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사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없이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관련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A 씨 유족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낸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지난 2024년 11월 진실화해위가 A 씨에 대해 보도연맹 희생자로 진실규명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보도연맹은 1949년 이승만 정부가 좌익 인사의 교화·전향을 위해 만든 조직으로, 6·25 전쟁 발발 이후 군·경의 집단학살 대상이 됐습니다.
앞서 유족은 A 씨가 1950년 한국전쟁 시기 보도연맹 사건으로 행방불명됐다며 지난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2023년 11월 'A 씨가 보도연맹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A 씨가 1951년 1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판결문이 확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재조사에 나선 진실화해위는 A 씨가 형무소에서 '사망 출소'한 사실을 새롭게 확인해 기존 결정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보고 결정 취소 및 각하 처분했습니다.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진실화해위의 기존 결정을 취소한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사건을 재조사하지도 않고 그대로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해당 판결의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고, 유족의 진실규명 신청 내용이 그 자체로 허위라고 볼 수도 없어 진실화해위가 재조사해야 했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특히 A 씨 판결문상의 판결 이유가 생략된 점, 사형이 집행됐다면 출소 원인에 '사형 출소'로 기재돼야 하는데 '사망 출소'로 기재된 점 등을 근거로 사형 집행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A 씨가 1950년 7월 지서에서 감금·구타당하는 모습을 봤다는 유족의 진술, A 씨의 형제가 군경에 의해 희생된 점, 1950년 전후로 민간인들이 좌익활동에 가담했다는 오인을 받아 즉결 처형되거나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일이 다수 존재했던 점 등을 토대로 유족들의 신청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진실화해위가 재조사를 통해 사망 이유, 시간, 가해자, 불법성을 확인한 후 진상규명 결정 또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 등 여부를 살폈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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