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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밀어붙이는 민주당…사법부 당혹·반발

'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밀어붙이는 민주당…사법부 당혹·반발
▲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사법부 반발에도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을 강행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사법 체계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대법원은 충분한 숙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국민 생활에 직접 큰 영향을 끼치는 사법제도 개편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어제(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기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을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뼈대로 합니다.

법원의 재판 역시 행정·입법부 영역과 마찬가지로 공권력 행사의 일종이므로 확정판결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심판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3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2심 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고, 2심 판결에 중요한 법률적 다툼이 있는 경우 3심 법원인 대법원에 상고 가능합니다.

대법원 판결은 법률심이자 최종심으로 곧 확정판결이 됩니다.

그러나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재에서 재판의 위헌성이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더 다투게 됩니다.

이런 탓에 재판소원은 '4심제'에 해당하고 우리 헌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게 사법부 주장입니다.

헌법이 예정했던 우리 사법 체계와 사법권 행사의 기본적 틀을 흔든다는 것입니다.

헌법은 제5장에 '법원', 제6장에 '헌법재판소'에 관한 내용을 각각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법원에 관해 규정한 5장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101조 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101조 2항)고 명시해놓았습니다.

대법원은 결국 불필요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재판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결국은 소송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경제적 강자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심화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어제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소송지옥'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우종 행정처 차장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고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대법원은 재판소원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입법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헌법상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도록 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불복은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또 헌법은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을 수평적, 독립적으로 분장했고, 어느 기관을 다른 기관의 상급 기관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습니다.

헌법 5장에 법원, 6장에 헌재를 병렬적으로 배치해 각각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101조에서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명확히 하고 있어 '4심'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전날 법사위에서 "헌재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기본권을 보호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헌법소원 대상에서 사법권을 제외해서 사실상 사각지대가 형성된다. 재판소원은 그런 사각지대를 지우고 촘촘한 기본권 보장의 체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습니다.

사법부 내부에선 대법원과 헌재의 위상이 엇갈리고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사법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는 제도 도입에 앞서 최소한 대법원과 헌재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라도 열어서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과거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에 관한 헌법소송에서 헌재가 대립되는 견해가 담긴 선고를 내리면서 양 기관 간 갈등이 불거진 전례들도 있습니다.

GS칼텍스 세금부과 소송 등의 사례입니다.

다만 이런 사안들은 입법 미비 상태에서 대법은 법의 취지에 따라 판결하고, 헌재는 법 조항의 문제를 삼아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어서 이번 논의와는 양상이 사뭇 다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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