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HBM4 제품
중동 전쟁 여파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사상 첫 월 800억 달러 고지를 밟으며 다시 한번 강한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수출의 약 38%가 반도체에 집중되는 등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한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타격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861억 3천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12월(695억 달러) 기록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월 수출은 700억 달러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800억 달러대로 올라섰습니다.
수입은 13.2% 늘어난 604억 달러로 집계됐고, 무역수지는 257억 4천만 달러 흑자로 역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였습니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한 328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300억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같은 반도체의 초호황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DDR4 8Gb 가격은 1년 새 863%(1.35달러→13.0달러)나 치솟았고, DDR5 16Gb와 낸드 128Gb 역시 6배 이상 가격이 오르며 전체 수출액을 밀어 올렸습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높은 D램(DDR4·DDR5) 단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분기 말인 3월을 맞아 조업일수와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고 특히 낸드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 급증을 견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실장은 "반도체는 여러 변수가 있지만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인 추세로 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전후에 머물다가 지난해 24.4%로 늘었고,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20% 중후반이었음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화한 셈입니다.
한국 수출이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리면서 경기 흐름 전체가 '반도체 사이클'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은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업황이 꺾이면 수출 전반이 위축될 수 있어서입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3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2.2%), 선박(10.7%), 이차전지(36.0%), 컴퓨터(189.2%) 등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습니다.
전기기기,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유망품목 수출도 각각 3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화려한 총액 지표와 달리 세부 지표에서는 전쟁의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 급등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으로 금액 기준 54.9%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수출 통제가 시작된 지난달 13일 이후 휘발유·경유·등유는 각각 5%, 11%, 12% 정도 감소했습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 역시 중동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달 4주 차에는 수출 물량이 17% 감소했습니다.
특히 나프타는 지난달 27일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3월 수출 물량이 22% 급감했습니다.
지역별 지표에서도 전쟁의 영향력이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대중국·대미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각각 64.2%, 47.1% 증가했지만,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영향으로 49.1% 급감했습니다.
수입에서도 전쟁 영향은 뚜렷했습니다.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원유 수입액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량 확보 차질로 인해 전년보입니다 오히려 5% 감소한 6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반면 국내 설비 투자를 위한 반도체(34.8%)·반도체장비(4.4%) 등의 수입은 늘어 대외악재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는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전체 에너지 수입(93억 7천만 달러)이 7% 감소한 데 반해 비에너지 수입(510억 2천만 달러)은 17.9% 증가했습니다.
강 실장은 에너지 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전환 우려에 대해 "수입 물량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라 당장 적자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무역수지 흑자 규모보입니다 안정적인 원유 확보 자체가 더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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