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 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딴 미국 클로이 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에선 '하프파이프 여왕'의 세대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샛별' 최가온(세화여고)이 우상으로 삼아 온 클로이 김(미국)을 뛰어넘었고,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나 최가온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클로이 김은 그에 못지않은 '은빛 연기'로 최고의 조연이 됐습니다.
13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2008년생 최가온이 90.25점을 따내 클로이 김(88점)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종목에선 그동안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습니다.
그러나 클로이 김이 올림픽 스노보드 최초의 3연패 도전을 앞두고 부상에 시달리는 등 과거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은 가운데 8살 어린 최가온이 최근 국제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대세로 떠올랐고, 올림픽에서도 그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둘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경기장 안팎에서 돈독한 우애를 다져온 사이입니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을 롤 모델로 우러러보며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동생처럼 아낍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기자회견에서도 클로이 김은 "가온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왔고, 정말 좋아한다. 이런 큰 무대에서 그를 보는 건 정말 감회가 새롭다"면서 최가온을 볼 때 "가끔은 거울로 나와 우리 가족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며 각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클로이 김이 최가온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일도 있습니다.
최가온이 선수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해외 훈련 중 부상을 당하자 같은 곳에 있던 클로이 김이 통역을 해주며 도왔고, 밥도 함께 먹으며 여러 조언을 해줬다고 합니다.
지금의 최가온을 있게 한 스승인 미국 매머드 마운틴의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디렉터 출신의 벤 위스너 코치도 클로이 김 아버지의 소개로 연결돼 이번 올림픽까지 최가온과 함께했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아낌없이 축하도 하는 사이지만, 처음으로 맞붙은 올림픽 무대의 승부는 양보가 없었습니다.
어깨 부상으로 우려를 낳았던 클로이 김이 풍부한 경험을 반영한 여유 있는 연기로 90.25점을 받아 전체 1위에 올라 '클래스'를 뽐냈습니다.
최가온은 힘을 아끼며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보다는 다소 낮은 82.25점을 따내 6위로 무난히 결선에 올랐습니다.
이날 결선 과정은 더욱더 극적이었습니다.
최가온이 1차 시기에 실수로 넘어진 사이, 클로이 김이 88점을 따내며 3연패에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1차 시기에서 무릎을 다치며 통증을 느낀 최가온이 2차 시기마저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서 클로이 김의 3연패가 더 확실해지는 듯했으나 최가온은 3차 시기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클로이 김의 1차 점수를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3차 시기 마지막 선수로 나선 클로이 김이 도중에 넘어지면서 왕좌의 주인이 전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클로이 김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최가온은 "당연히 제가 1등을 하고 싶었지만, 저도 모르게 클로이 언니를 응원하고 있더라"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경기를 마치고 언니가 '나 이제 은퇴한다'면서 무척 좋아하더라. 진짜인 것 같았다"고 전한 최가온은 "너무나 우상이다 보니 정말 좋아하고 응원도 해서 조금 느낌이 이상하긴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3연패 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시상대에 선 클로이 김은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습니다.
클로이 김은 "가온이는 '마이 베이비'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내가 멘토들을 넘어뜨렸을 때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인데,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제가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훌륭한 선수들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클로이 김은 "제 멘토들처럼, 저도 가온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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