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뿐만 아니라 외국 등으로 확대하도록 형법이 개정되면서 우리 산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산업 스파이가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근 수년간 산업 스파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첨단 기술을 중국 등지로 빼돌리면서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국가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산업계는 이번 간첩죄 개정은 물론이고 더욱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별도 입법을 통해 경제 안보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26일 국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처벌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 간첩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기존에 '적국'을 대상으로 한 간첩죄 처벌 대상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를 통해 산업 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이 주요 취지입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 사례가 잇따르면서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중국 창신메모리로 이직하면서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려 유출한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임직원 5명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삼성전자 연구원이었던 A 씨는 D램 공정 핵심 정보를 베껴 적어 창신메모리로 이직했고, 창신메모리는 당시 세계 유일의 10나노대 D램 공정 기술을 통째로 확보했습니다.
창신메모리는 SK하이닉스 출신 직원들이 다수 근무하던 협력업체로부터 고가의 반도체 장비를 납품받는 대가로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창신메모리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2023년 1%대였던 창신메모리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점유율이 15%에 육박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본격적으로 추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5년이 넘는다던 기술 격차는 어느덧 2년 안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시장 점유율 변화를 토대로 계산하면 2024년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액이 5조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향후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배터리 산업 '게임체인저'로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유출 시도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국적 피의자는 국내 이차전지 대기업 임직원에게 2억 원대 금품을 전달하며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기술 사건은 33건으로 전년 27건에 비해 6건(22%) 늘었습니다.
유출 국가는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베트남 4건, 인도네시아 3건, 미국 1건 등이었습니다.
해외 유출된 기술은 반도체 5건, 디스플레이 4건, 이차전지 3건, 조선 2건 등으로 한국이 선도 중인 분야에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적국'인 북한으로의 유출이 아닌 이상 간첩죄로는 처벌이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적용할 경우 형량이 15년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아 산업 스파이를 근절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산업계는 이번 법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근본적 대책이 될지 의문도 제기했습니다.
외국 기업이 간첩죄 적용 대상인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에 포함되는지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기술 유출이 정보만 빼돌리던 과거 방식과 달리 이직과 투자, 법인 설립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는 추세에 따라 처벌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보호 범위와 처벌 기준을 한층 명확히 하는 '경제안보법'(가칭)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기술 유출을 산업 범죄를 넘어 국가 안보 범죄로 규정하고 예방 및 처벌 체계를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 전쟁 중에 간첩죄 개정만으로 산업 스파이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에도 남아 있는 사각지대를 없애고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추가 입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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