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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는 '과징금', 외국계는 허술한 조사로 '무혐의'?…감사원, '고무줄 잣대' 공정위 조사 지적

국내 업체는 '과징금', 외국계는 허술한 조사로 '무혐의'?…감사원, '고무줄 잣대' 공정위 조사 지적
▲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의료기기 업계 '임상시험 지원' 리베이트 관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와 외국계 업체에 대한 조사·처리 수준이 달랐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내사 '37억 지급'은 과징금, 외국계 300억 계약은 '무혐의' 종결

오늘(25일) 감사원 자료와 설명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4년 7월 국내 의료기기 업체 A 사가 임상 연구비 명목으로 54개 병원에 37억여 원을 지급한 행위를 '부당 리베이트'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 8,7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A 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2025년 9월 공정위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국내 판매량 기준 1·2위인 외국계 B사와 C사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달랐습니다.

공정위는 A 사 사건 위원회 심의를 준비하던 2024년 3월 5일에야 외국계 B 사와 C 사에 현장조사를 착수했습니다.

두 업체는 A 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대형병원들과 총 59건, 300억여 원 규모의 임상시험 연구비 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정위는 외국계 2개 업체의 연구비 실지급액 등 핵심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결국 '직접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2024년 12월 11일 국장 전결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감사원은 A 사 사건에서는 계약과 판매의 연계 등을 분석한 반면, 외국계 업체들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조사·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의 내부 기준 마련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정위가 국내 업체에 대해서 조사하고 의결을 하는 내용은 존중한다"면서도 "정상적인 거래 관행인지 아닌지를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기준이나 요건이 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구체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만들라고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공정위에 공정경쟁규약 등 관련 규정에 임상시험 지원의 제품 공급 방식과 연구비 지급 기준·요건을 구체화해 불공정거래행위 위법성 심사 근거로 활용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관련 협회와 공정경쟁규약 개정 등을 협의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관계 조사와 위법성 검토를 더 면밀히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 31건 중 29건 '경고' 그쳐…감사원 "제재 실효성 저하 우려"

대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대부분 '경고'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공정위는 '인식 가능성' 및 '중대성'을 고려해 자료 문제에 대한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8개 기업집단의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을 조사한 결과, 31건 중에 29건이 단순 경고 조치됐습니다.

고발 조치된 것은 단 2건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11개 기업집단에서 위반을 반복하는 등 제재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2010년 이후 일부 기업집단에서 자료 제출 의무 위반이 최대 6차례까지 반복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감사결과를 전반적으로 수용하면서 반복적 의무위반에 대한 고려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고발지침 개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감사원 "상조업체 보상금 1만 6천 명 미지급…공정위 감독 미흡"

상조업체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피해 보상 감독 업무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상조 서비스 계약자들이 수십억 원의 돈을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감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상조업체(공제조합)·은행 등이 받은 선수금에 대한 보전금(선수금의 50%)의 지급 의무자를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하지만 청구 기한이 별도로 없는 은행과 달리 공제조합은 폐업 등 지급 사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3년 기한'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제조합은 계약 체결 시 상조 서비스 소비자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고, 공정위는 이에 대한 구체적 보호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이후로 공제조합이 지급해야 하는 피해보상금 가운데 66억 원(1만 6천162명)이 3년 기한이 지나 미지급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문제가 생긴 업체들과 계약했던 보상금 미수령자가 3만 8천311명(213억 원)에 이르는 등 추가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같은 해 7월 실지감사 종료 이후 공제조합이 미수령 소비자에 대한 재안내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미수령자 약 8천800명이 추가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매출액을 과다 추정하거나 최종 의결 전 부정확한 과징금을 공표하여 기업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24년의 심사보고서 기준 과징금과 최종 부과액을 비교한 결과, 87건 가운데 75건에서 심사보고서상 과징금이 실제 부과액보다 1.9~2.8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장려금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사안에서, 2024년 심사보고서 단계에서는 과징금을 3조 4천억~5조 5천억 원으로 산정해 놓고는 이듬해 6월에는 그 2%에 불과한 964억 원을 최종 부과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공정위의 자진신고 과징금 감면 제도에도 일부 허점이 있다고 감사원은 전했습니다.

공정위는 부당 공동행위를 자진 신고한 1·2순위 신청업체에 대해 고발을 면제하고 과징금도 감액해 줍니다.

1·2순위 기업과 실질적 지배관계가 인정되는 계열사도 공동 감면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기존에 과징금을 납부했던 업체는 제외됩니다.

이에 따라 법인 분할 또는 신설로 만들어져 과거 납부 사실이 없는 업체는 사실상 반복 위반을 했더라도 감면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2022년 두 기업의 분할·신설법인이 546억 원을 감면받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공정위가 국세청으로부터 사익편취 행위의 제재를 위한 과세 정보를 제공받고도 활용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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