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란과 전쟁이 길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즉흥 외교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대치로 트럼프의 자유분방한 외교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전통적 외교 관례를 벗어난 트럼프식 의사 결정 구조와 전략 부재에 대한 전직 외교관들의 비판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진지한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의 협상팀은 친구와 가족, 측근과 가족, 이란 전쟁에 상반된 입장을 보여온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뒤섞여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대니얼 커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외교를 '실패'로 평가하면서 목표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는 '긴장 완화'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겠느냐"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종전 조건으로 제시한 15개 항에 대해서도 "이란이 사실상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므로 애초에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 외교관들을 소외시키고 중동 외교를 부동산 업계 출신인 친구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맡김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갈 유능한 전문가팀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4년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제이크 설리번도 최근 한 방송에서 윗코프와 쿠슈너가 지난 2월 이란이 제시한 핵 관련 절충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전쟁이 시작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이란에 폭격을 시작하기 며칠 전 이란은 제네바에서 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제안을 내놨다"면서 "내가 알기로는 우리 측 협상단이 그 제안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시했고,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짐 매티스도 최근 출연한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비군사적 역량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표적 선정'이 전략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 우리가 외교와 경제 수단을 실제로 활용할 전략이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소외시킨 유럽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습니다.
군사력에 치우친 접근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역대 여러 정부에서 중동 협상가로 활동해 온 에런 데이비드 밀러는 국무부와 루비오 국무장관의 역할 축소를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그는 "국무장관이 행정부의 가장 심각한 외교 정책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부차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의사 결정 과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NYT는 루비오 장관이 지난해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직한 이후 해외 순방이 크게 줄었고,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화 외교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대면 접촉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해법을 모색해 온 과거 국무장관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NYT는 평가했습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를 "관습과 상식을 크게 벗어난 행보"로 규정한 밀러의 지적을 인용하며, 이란 전쟁이 이러한 외교 방식에 내재한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미국의 외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지난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자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란 전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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