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감수한 시민, 동원된 공적 자원
행정력도 동원됐습니다. 공연 당일, 현장에는 경찰 6천700명이 투입됐습니다. 소방,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까지 포함하면 1만 5천 명이 넘습니다. 당초 현장에 26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그에 맞게 투입 인력도 늘어났지만, 공연 당시 광장을 찾은 인원은 4만 명이었습니다. 공적 자원 투입 규모를 둘러싸고 '보수적 안전 관리를 위한 조치', '과도한 행정력 동원'이란 상충된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한 것도, 공적 자원이 투입된 것도 모두 '안전한' BTS 공연을 위해서였습니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해야" 의견도
공공 장소를 활용한 이런 대규모 공연에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과거엔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분야에 한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BTS 공연은 스포츠 이벤트만큼 관심도가 높았고, 공공의 문화유산과 광장을 사용하는 데다, 경찰력 등 공적 자원까지 투입된 만큼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지 않는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성동규 /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공간이고, 이런 공적 공간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국민 전체가 볼 수 없다는 문제는 보편적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 인프라 활용하고도 수익은 하이브·넷플릭스가"
공연 5일 전, 하이브와 넷플릭스는 언론사에 취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엔 ▲공연 시작 후 10분 동안만 촬영 가능 ▲공연 시작 후 무대 라이브 스트리밍 금지 ▲언론사 채널에 공연 풀버전 업로드 불가 ▲프레스석에서 촬영한 영상의 경우 무대는 최대 5개까지, 무대당 1분까지만 사용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업 주최 행사인 만큼 콘텐츠 제작을 철저히 제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공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대해 통제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공연 당일에는 '공연 전체 촬영이 가능하고, 보도하는 무대 개수나 영상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완화된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싸이의 서울광장 공연, 샤키라의 뉴욕 타임스퀘어 콘서트
① 2012년 10월, 가수 싸이는 서울광장에서 '강남스타일' 무료 공연을 열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핫100에서 2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자, 시민 감사 콘서트를 연 것입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 경찰 추산 8만 명,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이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싸이의 무료 공연은 유튜브와 TV 지상파 채널에서 생중계됐습니다.
② 2024년 3월, 가수 샤키라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Las Mujeres Ya No Lloran』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으로, 역시 무료였습니다. 샤키라의 공연도 전 세계 팬들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도록 유튜브, 트위터(현 X) 등으로 생중계됐습니다.
광장에서 열린 싸이, 샤키라의 공연은 TV를 켜거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든 볼 수 있었습니다. 무료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송출됐기 때문에 시청자가 낸 비용도 없었습니다.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공연이 열린 만큼,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한 것입니다.
모두의 광장에서 열린 '상업적' 공연
성동규 /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 공연이 갖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역사적인 의미는 축소됐고, 하이브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시민들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줬잖아요. 보편적 시청권과 유료 OTT 플랫폼의 이익 추구가 충돌할 때, 이번 공연 같은 경우는 시민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이벤트였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문화연대 논평
"정부는 문화를 수출 산업과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며 대형 콘텐츠 기업 중심 구조를 강화하고 있고, 그 결과 도시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소비와 이벤트의 무대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은 후퇴하고, 시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소비 대상으로 호명된다. 자본에는 열리고 권리에는 닫히는 광장은 더 이상 시민의 것이 아니다."
광장 사용, 사회적 합의 충분했나
하지만 글로벌 아티스트의 공연을 위해 모두에게 열린 광장이 당연히 통제돼야 하고, 시민이 당연히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BTS의 공연 이후 여러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광장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만큼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뜻합니다. 이번 공연이 끝난 뒤, 광화문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의 성격이 다소 흐려진 게 아닐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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