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방사포가 불을 내뿜는 훈련 현장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김정은은 실전 배치된 것으로 보이는 600mm 초정밀다연장방사포 체계 성능에 무한 신뢰를 드러낸 뒤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공고한 평화를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평화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야만 담보할 수 있으며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투해 지켜내야 하는 달성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개인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날카로운 분석을 해온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20-21일 노동당 제9차 대회 사업총화보고(26일자 보도)에서 미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발표 당일에는 김정은이 미국에는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한국은 영원한 적이라고 규정한 점이 대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정세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은 북한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 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인 만큼 이 취재파일에서 관련 내용을 다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은 보고에서 "미국은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의 간판 아래 다른 나라들의 주권과 영토 완정, 안전 이익은 전혀 개의함 없이 오직 패권적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힘을 통한 평화'를 제창하면서 주권 국가들에 대한 침략과 무력 사용을 서슴없이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미국의 '전횡'으로 인해 국제절서에는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정세가 이전보다 훨씬 가변적이 됐고, 예측 불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김정은이 이러한 분석과 대응 방안을 내놓은 타이밍입니다. 북한의 당 대회는 지난달 19~25일 개최돼, 미국의 대 이란 공격이 있기도 전에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으로선 미국이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을 관찰한 데 따른 결과를 내놨던 셈입니다. 그런데 당대회 폐막 직후 또 하나의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죠. 현재도 진행 중인 이란에 대한 이른바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은 미국이 과시하려 하는 힘을 통한 평화가 극단적일 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무모하게까지 발현된 결과물로 보입니다. 하메네이 폭사와 이란 공습을 지켜본 김정은의 자기 확신과 신념이 더욱 굳어졌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언급한 김정은의 발언을 다시 소환해 보겠습니다. "평화는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는 김정은의 이 말은 군사 훈련 현장에서 나온 일회성 발언으로 보기엔 그 함의가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북한이 바라보는 트럼프 2기의 국제질서와 자신들이 견지할 '평화'론을 바탕에 둔 정치적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핵무력 강화와 재래식 장비 현대화를 축으로 하는 북한식 '힘을 통한 평화'는 앞으로도 계속 강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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