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보완수사권이 필요 없다거나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은 수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최근 국무총리실 소속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에서 물러난 박찬운(63·사법연수원 16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수많은 일반 사건에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진보 진영 법학자로, 인권법 분야의 국내 대표적 학자인 박 교수는 지난해 10월 검찰개혁의 여러 쟁점을 논의하고 현장 의견을 취합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의 예외 없는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반대하며 지난 9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1년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시점입니다.
박 교수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및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법률전문위원장 등으로 활동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인권정책본부장을 거쳐 상임위원으로도 재임한 바 있습니다.
그는 경찰개혁위원회 수사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해 경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계 인사로 통합니다.
그런 박 교수는 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경찰 수사의 흠결을 짚고 보완할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해왔으며, 자문위 활동 중에도 이러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학계와 실무 현장을 오가며 수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 침해와 형사사법 피해를 비롯해 국제인권법, 난민 보호, 사형제 폐지 등 인권을 중심으로 그 연장선에 있는 각종 정책에 관해 큰 관심을 기울여온 학자로 통합니다.
박 교수는 우선 보완수사권 폐지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검찰권 남용과 관련된 사건은 전체 0.1%에 불과하다"며 "99.9%는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이 종결되는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완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성폭력 사건을 들었습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이 작성한 수사기록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억울한 피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유명무실화한 상황에서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될 경우 비대해질 경찰권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단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 수사 지연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보완수사 요구권이 보완수사권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경이 수평화된 상황에선 요구권조차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생각입니다.
박 교수는 "(검경 간) 협력 관계를 전제로 한 보완수사 요구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기만 하고 피해자는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보완수사권에 더해 전건송치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전건송치는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제도로 수사권 조정에 따라 폐지됐습니다.
이후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볼 기회가 사라지면서 사건이 규명되지 못한 채 그대로 묻히는 '암장' 우려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박 교수의 말대로 '검찰로 송치되지 않은 사건 중 고소인이 없는 사건은 재검토될 여지가 사라진' 것입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점을 들어 "1차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건송치와 검찰의 보완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검찰권 남용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검사를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눈으로 한 국가의 법질서를 바꿀 수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박 교수는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는 늦어도 4월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인력 배치 등 제반 준비를 위해서라도 제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빨리 끝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조직법(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법안으로 지난해 10월 공포)과의 시차를 줄여야 한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가 6월 이후로 넘어가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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