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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BTS와 달랐다…광화문 무료 공연이 남긴 '숙제' [취재파일]

지난 토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열렸습니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은 1시간 동안 14곡을 불렀습니다.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실시간으로 중계됐습니다. 우려했던 안전사고도 없었고, 외신 역시 'BTS의 웅장한 귀환'이라며 호평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광장 사용법'에 대한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돌아온 방탄소년단(BTS) (사진=연합뉴스)
 

불편함 감수한 시민, 동원된 공적 자원

공연으로 인해 광장은 33시간 동안 통제됐습니다. 광장 일대 차량 통행 통제는 공연 전날 밤 9시부터 시작됐습니다. 공연 당일, 버스는 광장을 우회해서 운행했고, 지하철은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했습니다. 테러 위험에 대비해 광장 인근 31개 출입 게이트에서 검문이 이뤄졌습니다. 개인 가방은 물론, 내부 파우치까지 하나하나 검사했습니다. 팬이 아니더라도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검문검색을 받아야 했습니다. 광화문 일대 박물관, 미술관 등은 임시 휴관했고 인근 건물 31곳은 문을 닫았습니다.

행정력도 동원됐습니다. 공연 당일, 현장에는 경찰 6천700명이 투입됐습니다. 소방,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까지 포함하면 1만 5천 명이 넘습니다. 당초 현장에 26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그에 맞게 투입 인력도 늘어났지만, 공연 당시 광장을 찾은 인원은 4만 명이었습니다. 공적 자원 투입 규모를 둘러싸고 '보수적 안전 관리를 위한 조치', '과도한 행정력 동원'이란 상충된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한 것도, 공적 자원이 투입된 것도 모두 '안전한' BTS 공연을 위해서였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공연장 주변에 공연 당일 주변 도로 통제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편적 시청권 보장해야" 의견도

시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한 결과가, 대규모 공적 자원을 투입한 결과가 모두 공공으로 돌아온 건 아닙니다.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광화문 광장을 사용하는 만큼 '무료 공연'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무료로 공연을 보진 못했습니다. 구독료를 내야 가입 가능한 넷플릭스가 해당 공연을 독점 생중계했기 때문입니다. '무료 공연'이라지만 유료 구독 모델과 결합한 시청권만 보장된 셈입니다.

공공 장소를 활용한 이런 대규모 공연에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과거엔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분야에 한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BTS 공연은 스포츠 이벤트만큼 관심도가 높았고, 공공의 문화유산과 광장을 사용하는 데다, 경찰력 등 공적 자원까지 투입된 만큼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지 않는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성동규 /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공간이고, 이런 공적 공간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국민 전체가 볼 수 없다는 문제는 보편적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광장 컴백쇼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공공 인프라 활용하고도 수익은 하이브·넷플릭스가"

'광화문 광장'이라는 상징적인 공공 인프라를 활용했지만, 수익은 민간 플랫폼에게 쏠렸습니다. 실제로 'BTS 공연 라이브'는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신규 가입자와 '라이브 스트리밍'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이전에는 넷플릭스가 공연을 촬영한 뒤 자체적으로 편집해 다큐멘터리 형태로 올렸다면, 이번 공연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의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BTS 공연 생중계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공연 5일 전, 하이브와 넷플릭스는 언론사에 취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엔 ▲공연 시작 후 10분 동안만 촬영 가능 ▲공연 시작 후 무대 라이브 스트리밍 금지 ▲언론사 채널에 공연 풀버전 업로드 불가 ▲프레스석에서 촬영한 영상의 경우 무대는 최대 5개까지, 무대당 1분까지만 사용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업 주최 행사인 만큼 콘텐츠 제작을 철저히 제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공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대해 통제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공연 당일에는 '공연 전체 촬영이 가능하고, 보도하는 무대 개수나 영상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완화된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금일 방탄소년단 행사에 서울에 경제적 수익 및 다양한 파급 효과를 이르킴
 

싸이의 서울광장 공연, 샤키라의 뉴욕 타임스퀘어 콘서트

시민 모두가 사용 가능한 광장에서 가수의 공연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내에도, 해외에도 광장 공연 사례는 있었습니다.

① 2012년 10월, 가수 싸이는 서울광장에서 '강남스타일' 무료 공연을 열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핫100에서 2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자, 시민 감사 콘서트를 연 것입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 경찰 추산 8만 명,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이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싸이의 무료 공연은 유튜브와 TV 지상파 채널에서 생중계됐습니다.

지난 2012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싸이 강남스타일 공연

② 2024년 3월, 가수 샤키라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Las Mujeres Ya No Lloran』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으로, 역시 무료였습니다. 샤키라의 공연도 전 세계 팬들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도록 유튜브, 트위터(현 X) 등으로 생중계됐습니다.

지난 2024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진행된 샤키라 공연

광장에서 열린 싸이, 샤키라의 공연은 TV를 켜거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든 볼 수 있었습니다. 무료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송출됐기 때문에 시청자가 낸 비용도 없었습니다.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공연이 열린 만큼,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한 것입니다.
 

모두의 광장에서 열린 '상업적' 공연

전문가들은 하이브의 책임 의식이 희박했다고 지적합니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인 공공 인프라를 사용하고도 앨범 출시 프로모션에만 매진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이브는 공공기관도, 공기업도 아닙니다. 하지만 민간 기획사가 상징적인 공공 인프라를 활용한 만큼, '모두가 제한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없었을까'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남습니다.
 
성동규 /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 공연이 갖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역사적인 의미는 축소됐고, 하이브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시민들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줬잖아요. 보편적 시청권과 유료 OTT 플랫폼의 이익 추구가 충돌할 때, 이번 공연 같은 경우는 시민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이벤트였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문화연대 논평
"정부는 문화를 수출 산업과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며 대형 콘텐츠 기업 중심 구조를 강화하고 있고, 그 결과 도시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소비와 이벤트의 무대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은 후퇴하고, 시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소비 대상으로 호명된다. 자본에는 열리고 권리에는 닫히는 광장은 더 이상 시민의 것이 아니다."
 

광장 사용, 사회적 합의 충분했나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가 새 앨범을 내고, 글로벌 팬들이 소비하는 건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할 만한 일입니다. K-팝, K-컬처를 알릴 좋은 기회인 것도 맞습니다. 정부가 BTS의 이번 공연에 전방위적 지원을 쏟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안전사고 없이 잘 끝난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

하지만 글로벌 아티스트의 공연을 위해 모두에게 열린 광장이 당연히 통제돼야 하고, 시민이 당연히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BTS의 공연 이후 여러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광장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만큼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뜻합니다. 이번 공연이 끝난 뒤, 광화문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의 성격이 다소 흐려진 게 아닐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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