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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분 논의하고 637억 썼나…마을 곳곳 '텅텅' (풀영상)

<앵커>

예산 회의록 전수 분석 보도 오늘(5일)도 이어갑니다. 국회가 올해 예산 심사에서 성과로 내세운 첫 번째 항목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의 확대입니다. 7곳이었던 사업지를 전국 10곳으로 늘렸습니다. 먼저, 현장 상황은 어떨까요? 시범 사업이 한창인 마을을 점검해 봤습니다.

배여운 기자입니다.

<배여운 기자>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지난해 10월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충남 청양군은, 최근 인구 3만 명 선에 근접했습니다.

[주민 : 이쪽으로 많이 외부 사람들도 온 사람도 많아요. 하여튼 꽤 있어요. 근래에 많이 왔어.]

[주민 :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면 좋지. 청양 인구가 늘어나야지, 너무 없어.]

그런데 과연 실제로 살러 온 사람들일까.

마을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민 : 어쨌든 뭐 혜택을 보려고 해놓지 않았겠어요. 월 15만 원씩 혜택을 준다니까 일단 전입만 해놓은 걸로.]

취재진이 위장 전입이 의심되는 집들을 직접 확인해 보니, 인기척 없는 빈집이 허다합니다.

위장 전입 우려가 커지자, 청양군은 뒤늦게 이달부터 실거주 실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는데,

[청양군청 관계자 : 마을별로 실거주 (실무) 협의회라는 것을 구성해서, 신청자 대상으로 실제 거주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절차를 거치려고 하고요.]

마을들은 마을대로 불편한 기색입니다.

[이삼성/청양군 이장협의회 회장 : 실거주 수를 조사해서 아니다, 기다를 우리가 판단을 한다고 보면은, 내부 고발자 밖에 안 되거든요. 이장님들이 상당히 어려우실 것이라고 보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청양군은 시범 지역 선정 이후 두 달간 전입 인구가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느는 등 증가세가 뚜렷하긴 한데, 전입자 전수 분석을 해 보니, 공주, 홍성, 예산 등 인근에서 온 전입이 40%에 달했습니다.

청양군까진 아니라도 인구 소멸 우려가 큰 지역들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이른바 풍선 효과 우려가 나옵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른 시범지역도 전입 인구가 꽤 늘어났는데, 앞서 언급한 도덕적 해이나 풍선 효과 걱정은 공통적이었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습니다.

기본 소득 예산은 정부가 전액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30% 정도를 분담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이 돈을 마련하느라,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청양군의 경우 550억 사업비 중 국비 지원 등을 제외한 자체 부담이 165억 원 정도인데, 이미 복지 및 농업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102억 원 축소 편성했습니다.

다른 시범 지역 역시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사업 확대 전 이런 부작용을 막을 치밀한 설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최하늘·강윤정,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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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책 효과가 확실하다면, 당연히 좋은 예산입니다. 다만 돈을 쓰기 전 현장을 꼼꼼히 따져보는 건 당연히 국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없던 예산을 새로 추가한 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국회는 제 역할을 했을까요.

정다은 기자가 이어갑니다.

<정다은 기자>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조정소위원회.

기본소득 사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이재관 위원 (충남 천안시 을) : 오히려 기존에 해 왔던 사업을 중단해서 이쪽 사업으로 전환해야 되는, 성격에 안 맞는 효과로 연결될 우려가 있거든요.]

[강승규 위원 (충남 홍성군·예산군) : 정말 실제 농촌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계를 다시 해야 됩니다.]

하지만 논의는 거기까지였고 절충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637억 원 규모 증액 사업을 논의한 공식 시간은 단 14분, 회의록은 고작 4쪽 분량입니다.

결국 이 사업 역시 공식 기록이 남지 않은 비공식 회의체, 소위원회 아래 소위원회, '소소위'로 넘겨졌고 양당 지도부의 이른바 정치적 결단으로 확정됐습니다.

앞서 예결위 검토 보고서에는 이미 수많은 경고등이 켜져 있었습니다.

"시범지역 지자체들이 이 많은 예산 부담하기 어렵다, 보완책 필요하다" "위장 전입 같은 풍선 효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명시돼 있었지만, 정작 공식 회의체에서는 외면당했습니다.

국회가 '1호 성과'로 치켜세운 예산마저 정책 효과를 어떻게 고민하고 검증했는지 공식 기록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 어느 누구도 모르는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 것이 26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 굉장히 독특한 어떤 안 좋은 점이라고 볼 수가 있죠.]

해마다 반복되는 부실 심사의 배경에는 턱없이 부족한 심사 시간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9월 정기국회 기간 중 국정 감사를 제외하면 예산 심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한 달 남짓에 불과합니다.

미국은 최소 8개월,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4개월과 3개월의 예산 심사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김예지,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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