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대변항에 놓인 면세유 기름통
"평생 이렇게 기름값이 많이 오른 적은 처음이에요. 진짜 눈물이 나오려 그런다…."
미역을 팔아온 지 60년 가까이 된 유 모(68)씨는 1일 연신 한숨을 내쉬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날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국제 유가가 반영돼 면세유 가격이 오른 첫 날입니다.
멸치와 미역의 고장인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 모인 어업인들의 얼굴에는 '설마가 현실이 됐다'는 듯 수심이 드리웠습니다.
유 씨는 "아들 둘이 어선을 타고 미역을 채취해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름값이 이렇게 올라도 먹고 살려면 바다에 나가지 않을 수 없어 더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비닐도 구하기 어려워 미역을 봉지에 두 번 넣어주던 것도 한 번으로 줄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어민들에게 공지된 기름 가격은 전달보다 40∼45%가량 오른 수준이었습니다.
멸치 조업용 선박에 공급되는 고경유는 1드럼(200ℓ)에 10만 원가량이 오른 27만 7천180원을, 미역 건조 등에 들어가는 저경유는 9만 원가량 오른 29만 9천700원을 기록했습니다.
미역 채취용 소형 어선에 공급되는 휘발유 역시 100ℓ에 약 4만 원이 오른 13만 4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날에는 기름을 미리 확보하려는 어업인들이 급유소에 몰리면서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한 어민은 "어제 오전에 기름을 받으러 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 담당자도 나중에 오라고 했는데, 오후에는 줄이 더 길어져 있더라"며 "기름을 받기 위해 제 앞뒤로 그렇게 많은 차가 서 있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습니다.
성수기를 앞둔 대변항 멸치 어민들의 고민은 더 깊습니다.
멸치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어기에 접어들지만,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조업 준비를 마친 어업인들은 허탈감을 호소했습니다.
멸치 조업은 대형 선박을 이용해 많은 연료가 필요한 데다가 최근에는 어탐기로 어군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연료 부담이 더욱 큽니다.
전국 멸치 어획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인 이곳 대변항에서는 이번 달에 멸치축제도 예정돼 있습니다.
최 모 대변항 어촌계장은 "이 정도로 가격이 오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유류비가 어업 경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예전처럼 바로 어획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배를 오래 운항할수록 손해가 커진다"며 "당장은 조업을 이어가겠지만, 어획이 부진하거나 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어선 이외에도 연안해운업계와 원양업계 전반에서도 유가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며 경영 악화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어민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어업용 경유를 최고가격제에 포함했다"며 "아울러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유가 연동 보조금을 편성했으며 국회 단계에서 예산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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