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하는 아나스타샤 쿠체로바
"모든 러시아인이 전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작은 행동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입장을 이끈 '피켓 요원'이 러시아 출신 건축가로 알려져 눈길을 끕니다.
오늘(17일, 한국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러시아 출신 건축가 아나스타샤 쿠체로바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경기장으로 인도하는 '피켓 요원'을 자원했습니다.
쿠체로바는 다른 피켓 요원과 마찬가지로 은색 코트와 짙은 색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해 조용히 '우크라이나' 국가명이 써진 피켓을 들고 입장했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애초 피켓 요원들의 국가 배정을 무작위로 진행했지만, 나중에 연출가가 자원봉사자들의 의견을 묻자 쿠체로바가 직접 우크라이나를 선택했습니다.
밀라노에서 14년을 산 쿠체로바가 우크라이나 선수 5명과 함께 개회식이 치러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행진할 때까지 그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쿠체로바는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할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선수들 곁을 걸으며 그들이 러시아인에게 증오를 느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면서 "하지만 모든 러시아인이 전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선택이 독살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2주기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내가 국적을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알아차리고 러시아어로 말을 걸었다"라며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사이의 깊은 연결이 있다는 징표"라고 덧붙였습니다.
쿠체로바와 함께 입장한 우크라이나 기수 엘리자베타 시토르코(쇼트트랙)와 키릴로 마르사크(피겨)는 모두 아버지가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체로바는 "실제로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오자 나도 모르게 색안경 뒤로 눈물을 흘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또 "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 모든 자유를 누리는 내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것은 러시아가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신을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쿠체로바는 개회식에서 덴마크 선수단의 피켓도 들었습니다.
덴마크 선수단 역시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인수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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