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스글로크너 (자료사진)
오스트리아의 한 남성이 알프스 등산 중 탈진한 여자친구를 두고 내려왔다가 중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현지 시간 18일 이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케르슈틴 G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33세 여성은 지난해 1월 18일 남자친구 토마스 P와 함께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3천798m) 산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다음 날 새벽 악천후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지고 말았습니다.
현지 검찰은 더 숙련된 등산가인 토마스가 이번 산행에서 사실상 책임 있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토마스가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구조 요청도 늦게 하는 등 과실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토마스와 그의 변호인 쿠르트 옐리네크는 이번 사망 사건이 '비극적 사고'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고고도 알프스 등산 경험이 많고 여행을 계획한 만큼 '책임 있는 가이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검찰은 여자친구가 고난도 산행 경험이 없고 겨울철 기상이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이 산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출발이 두 시간 늦었으며 비상 야영 장비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커플이 함께 산행을 계획했고 두 사람 모두 충분한 경험과 장비를 갖췄다고 믿었으며 신체 상태도 좋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구조 요청 시점을 두고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발이 묶인 게 밤 8시 50분인데도 피고인이 경찰에 전화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밤 10시 50분쯤 인근 상공을 지나는 경찰 헬기에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피고인 측은 당시까지는 두 사람 모두 괜찮았지만 상황이 갑자기 나빠졌다는 입장입니다.
여자친구가 급격히 탈진 징후를 보여 피고인이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 0시 35분쯤 피고인이 경찰에 전화했지만 통화 내용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피고인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상황이 괜찮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나, 경찰은 피고인이 이후에 전화를 무음으로 돌리고 일절 받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피고인 측에 따르면 정상 40m 아래 지점에서 피고인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정상을 넘어가 반대편으로 하산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피고인은 새벽 2시쯤 여자친구를 두고 내려오면서 알루미늄 구조용 덮개나 다른 보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새벽 3시 30분이 되어서야 구조 당국에 신고했지만, 강풍으로 헬기가 밤새 뜨지 못했고 케르슈틴은 산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토마스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지 매체 데어슈탄다르트는 개인의 판단과 위험 감수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가 달린 재판이라며 유죄가 확정된다면 산악 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다.
등산객이 동반한 동료에 대해 얼마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SBS 디지털뉴스부/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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