서 이란으로 들어가는 모든 달러 외환 거래의 일종의 허브였어요. 제가 두바이의 지도자라 해도 만약에 이란 체제가 그대로 있다 그러면, 일단 무역이나 이런 걸 다 중단시키고 뭔가 더 세게 자기들이 보복을 할 것 같단 말이에요.
 
전쟁 후에 복구를 해야 되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일단 식량부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고 그러면 제재를 풀지 않고서는 답이 없어요. 그 딜레마 상황에서 체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문제겠죠.
 
만약에 생존을 위해서 자기들이 잠깐 가드를 내려놓는다고 하면 약간 개혁파나 중도파 같은 사람들을 내세워서 협상에 다시 나오고 핵과 관련된 논의는 이전 비슷하게 갈 거예요. 그게 아니라 자기들이 어차피 더 이상 이렇게 갔다가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되겠다고 판단할 때는 더 세게 나가면서 핵 개발 치고 나갈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요. 그런데 그건 자살행위죠.
 
Q. 이란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인남식 교수 : 이란은 저렇게 살 나라가 아니에요.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 건데 이란 국민들은 사람들이 성정이 좋아요. 이 체제의 이데올로기들이 문제지. 이란은 시오니스트라고 하는 이스라엘이 철천지 원수 같을 거 아니에요. 미국도 밉지만 이스라엘보다는 덜 미울 거예요. 이스라엘은 진짜 이란 인구의 10분의 1도 안 되는데 미국이랑 협공해서 이란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거고 더구나 소수민족도 지금 옆에서 공격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얼마나 밉겠어요.
 
그런데 제가 이란이라면 이스라엘에게 보복하는 방법은 핵무기를 만들고 헤즈볼라 동원시켜서 미사일 쏘게 하는 게 아니에요. 이스라엘의 정말 공포스러운 상황은 이란이 변하는 거예요, 정상국가로.

정유미 기자 : 이란이 정상국가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지금 애를 쓰고 있는 거고요.

인남식 교수 : 그렇죠. 이란이 미국하고 더 아주 세게 협상해서 ‘우리 다 내려놓을게, 이렇게 어려울 바에 우리가 더 급한 건 국민들이 먹고 사는 거니까 다 사찰 받고 우리가 다 국제 규범시킬 테니까 제재 당장 풀어줘라, 그리고 미국 기업들이 들어와서 우리 지금 노후화된 이 시설들 다 복원시켜라’ 약간 이건 뇌피셜이고 그냥 꿈이에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란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는 나라고 잠재력이 큰 나라예요. 그렇게 해서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으로 등장하는 이란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엄청 공포스러울 거예요.

정유미 기자 : 중동 지역의 중심이 이스라엘에서 이란으로 넘어가게 되는 건가요?

인남식 교수 : 당연히 넘어가죠. 왜냐하면 인구 9200만의 소위 인적 개발 능력 굉장히 뛰어나고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고 거기에다 페르시아의 후예라고 하는 것도 있어요. 1979년 이전에는 이 사람들이 정말 세속주의를 향유했던 사람들이라서 역사의 모든 변곡점들을 다 경험해 본 사람들이에요.
 
중동 내에서 이란이 만약에 정상화됐다는 걸 가정하고 이란에 필적할 만한 나라는 없어요. 그게 2015년 7월에 오바마와 이란이 했던 합의 때 이스라엘의 공포였어요. 그게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미국은 무조건 이란을 적대시해야 된다, 가장 좋은 건 이란과 미국이 직접 전쟁하게 하는 거다, 저는 이게 네타냐후의 40년 꿈이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 이루어진 거죠. 그러면 그 꿈을 아는 이란이라면 어떻게 복수하냐. 적에게 복수하는 건 적이 제일 싫어하는 옵션을 택하는 거잖아요.

정유미 기자 :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까 전쟁 후에 이란이 어떤 길을 갈지도 주의 깊게 봐야겠네요.

인남식 교수 : 그러나 높은 확률로 되게 강경파가 계속 이렇게 나갈 거고요. 높은 확률로 핵 개발하려고 할 거고 또 이스라엘은 그거에 대해서 응징해야 된다고 얘기할 거고 미국 정부의 분위기에 따라서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좀 암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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