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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가해자였다…천륜 저버린 '친족 범죄'의 비극

가족이 가해자였다…천륜 저버린 '친족 범죄'의 비극
▲ 대구 '캐리어 시신 유기'

대구 도심 신천에서 발생한 '캐리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가 피해자 딸과 사위로 드러나며 친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과거 가출 신고 이력 등 가정 내 불화의 전조 증상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공권력 투입 체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특수성으로 인해 신고가 차단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가해자 특정 전 피해자를 즉각 분리·보호할 수 있는 선제 대응망 구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대구 시민의 대표 휴식처인 도심 하천 신천에서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긴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했습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추정되는 주요 범행 동기는 평소 누적된 가정 내 갈등과 불화로 파악됐습니다.

사위는 초기 진술에서 일상 불화를 범행 동기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경찰은 사위의 일방적 진술임을 감안해 딸의 진술 등을 종합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 중입니다.

20대 부부인 피의자들은 지난달 18일 자택에서 범행 후 A 씨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칠성교 인근 신천에 유기했습니다.

시민 일상 공간이 범죄 은닉 장소로 활용되며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치안 불안감도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신천 둔치는 낮과 밤 가릴 것 없는 대구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입니다.

사건 해결에는 경찰의 영상 분석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경찰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를 정밀 분석해 피의자들의 이동 동선을 재구성했으며, 시신 발견 후 약 10시간 30분 만에 피의자들을 검거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생전 피해자는 스토킹·가정폭력 등 관련 신고 이력이 전무해 보호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만 지난해 한 차례 가출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사건은 피해자가 발견돼 사건이 종결됐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위기 징후'로 보았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가출 신고 당시 단순 실종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상습 폭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공적 기관의 선제적 개입과 보호 관리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가출 경위와 사망 전후 과정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가정 내 부당한 처우가 있었는지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족 범죄는 경미한 폭력이 반복되다 임계점에서 강력 범죄로 발현하는 양상을 띱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경기 용인에서는 20대 아들이 70대 노모에게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으며, 같은 해 7월 경기 김포에서는 60∼70대 부모를 폭행하다가 30대 형에게 맞자 악감정을 품고 가족 세 사람을 모두 살해한 30대가 검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개입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자체의 능동적 복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현장 복지 관계자들은 행정적 선제 대응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합니다.

대구지역 한 기초자치단체 복지직 관계자는 "위기 징후 자료를 토대로 직접 연락해도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거부당하거나 간섭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라며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위기 대상자가 힘들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복지의 문턱을 낮추고, 도움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체계 마련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법조계 역시 제도 보완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민정 대구지방변호사회 이사(법무법인 큐브 대표 변호사)는 "현행 시스템은 가해자 특정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잦다"라며 "가해자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폭력 상태' 신고만으로 국가 보호망이 즉시 작동될 수 있는 선제적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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