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스마트폰 채팅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 절대 단톡방 들어가지 마라"
지난 18일 스레드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 'e***'는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단톡방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휘말리니까 그냥 독고다이로 가자"고 썼습니다.
그러자 "이거 무지 중요해 그저 그 방에 있었단 이유로 학폭에 들어가더라고 말 한마디 안 해도", "학폭에 휘말리는 케이스 많아요. 정말 억울한 케이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누적 조회수 3만 2천여 회를 기록한 이 글에는 '좋아요' 500여 개가 모였습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채팅방'(단톡방) 단속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단톡방 등을 통한 '사이버 괴롭힘'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학생들의 단톡방 활동을 금지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사 이 모 씨는 새 학기를 맞아 모든 학급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단톡방 금지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그제(28일) "저학년 아이들은 단톡방을 많이 만들지는 않아 크게 강조하지 않는 편이지만 고학년 아이들은 다르다"며 "SNS로 학폭이 많이 발생해서 고학년 학급의 경우 주에 한 번 정도 지속적으로 단톡방 금지 공지를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가입 가능 연령인 만 14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카카오톡보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디엠)를 애용하기에 '단체디엠방'(단뎀방) 금지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 교사 이 모 씨는 "요즘은 아이들이 카카오톡보다 인스타그램 디엠을 더 많이 쓰고, 통화도 인스타그램 채팅방 기능을 사용해서 아이들끼리 서로 전화번호도 잘 모른다더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천구 중학교 2학년생 권 모(14) 군은 "담임 선생님이 새학기 첫 조례 때부터 어른이 참여하지 않는 인스타 카카오톡 단톡방을 금지하셨다"며 "다른 반 친구한테도 물어보니까 똑같아서 아마 학교 자체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습니다.
인근 중학교 3학년생 윤 모(15) 군도 "학교폭력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단톡방을 만들지 말라고 계속 말씀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이 서울 초중고교생 6만 7천9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7.9%가 '학내 학교폭력 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학교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 있는지'에 대해서는 11.2%가 "있다"고 했고, 피해 유형으로는 '언어폭력'이 30.3%로 가장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둔 고 모(42) 씨는 "초등학생이면 아직 미성숙한 나이라 악의가 없어도 말로 쉽게 상처를 주거나 받을 수도 있는데, 애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채팅방 같은 곳은 집단적으로 휩쓸리거나 그냥 거기에 들어가 있었단 이유만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친구를 빼고 얘기하거나 험담하고,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애들끼리 괴롭히기도 하던데 이번에 아이 담임 선생님이 사전에 단톡방을 만들지 말라고 얘기를 해 주셔서 안도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박 모(46) 씨는 "요즘 학폭 때문에 하도 난리여서 단톡방을 만들지 말라고 학교에서 공지를 딱 내려주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좋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이 씨는 "학부모들도 학폭이 생기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에 단톡방 금지 지도를 할 때 민원이 제기됐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SNS에서도 단톡방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이 보입니다.
스레드에는 "실제로 내 딸이 (학폭에) 말렸었음 그 뒤로 단톡방 절대 있지 말고 톡으로 별별 얘기 하지 말라고 함"(sh***), "하지마라 했는데도 하기에 폰을 뺏어버린 나란 애미"(la***), "단톡방 금지. 근데 수시로 확인해도 또 만들어져있고 그러더라고"(so***) 등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단톡방 금지를 강제할 수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이 씨는 "사실 교사가 아무리 이야기하고 못 만들게 해도 아이들이 그냥 단톡방을 만들어버리면 어쩔 수 없다"며 "정말 만들었는지 보려 아이들 핸드폰을 검사할 수도 없으니 단체방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열심히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중2 권 군도 "남자애들은 게임 때문에 단톡방이 필요하기도 한데 그럴 때는 안 만들 수 없다"며 "어른 없이 만들어도 자진해서 말하지 않는 이상 선생님이 모르신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둔 김 모(48) 씨는 "담임 선생님이 단톡방 금지 조치를 내려도 몰래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는 제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녀의 SNS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단톡방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아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달라 할 때마다 14세 되면 만들라고 하는데 다른 엄마들도 다 그렇게 아이의 SNS를 관리하더라"며 "아직은 아이가 어려 제가 핸드폰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인데 좀만 아이가 더 크면 힘들 테니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교는 오히려 오픈채팅방을 비롯한 단톡방으로 공지사항을 알려 학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합니다.
최근 학부모들이 부쩍 단톡방 관리에 신경 쓰는 데는 학폭 이력이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2026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해 부산대·국립부경대·전북대·경상국립대 등에서 일부 지원자들이 학교폭력 이력 때문에 불합격됐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학교폭력 4호 처분을 받은 수험생을 합격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논란이 되자 학교 측에서 합격생의 입학을 최종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학부모 곽 모(50) 씨는 "딸이 고등학생이라 단체방 개설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학폭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말을 조심하라고 한다"며 "특히 고등학생은 학폭 이력이 대학 입시에 바로 반영되니까 더 주의하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리진 전북대 아동학과 교수는 "청소년에게 자율권과 선택권을 주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도 "사이버 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고 아이들은 특히 사춘기를 겪으며 집단 문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체채팅방 규제는 필요한 조치"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도 담임교사 주도로 현장학습이나 학급 의견 조율을 위해 단체채팅방을 만들기도 하는데, 학교는 안전하게 대면하고 소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학교가 단체채팅방을 통한 비대면 소통을 주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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