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기념탑
미국 해외 공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상 가장 화려한 건국 250주년 행사' 계획에 맞춰, 주재국 기업들을 상대로 거액의 기부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미국 대사관, 영사관이 현지 기업 임원들에게 미국 건국 기념일 행사를 위한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백악관에서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를 발표하며 "세계 역사상 가장 화려한 생일 파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와 후원자들이 행사 자금을 적극적으로 모금해왔는데, 이런 흐름이 해외 공관으로도 이어진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안자니 신하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는 지난 5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기업 경영자들을 상대로 한 만찬에서 "당신들의 돈이 필요하다"고 기부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기부금이 건국 기념행사로 열릴 로데오 대회와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등에 쓰일 예정이라며, 향후 싱가포르에서 열릴 독립 기념행사에서는 자신이 춤과 노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하 대사는 아시아 지역의 다른 미국 대사관이 이미 3천700만 달러(약 535억 원)를 모금했다면서 싱가포르에서 더 많은 기부를 해줄 것을 독려했습니다.
이 만찬에는 씨티은행과 코인베이스, 할리데이비슨, 쓰리엠 등 미국 기업의 임원 수십명이 참석했습니다.
3천700만달러를 모금한 대사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일본 미국 대사관은 홋카이도에서 눈꽃 축제를 여는 등 현지에서 다양한 건국 250주년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이들 행사에는 토요타와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주요 후원사로 참여했다.
일부 기업은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대사관들은 관행적으로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민간 기부를 받아왔지만, 올해처럼 공격적으로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고 전직 외교관들은 지적했습니다.
일부 기업 임원들은 대사관의 권유 공세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베트남 미국 대사를 지냈던 테드 오시우스는 "현재 일부 대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가장 많은 기금을 모금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런 행태가 미국의 이미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블레어 홀도 "미국은 과거 윤리적인 기업 관행을 강조하며 정부가 돈으로 매수되지 않고 외부 영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왔지만, 이번 사례는 그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매년 7월 4일을 중심으로 독립기념일 행사를 열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개최하고 워싱턴DC에서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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