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종합 특검 추천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주 목요일인 5일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대신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후보를 2차 특검으로 임명했습니다. '왜일까?' 하는 의문은 이틀 뒤 MBC 보도로 풀렸습니다. 민주당이 특수부 검사 출신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한 대통령 반응은 '이런 사람을 추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순수한 의도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순수한 의도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혁신당 추천 후보를 특검 임명...민주당의 '의도' 의심까지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사람을 추천할 수 있느냐'고 문제 삼은 것은,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가 2023년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의 검찰 진술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대통령이 재판까지 받게 됐는데, 그런 사람을 특검 후보로 추천하니 화가 났던 거라는 청와대 참모의 설명도 기사에 덧붙여졌습니다. 민주당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반응으로 보입니다. 물론 김성태 전 회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니 특검 후보로 부적합하다는 취지였다는 설명도 가능할 듯도 합니다만, 이 대통령이 '화가 났다'는 말로 청와대 기류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준철 변호사가 민주당 추천 특검 후보가 된 것은 지난주 월요일인 2일이었습니다. 인사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서 과거 기사를 검색해 봤었습니다. 함께 등장한 이름이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이었습니다. 전준철 변호사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지검에서 반부패수사부장을 지내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했던, 이른바 '이성윤 사단'의 일원으로 서술돼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성윤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주말을 거치며 논란이 일자 이성윤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 A 사건' 등으로 윤석열 정권 들어서 압수수색 등 탄압을 받았던 소신 있고 유능한 검사"라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전 변호사도 입장문을 내고 "제가 변론을 맡았던 부분은 개인적 횡령, 배임에 대한 것이었고 대북 송금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재명 죽이기 동조했던 검찰 출신' 규정..."배신", "반역" 표현까지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 변호사를 이재명 죽이기에 동조했던 검찰 출신 법조인으로 성격 규정하고 특검 후보로 추천한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흐름이 주말 내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배신", "반역"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는데,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인 불쾌감이나 분노에 대한 호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변호사가 김성태 전 회장의 변호인단에 있었다는 걸 모르고 특검 후보로 추천했어도 문제지만, 알고도 추천했으면 더 문제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알고도 추천했으면'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이 사안이 갖고 있는 '여권 내 권력 싸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와 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이어져온 명-청 갈등이 2차 특검 추천을 둘러싸고 꽤 심각하게 다시 불붙은 형국입니다.
정청래 대표,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거듭 사과
그 때문인지, 정청래 대표가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어제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의 인사 검증 실패로 대통령님께 누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죄송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가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한 정 대표의 뜻이었는데, '대통령께 누를 끼쳤다'라는 말을 국어사전을 인용해 보자면, '민주당이 잘못해서 대통령을 괴롭게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과가 정확하게 한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이 불거진 뒤 친명(친이재명) 즉 반청(반정청래)과 친청(친정청래) 사이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을 향해 즉각적인 사과 표명을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날이 바뀌어 월요일에 다시 직접 사과할 것이라는 말까지 어제 나왔습니다.
비당권파 최고위원.."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 비난 공세
오늘 아침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는 다시 한번 몸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다시 한번 대통령께 누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대통령과 친명 입장의 당원들에게 보낸 것인데, 회의에서는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와 다름없다는 게 당원과 지지자들의 시각"이라고 직격했고,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변명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 별일 아닌데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식의 물타기 또한 용납될 수 없다"고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습니다.
이성윤 최고위원 "유감" 표명.."음모론적 의혹 제기 안타까워"
오늘 최고위 회의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전 변호사를 추천했던 이성윤 최고위원이 뭐라고 할지였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추천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특검 천거 과정에서 정치적 해석과 음모론적 의혹이 제기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정치적 해석, 음모론적 의혹'이라는 것은 대통령을 음해하기 위해, '알고도 추천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전준철 변호사 추천에 대해, 1차적 책임은 이성윤 최고위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최고위 회의에서 정청래 대표가 바짝 엎드려 '사과'한 데 비해 이성윤 최고위원은 '유감' 표명 선에 머물면서, 추천 후보가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습니다. 친명계 일각에서 이성윤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까지 밀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공개 회의 말미에 황명선 최고위원이 이성윤 최고위원을 향해 "전준철의 대변인이 아니지 않느냐. 지도부가 전준철 대변인처럼 얘기하면 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여권 내 권력 싸움에서 비롯된 2차 종합 특검 추천 논란은, '조국혁신당과 합당'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스스로 내놓았던 정청래 대표의 입지를 더욱 옹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이 제안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합당을 제안한 지 18일이 지나는 동안 합당 논의가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오는 13일까지로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는 이제 물 건너갔고 양당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합당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내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가닥을 잡겠지만, 합당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추진하기엔 동력이 이미 상실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정청래 대표가 합당에 대해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지만 반대에 부딪쳐 관철되지 못했다는 보도도 오늘 오후 나왔습니다.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입법 지연' 지적
당과 청와대, 정부 간 긴장을 보여주는 장면은 어제도 있었습니다. 고위 당정협의에서 김민석 총리가 "국회의 입법 속도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기본정책을 위한 입법조차 제때 진행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정부와 청와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준비해도 법적인 토대가 마련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실질적 성과는 결국 입법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회 1당인 민주당 대표 들으라고 한 말이죠. 2차 종합 특검 추천 문제에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 거기다 대통령의 '검찰 보완수사권 예외적 인정' 의견도 당에서 수용되지 않는 입법 현실.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은, 국정 성과라는 측면에서 민주당의 지금 모습이 매우 답답하다는 비판으로 들립니다. 그래서인지 정청래 대표는 오늘 최고위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부동산 집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호응했습니다.
정청래 대표에 반대하는 여권 내 의견은 정 대표의 시선이 8월 전당대회, 즉 당 대표 재선에 가 있기 때문에 특검 추천이나 합당, 입법 지연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도 이런 공격에 맞서기 위해 당원 권한 확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지지세 확대를 모색해 왔습니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60% 안팎의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정청래 대표의 지지세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명-청 갈등 상황에서 정 대표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런 지지세 형국과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정치 현안에서 정 대표가 지지세 반전을 이뤄낼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가 여권 내 권력 싸움의 지형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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